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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 부산사투리보존협회장 |
그렇게 춥고 꽃샘바람이다 무엇이다 하더니 살며시 우리 곁에 봄이 와서 온 산이나 들녘에 꽃대궐을 만들어 놓고는 언제 떠났는지 봄꽃은 지고 초여름이 다가왔다.
미국에서는 홍수, 가뭄, 바람, 눈사태로 인명피해를 내고 며칠 전에는 강원도 강릉 삼척 산불로 인해 말이 아니었다. 사고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이제 19대 대선도 끝나고 대통령이 취임한 지 보름여쯤 됐다. 지난 18일은 5.18민주화운동기념일이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이날 대통령 지시에 의해 공식적으로 함께 불렀다.
왜 구정권에서 이 노래를 못 부르게 했는지?
단순히 북한의 김정일을 찬양한 것이라는 헛소문이 돌면서 합창단이 합창을 했는데 이번에 제창을 한 것이다.
애시당초에는 `님을 위한 행진곡` 이었는데 맞춤법 표기상 임으로 바꿨다.
여기서 임은 광주민주화운동 때 희생당한 이들을 아우르는 것이라고 한다.
이곡은 1982년 4월 당시 윤상원, 박기순 열사의 영혼결혼식에 사용하려고 만든 테이프에 담겨 있던 것을 재야인사 백기완의 시, `묏비나리`에서 가사를 따오고 당시 전남대에 재학중이었던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 곡을 붙여 오늘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래서 보수단체에서 적성국가의 냄새가 난다고 해 부르지 말라고 했다.
임하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그것이다.
아직도 학자 간에 임이냐 님이냐 이지만 언문학회에서 임을 교착화시켰다.
임은 사랑하는 사람인지, 조국인지, 부처님인지 시를 적은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조국이 해방됐건만 이념논쟁으로 75년간 계속 이렇게 하고 있으니 선조들 뵐 낯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5.18정신을 헌법에 넣겠다고 호언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고 세월호 침몰 역시 책임자를 규명하겠다고 하는데 어디 전쟁 치러간 군인도 아니고 자기네들끼리 수학여행을 하면서 변을 당했음에도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지금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와 희생자 유골도 찾고 갖가지 유품들을 건져내고 있다.
아직 몇몇 국회의원들은 왼쪽 양복깃에 노란리본을 훈장처럼 달고 다닌다.
정권을 잡으면 무슨 분풀이 하듯 과거 정권을 폐당으로 몰고가는 그야말로 물고 물리는 정치는 신물이 난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닥쳐오지 않았으니 오늘의 일은 오늘에 살피라는 옛 어른의 말씀이 크게 회자돼 온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할 때 그 소리는 매우 우렁찼고 한덩어리가 된 기분이었다.
숨어서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이제는 내어놓고 부르는 노래라 그런지 장엄하고 행진곡처럼 폐부를 찌른다.
5.18민주화운동 계승도 좋지만, 가산점을 주는 제도는 한 번쯤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헬기사격까지 포함해 발포의 진상과 책임을 반드시 밝혀내고 5.18 관련 자료의 폐기와 역사 왜곡을 막겠다는 문대통령의 말은 또다시 편가르기인가 아니면 역사의 앞날이 아니라 역사를 후퇴시키겠다는 것인지?
지도자의 일거수 일투족이 이 나라를 또다시 거꾸로 돌리자는 것인지 묻고 싶다.
며칠 전 함안박물관 후원에 있는 아라홍련 푸른 이파리를 보았다.
700여 년 전의 연씨가 살아 이렇게 세속에 처해 있어도 변함없이 싱그러움을 간지하고 있듯 `임을 위한 행진곡` 또한 영원히 잊혀지지 않고 불리어지기를 바라는 맘 간절하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169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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