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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11/04  창원일보
아들아, 박영석을 향해 물어라!
손영학 동명대 펀 스피치 선임교수

아들아, 히말라야의 험준한 봉우리 안나푸르나에 영원히 잠들지 않는 설중고혼(雪中孤魂)이 있다.
지난 10월 18일 오후 4시, 안나푸르나 정상에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기 위해 떠났던 박영석 대장과 신동민, 강기석 대원이 연락이 두절된 채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다. 인류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14좌(座), 7대륙 최고봉, 그리고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남극과 북극, 지구상의 3극점에 태극기를 휘날려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위대한 산악인 박영석! 이 세상의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대 위업을 달성하고도 그는 왜 또 다시 무모한 도전을 감행하다가 영원의 세계로 날아가고 말았을까!

 

아들아, 산이든, 남극이든, 북극이든, 길 없는 곳에 스스로 길을 만들었던 박영석은 물질의 풍요가 빚은 정신의 빈곤 속에서 야성을 거세당한 오늘날의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주고 있느냐! 

 

아들아, 박영석 대장은 이제껏 자신이 이룬 대 위업만 가지고도 물질적 어려움 없이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배부른 호랑이이기를 단연코 거부한 채 신들메를 고쳐 매고 길을 떠났다. 그리고 그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박영석은 정말 그렇게 죽어간 것일까! 아니다. 그의 육신은 비록 설중고혼이 됐을지라도 영혼은 영원히 죽지 않고 살아서 그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 살아 있는 것이다.

 

그는 패배를 거부하는 영원한 승자였으며, 지극히 겸손한 현자(賢者)였으며, 길 없는 곳에 길을 만든 용감한 개척자였다. 그는 우리들 모두에게 위대한 스승이었다. 아들아, 박영석은 우리에게 삶의 고독을 가르쳐주고 있다. 정상을 향하는 등산가의 발걸음을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듯이 우리의 인생도 그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의 가슴 속에 꿈의 정상을 품고 산다. 꿈의 정상을 오르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조언자가 되기도 하지만 그들이 결코 주체는 될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이 스스로의 주체임을 자각하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남을 원망하지 않는다. 아들아, 인생의 승자는 모든 책임을 스스로의 몫으로 돌리는 동시에 모든 영광을 타인에게로 돌리는 겸손한 자이다.

 

인류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던 박영석 대장은 모든 공을 동료대원들과 셀파들에게 돌리던 겸손한 사람이었다. 너는 박영석 대장에게서 자신을 낮추고 남을 받드는 겸손을 배워라. 스스로 높아지려고 하는 자, 남을 짓밟고서라도 높은 곳으로 오르려는 자는 타인에 의해 끌어내려지지만 겸손한 자는 모든 사람들이 받들어 올린다는 것을 명심하라.

 

아들아, 박 대장은 "1%의 가능성이 있다면 어디든지 이 지구상 어디든지 도전한다"며 장비를 꾸렸다.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올레길을 걸으며 우리는 도전한다고 하지 않는다. 박영석 대장은 자신에게 보장된 올레길을 거부하고 무모한 도전을 하다 간 것이다.

 

아들아, 인생의 진정한 승자는 삶도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자다. 우리 주위에는 종종 삶의 고통으로 좌절과 실의에 빠져 헤매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많다.

 

자살이란 스스로 자신을 죽이는 살인 행위이며 타인의 가슴에 비탄과 슬픔을 안겨주는 가장 큰 죄악이다. 박 대장은 사고 닷새 전, 산 속에서 가진 생일잔치 때 이렇게 속삭였다. "황홀해!" 그토록 목숨을 건 사투를 감행하면서도 그는 언제나 황홀경에 빠질 정도로 행복한 사나이였다.

 

아들아, 너는, 아니 우리는 끝없는 도전정신이야말로 우리의 인생을 황홀경으로 인도하는 이정표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형언할 수 없는 고독이 잠 못 이루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오로지 자신 하나만 믿고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는 등산가를 생각하라. "산에 가야 산악인이지"라던 박영석 대장처럼 도전해야 청춘이다, 무모해야 젊음이다. 진지해야 인생이다. 겸손해야 인간이다. 인생길을 가다 길을 잃으면 아들아, 영원한 청춘 박영석을 향해 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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