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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국(대구가톨릭대 창업경영학과 교수 / 논설위원 / Saxophonist / 교육부ㆍ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상) |
◆길어진 수명, 커진 불안
평균수명 84세, 은퇴 후 삶이 인생의 절반에 육박하는 시대다. 정년 60세 이후 최소 20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과제가 되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정년을 65세로 연장하자는 법제화 논의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연금 재정 불안이라는 삼중고 앞에서 정년 연장은 그럴듯한 해법처럼 보인다. 그러나 제도는 언제나 명분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선의로 설계된 정책이 현실에서는 또 다른 부담으로 되돌아온 사례를 우리는 적지 않게 보아왔다.
◆정년 연장의 실(實)
정년 연장이 지닌 긍정적 효과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고령 인구의 경제활동 참여를 확대할 수 있다. 숙련과 경험을 축적한 인력이 조기에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것은 개인에게도, 기업과 사회에도 손실이다. 노동 기간이 늘어나면 소득 공백이 줄고, 국민연금 수급 시점이 늦춰져 재정 부담 완화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일은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사회적 관계와 자존감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고령자의 고용 연장은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가려진 허(虛)
그러나 문제는 `법제화`다. 정년 연장을 일률적으로 강제할 경우, 그 그늘은 결코 가볍지 않다. 첫째는 청년 일자리와의 충돌이다. 일자리는 무한하지 않다. 특히 중소기업일수록 인건비 부담이 늘면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자동화를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조직의 활력 문제다. 직무와 성과 중심의 인사 체계가 정착되지 않은 현실에서 연공적 정년 연장은 생산성과 효율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셋째는 기업 간 격차다. 대기업은 감내할 수 있어도 중소기업과 영세 사업장에는 과중한 부담이 된다. 결과적으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더 굳히는 역설을 낳을 수 있다.
◆연장이 아닌 전환의 문제
정년 65세 연장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연장`이 아니라 `전환`이다. 획일적 정년 상향보다 필요한 것은 유연한 고용 구조다. 직무와 성과에 기반한 임금체계 개편, 단계적 고용 연장, 재교육과 전직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고령자는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역량을 재설계해야 할 인적 자원이며, 청년에게는 공정한 진입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정년 65세 연장은 만능 해법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 던져진 하나의 질문이다. 길어진 인생에 걸맞은 일의 형태는 무엇인가, 세대 간 공존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법으로 연령을 고정하는 순간 해법은 멀어진다. 선택의 유연성과 책임 있는 제도 설계, 그 균형 속에서만 해답은 나온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28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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