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국회 쇄신 방안 중 하나로 추진한 `국회의원의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장관) 겸직 금지`가 당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일단 보류` 상태로 남게 됐다.
한마디로 "새누리당이 이제 마음을 비우고, 뭔가 제대로 하는가 보다"라는 기대가 날아가 버리는 순간이었다.
국민들의 관심이 쏠린 탓에 말로는 `일단 보류`라고 했지만 실상은 `없던 일로`가 맞을 듯 싶다. 이는 권력의 영역을 축소시키고 싶지 않은 국회의원들의 속내를 그대로 투영한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회의원 하면서 대통령에게 잘 보여 `총리도, 장관도 해먹고 싶다`는 말과 연결되는 대목이다.
삼권분립을 원칙으로 하는 대통령제에서는 의원과 장관직을 겸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게 일반적이다.
전형적인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과 이원집정부제국가인 프랑스는 의원의 입각을 금지하고 있다.
반면, 우리 헌법은 의원내각제 요소가 가미돼 있어 국회의원이 총리와 장관직 겸직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에는 입법부와 행정부 간 소통이라는 장점도 있다지만, 다른 폐단이 더 많아 국회법을 개정해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의원ㆍ국무위원 겸직에 따른 폐단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행정부를 감시ㆍ견제해야 하는 입법부의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약점이 있다.
현 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은 장관 자리로 여당 의원들을 관리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원직을 유지한 채 국정운영 경험을 쌓는 등 경력관리 면에서 유리해 국회의원들이 정부 개각 때마다 목을 빼고 청와대 전화를 기다린다는 것은 공공연한 얘기다.
심지어는 당에서 대놓고 장관직 몇명의 입각을 요청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인 출신 장관은 다음 선거에서의 표를 의식해 포퓰리즘 행태에서 벗어나기도 어렵다.
입각으로 국회 상임위 활동 등 국회의원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점도 작은 문제가 아니다.
입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음 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는 경우에는 행정공백과 국회 인사청문회 등 낭비를 초래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법안을 발의하고, 행정부를 견제하라`고 국회의원을 뽑은 기본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정병국 문화부장관이 8개월 만에 사퇴한 게 대표적 예다. 이런 폐혜들 탓에 17대 국회에서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겸직 금지법안을 냈고, 18대 국회에서도 한나라당 진영 의원과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이 같은 법안을 발의했지만 동료의원들의 무관심 속에 자동폐기 되고 말았다.
따라서 국회의원의 겸직 등 특혜 폐지는 19대 국회의 주요 화두 중에 하나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국회공전 시 세비반납, 의원연금제 보완 등 경쟁적으로 국회의원 특권 폐지 방안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해서 새누리당은 국회의원의 겸직 금지 범위에 국무총리와 장관 등 국무위원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며 먼저 선수를 치고 나왔다.
새누리당 국회의원 겸직금지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여상규 의원은 법안 준비과정에서 "국회의원이 교수, 의사, 변호사, 기업체 임직원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적으로 의미있는 공직도 일절 겸직 못하게 하겠다"며 "거의 전면금지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었다.
여 의원은 "이른바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대통령 실장과 청와대 수석 등을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논의한 뒤 정식 발의할 예정이었다.
이 법안의 적용시점은 공포후 즉시 또는 3개월이 될 전망이며, 4ㆍ11 총선으로 선출된 19대 국회의원부터 대상이었다.
시도는 참으로 신선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지난 29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이 금지 법안을 논의한 끝에, 보란 듯이 보류시켰다.
보류 이유는 △국회의원직 사퇴에 따른 보궐선거 비용 △인재풀의 제약 △국무위원 겸직시 정부-의회 간 가교역할 등 반대 여론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관련 법안의 제출 또한 보류됐다.
홍일표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 결과 브리핑에서 "변호사처럼 영리행위를 수반하는 분야의 겸직 금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찬성했다"면서 "그러나 총리와 국무위원 겸직 금지 부분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이 우세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변인은 갖가지 지적과 논란을 염두에 둔 듯 "이 법률안을 제출할지 여부는 당내 국회의원 겸직 금지 태스크포스(TF)와 당 지도부가 상의해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이러한 과정을 볼 때, 오는 연말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들이 다시 집권할 것을 확신한 나머지, 정권에 기대어 공생하고 싶은 마음도 더욱 강해졌지 않느냐는 의구심까지 들게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떡 줄 사람(국민)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김칫국부터 마시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48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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