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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전문기자 |
남자의 한 마디는 천금보다 무겁다. 즉 남아일언중천금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이 고사성어는 남성의 언어와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말에 대한 책임감과 신뢰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고사성어의 배경에는 전통적인 사회에서 남성의 역할이 강조되었던 시대적 맥락이 있다. 과거에는 남성이 가족의 가장으로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가정을 이끌어가는 책임을 맡았기 때문에 그들의 말과 약속은 특히 중요하게 여겨졌다. 남자가 한 약속은 가족과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고 따라서 그 말은 반드시 지켜져야 했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남아일언중천금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겨났다. 이 고사성어는 단순히 남성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원칙을 가지고 있다. 즉 한 사람의 말과 약속은 그 사람의 신뢰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사람들 간의 신뢰는 관계의 기본이 되며 이를 통해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약속을 지키고 말에 책임을 지는 태도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 또한 남아일언중천금은 현대사회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대화를 나누고 약속을 하며 살아간다. 이때 상대방과의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말에 신중해야 한다. 특히 직장이나 친구 관계에서의 약속은 그 사람의 인격을 반영하며 불이행할 경우 신뢰를 잃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가볍게 던진 말 한 마디 즉 농담으로 그냥 한 말이 법적으로 얽히고설킨 문제를 만들 수 있다. 그게 바로 민법에 비진의의사표시다.
비진의의사표시는 표시대로의 효력이 있다. 그러나 농담처럼 상대방이 표의자의 비진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이다. 단 선의(경과실도 포함된다)의 제3자에게는 대항하지 못한다. 가령 비진의의사표시자가 증여의 의사없이 증여물을 증여하였는데 상대방이 증여의 의사 없음을 몰랐다면 증여는 유효하게 성립하여 표의자는 증여물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이것이 원칙이지만 상대방이 증여의 의사 없음을 알았거나(악의) 알 수 있었을 경우(주의를 기울이면 알 수 있었는데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무효인 것이다.
그래서 비진의 의사표시에서 진의의 의미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마음속의 의도와는 조금 다르다. 예를 들어 사업을 하는 갑(甲)이 친구 을(乙)에게 나는 한도를 초과해 대출을 더 받을 수 없으니 니 이름으로 대출을 좀 받아달라고 부탁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을(乙)은 친구 갑(甲)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병(丙)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서 갑(甲)에게 대출금을 빌려주었는데 문제는 갑(甲)이 변제 일에 돈을 갚지 못해 병(丙) 은행이 명의자인 을(乙)에게 돈을 갚으라고 지급명령 등 소송을 해올 경우 을(乙)은 내 진의는 갑(甲)이 병(丙)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것이지 내가 대출을 받은 것이 아니다. 라고 하면서 비진의 의사표시로 무효를 주장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비진의 의사표시에서의 진의는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을(乙)이 병(丙)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의도는 본인이 병(丙)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아 갑(甲)을 돕겠다는 것이지 본인이 대출금을 처분(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갑(甲)을 돕는 방식에 있어서 병(丙) 은행으로부터 자신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아 갑(甲)에게 다시 빌려주는 방식으로 대출금을 처분하기로 마음먹고 병(丙) 은행으로부터 자신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겠다는 생각으로(진의) 자신의 이름으로 대출을 신청하여 실행(의사표시)한 것이므로 진의와 의사표시가 일치해 무효가 아니라 법률행위가 정상적으로 안정되는 것이다.
게다가 병(丙) 은행에게 대출신청 과정에서 을(乙)이 대출금을 사용하는 목적에 대하여 밝히고 갑(甲)이 못 갚으면 원리금을 상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다면(병丙 은행은 대출을 해주지 않을 수 있고) 을(乙)은 갑(甲)에게 구상금을 청구할 수는 있을지라도 병(丙) 은행에게 갑(甲)에게 대출금을 받으라고 할 수도 없고 병(丙) 은행에 무효를 주장할 수 없는 것이다.
즉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생활의 예를 들면 갑(甲)은 을(乙)을 유혹하기 위해서 아름다운 보석을 사 주겠다고 진심이 아닌 말을 했다. 그런데 을(乙)은 아무리 생각해도 갑(甲)이 한 말이 갑(甲)의 진심이 아니다 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을(乙)은 갑(甲)의 제안에 고맙다고 얘기를 하고 갑(甲)에게 다정하게 대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갑(甲)은 을(乙)에게 보석을 사주지 않았다. 이 경우 을(乙)은 갑(甲)을 상대로 아름다운 보석을 사주라고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을(乙)이 승소할 수 있을까?
민법 제107조(진의 아닌 의사표시)에는 다음과 같은 법조문이 있다. (1)항, 의사표시는 표의자가 진의 아님을 알고 한 것이라도 그 효력이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이를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 (2)항, 전항의 의사표시의 무효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라고 되어있다.
따라서 갑(甲)이 을(乙)에게 진심이 아닌 말을 하는 것을 비진의의사표시라고 한다. 그리고 을(乙)은 아무리 생각해도 갑(甲)이 한 말이 갑(甲)의 진심이 아니다 라는 것을 알지 못했는데 그것을 법률용어로 선의 무과실이라고 한다. 선의 무과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참고로 어떤 사실을 쉽게 아는 것을 법률용어로 악의라고 하며 조금 노력하면 알 수 있는 것을 선의과실이라고 한다. 민법상 갑(甲)이 비진의의사표시를 했을 때 을(乙)이 선의 무과실 이라면 그 비진의 의사표시는 유효하기 때문에 갑(甲)은 증여계약에 따라서 을(乙)에게 아름다운 보석을 사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남자는 입이 무거워야 할 뿐 아니라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듯이 말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가 내뱉는 한 마디의 말을 더 소중히 여기고 책임지는 자세를 가진다면 우리의 말은 천금 이상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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