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5일 윤혜신 학생을 초청, 집무실에서 격려하고 있다. |
자신도 뇌하수체 종양 수술을 받은 후 이른바 `거인병`을 앓고 있는 여고생이 할머니 목숨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감동을 주고 있다.
양산여고에 따르면 올해 3학년에 진학하는 윤신혜 학생(18)은 지난해 10월 17일 오후 2시쯤 학교 현장학습을 마치고 친구와 지하철을 타고 부산 서면으로 가기 위해 연산동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있을 때 갑자기 앞쪽에서 `쿵`하는 소리를 들었다.
윤혜신 학생은 환승 통로 모퉁이를 돌아서 가보니 할아버지가 쓰러진 할머니를 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애타게 주변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주변에 30여명이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설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던 그때, 윤 양이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학교에서 배운 대로 해보겠다며 숨을 쉬지 않는 할머니를 눕히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3∼4차례 심폐소생술을 시작하자 할머니가 숨을 쉬며 안색이 돌아오기 시작했으며 윤 양은 외투를 벗어 할머니를 덮어주고 다리를 주무르며 119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곧바로 도착한 119는 할머니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며 할머니는 이날 인근 병원에서 평생 알지도 못했던 선천성 협심증 진단을 받고 심장혈관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병원 관계자는 "전문가가 심폐소생술을 했으면 갈비뼈가 4∼5개 부러졌을 것"이라며 "학생이 비전문가인데도 아주 잘했다"고 윤혜신 학생을 칭찬했으며 현재 할머니는 건강한 삶을 되찾아 할아버지와 산책도 하며 제2의 인생을 즐기고 있다.
이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5일 오전 9시30분 집무실에서 60대 할머니를 심폐소생술(CPR)로 살린 윤혜신 학생(양산여고)을 초청, 격려했다.
박 교육감은 이날 "어른도 긴장해서 선뜻 나서지 못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차분하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해 할머니를 살린 윤혜신 학생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면서 "중학교 때부터 배운 심폐소생술을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게 만든 학교 관계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윤혜신 학생은 중학교 3학년 때 뇌하수체에서 종양이 발견돼 대수술을 받았으며, 말단비대증(거인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학교에서는 성적도 우수하고 성격도 활달한 여고생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윤 학생은 "할아버지가 간절하게 도와달라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심폐소생술을 하게 됐다"며 "체험교육을 받은 대로 했는데 할머니가 살아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번 사건이 삶의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윤 양의 도움으로 삶을 되찾은 김미화(62) 할머니는 "퇴원하는 날 혜신이에게 전화를 걸어 고맙다고 했더니 오히려 나에게 살아나 줘서 고맙다며 울먹였다"면서 "내 생명을 구한 은인인 혜신이와 자주 만나 밥도 먹으며 평생 가족처럼 살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민 기자
http://www.changwonilbo.com/news/115470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