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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자정쯤 창원시청을 찾은 행려자로 보이는 할머니에게 당직 공무원이 물을 가져다 주며 인적사항과 이유를 묻고 있다. |
14일 밤 11시 30분경 창원시청 의회 쪽 주차장 입구.
경찰 순찰차가 정차하면서 60대 후반에서 70대로 보이는 할머니 한명을 부축해 내리게 한다. 경찰은 할머니에게 뭐라고 설명를 하며 시청 당직실 쪽을 가리킨다.
이어 할머니는 시청 당직실을 향해 걸어간다.
차림새는 누가봐도 행려자인 것을 느낄 정도로 머리는 헝클어진 채 풀어 헤처져 있었고, 슬리퍼를 착용한 채 남루한 옷차림에다 절룩거리며 걸음걸이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경찰에게 어찌된 영문인지 물었더니 "행려자인 것 같은데, 잠 잘 곳이 없다고 해 시청으로 데려왔다"면서 "경찰이 재워줄 수 있는 곳은 없고, 시청에서 행려자를 임시로 쉬게하는 제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시청 당직실을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경찰들은 먼 발치에서 할머니가 당직실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뒤 다시 순찰업무를 떠나는 모습이었다. 창원시청 당직실에는 2명이 근무를 서고 있었다.
근무자들은 난데없는 할머니의 방문(?)에 놀라 영문을 물었다.
할머니는 "강원도에서 왔는데 가방도 잃어 버렸고, 갈데가 없다"면서 시장실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덜썩 주저 앉았다.
목이 마르다며 물을 달라고도 했다. 일단 물 한컵을 건네준 당직자들은 전화번호를 찾더니 어디엔가 전화를 거는 모습이 창 밖에서 목격됐다.
그러는 과정에서 물 한컵을 다시 가져다 주는 모습도 목격됐다. 자정이 다 된 늦은 시간인데도 상당수의 공무원들이 그제서야 퇴근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그러더니 계장 급으로 보이는 당직자가 출입문 옆에 주차시켜 놓은 소형 차량의 시동을 걸며 할머니를 태우려 했다.
그제서야 기자가 승용차 옆으로 다가가 어찌된 영문이냐고 묻자 "이유야 어떻든 할머니가 날씨가 차가워지는 밤에 갈 곳이 없다고 하니, 신분확인은 내일하기로 하고 일단 시에서 위탁하는 모텔에서 숙박할 수 있도록 긴급 조치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할머니를 태우고 떠나는 고참 당직자는 젊은 당직자에게 "빨리 갔다 올테니 그동안 당직 잘 서"라는 말을 남긴 채 부리나케 떠났다.
할머니의 말투와 행세, 차림새, 당식실에서 하는 행동 등을 볼 때 누가봐도 `상습적인 행려자`의 행동으로 밖에 비칠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당직자들은 시청을 찾은 한밤의 불청객을 맞아 묵묵히 약자들을 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것이 14일 자정을 넘기는 창원시청 당직실 주변에 비친 따뜻한 공직자의 모습이었다.
/정종민 기자
http://www.changwonilbo.com/news/13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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