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황혼이혼이 급증하고 있다. 여성의 이혼소송이 80%을 차지하지만 오히려 남편이 아내에게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A(84)씨는 P(70)씨와 48년간 부부로 지냈다. 아내는 술만 먹으면 남편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남편은 6ㆍ25 전쟁에 참전했던 육군중위 출신이지만 오랜 세월동안 아내에게 온갖 멸시와 폭행을 당하며 상처로 얼룩진 삶을 살았다.
남편은 현재 국민연금으로 120~30만원 남짓 받는다. 남편이 사망하면 배우자가 연금의 70%를 받을 수 있다.
남편은 "평생을 참고 살았지만 내가 죽고 난 뒤에 아내가 연금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늦은 나이에 황혼이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황혼 이혼 비중은 1990년 전체 이혼 건수 가운데 5.2%에 불과했으나 10년 후인 2000년에는 이 수치가 14.2%로 급증했고 그 후 2003년 17.8%, 2004년 18.3%, 2005년 18.6%, 2006년 19.1%, 2007년 20.1%, 2008년 23.1%, 로 정점을 찍은 뒤 2009년에는 22.8%로 다소 낮아졌다.
그러나 지난해 이혼건수를 봐도 황혼이혼의 증가세가 눈에 띄었고 전체 이혼 건수에서 황혼이혼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혼한 부부 중 `20년 이상`의 결혼생활을 한 쌍은 1999년에는 13.5%로 가장 낮았으나, 2009년은 22.8%로 늘어나는 등 전반적으로 증가 가능성을 보이고 있어 최근 황혼이혼의 증가를 보여줬다.
지난해의 경우 이혼부부 10쌍 가운데 2쌍이 20년 이상 같이 산 부부였던 셈. 이처럼 황혼이혼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가 변하면서 이혼을 고려해 왔던 부부들이 갈라섰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마산가정법률상담소 밝나라 소장은 "보수적인 지역일수록 밖으로 표출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상담자들이 상담소를 찾아와 하는 첫마디가 `비밀 보장되나요`"라고 말했다.
상담소에서는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사실 그대로의 이야기가 있다. 검찰에 고소하기 전 , 법원에 소송하기 전 단계에서 협의, 화해, 조정, 중재역할을 담당한다. 모든 상담은 비공개로 이루어진다.
밝 소장은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와 자녀 양육 등의 문제로 이혼을 망설이고 있던 부부들이 이혼에 대한 인식이 변하면서 이혼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불만이 있어도 참고 사는 경향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그는 "순간적인 자존심이나 오기 때문에 이혼하는 사람이 더러 있으며 막상 이혼을 하고도 후회해서 재결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황혼이혼을 막기 위한 해결책은 결국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대화 노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남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