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 한말 을사늑약 이후 영호남 지역 지리산 일대에서 일제에 맞서 싸운 의병장 14명이 광복 70년 만에 빛을 봤다.
경남독립운동연구소장인 정재상 하동문화원 향토사연구위원장은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문건 `폭도에 관한 편책` 윤희 4년 폭도 수괴 조사표(1910년ㆍ경무국) 등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항일 의병장 14명과 이들의 부대 규모, 활약상 등이 적힌 문건을 발굴했다고 24일 밝혔다.
의병장들의 부대 규모가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정 소장은 덧붙였다.
이들은 박춘석(하동 출신 부하 20~80명)ㆍ권인수(울산 출신ㆍ30~100명), 이백인(하동 출신ㆍ10~50명), 김성구(출신지 미상ㆍ40~150명) 그리고 전(前) 승지(承旨 조선시대 왕명으로 출납을 맡았던 정삼품 당상관)였던 이기선(출신지 미상ㆍ부하 30~100명)ㆍ이영칠(출신지 미상ㆍ부하 30~100명) 의병장이다.
윤영수(진주 출신ㆍ부하 30~100명), 송경도(산청 출신ㆍ부하 30~100명) 등 8명의 의병장은 발굴 과정에 1908년까지 항일 투쟁을 한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이번 문건을 통해 1910년 이후까지 활약한 사실을 확인, 수정했다.
산청 출신 박동의 경남창의대 소속인 이들은 지리산 일대인 하동ㆍ산청ㆍ함양ㆍ합천ㆍ거창ㆍ의령ㆍ함안ㆍ진주ㆍ구례ㆍ남원 등지에서 1910년 이후까지 무장 투쟁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1908년 3월 26일 일제가 장악한 산청경찰서와 산청군청을 공격한 데 이어 같은 해 4월 8일 합천우체국, 6월과 8월에는 남원 입석수비대와 하동수비대를 공격해 큰 피해를 줬다.
다음해 2월과 6월에는 함안군 내 일본인 집과 함안 칠원경찰서를 습격했으며 7월에는 진주 일대에서 군자금을 모집하며 일제와 격전을 벌였다.
이들 의병장은 1907년 8월 군대가 강제 해산되고 고종이 퇴위되자 경남창의대를 결성하고 이학로(경북 영천 출신)ㆍ박인환(하동 출신) 의병장 등과 함께 영호남을 넘나들며 항일 투쟁을 벌였다.
정 소장은 "일제는 1907년에서 1909년까지 의병 진압을 위한 남한 토벌 작전을 벌여 지리산 일대에서 활약하던 많은 의병을 사살ㆍ체포하거나 해산했다"며 "이번 기록에 나타난 의병장들은 한일병탄 이후까지 지리산 일대서 일제와 싸운 몇 안 되는 의병장이다"라고 말했다.
/여두화ㆍ오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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