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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전문기자 |
특수 활동비는 국가의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 수사, 보안 활동을 위한 예산으로 `국가재정법`상 비목중 하나로 분류된다. 이는 정보기관(국정원), 사법기관(검찰, 경찰), 정부 부처(대통령실) 등에서 활용될 수 있으며 예산은 국회에서 승인받아야 하고 기획재정부가 편성한다. 문제는 이 예산이 공개되지 않는 예산이라는 점이다. 어디에, 어떻게, 누구에게, 얼마나 썼는지를 공개할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에 깜깜이 예산, 묻지마 예산이라는 비판이 반복되어 왔다. 이 때문에 대통령 특활비는 과거 뿐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다.
즉 민주당은 지난해 2025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 대한 특활비를 전액 삭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민주당 대표시절 어디다 썼는지도 모르는 특활비를 삭감한 것인데 이것 때문에 살림을 못 하겠다고 하는 것은 사실 조금 당황스러운 얘기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예비비와 특활비를 삭감한 것은 잘못된 나라살림을 정상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며 대통령실 특활비를 삭감했다고 해서 국정이 마비되지도 않고 검찰 특경비를 삭감했다고 해서 국민이 피해를 입지도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에 더불어 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활동 중엔 고도의 보안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서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특활비 증액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추경 안에는 민주당이 야당 시절 삭감했던 검찰 특정업무정비(특경비) 507억원과 감사원 특경비 45억원이 이미 반영됐다. 여기에 대통령실 특활비까지 부활시키려고 준비 중이다.
정말 아이러니하다. 왜 이러나. 이렇게 왔다갔다. 하는 예산 편성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이에 국민의 힘은 지난 7월 3일 민주당이 국회 추가경정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야당 시절 전액 삭감(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특수 활동비 82억 5,100만원)했던 대통령실 특수활동비의 증액을 요구한 데 대해 내로남불 표리부동 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이런 식으로 정치하면 안 된다 라며 우리(여당)때는 야당이 몰상식하게 진짜 아무런 일도 못 하게 견제하더니 이번에 본인들이 정권을 차지하니까 또 마음대로 한다고 주장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민생 추경이라고 급하다고 우기더니 알고 보니 대통령실 특활비가 그렇게 급했나라며 대통령실 특활비 삭감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이것 때문에 살림 못하겠다는 것은 당황스럽다. 증액 안 해줘서 문제라는 것은 정말 황당하다고 했다.
그런 민주당이 대통령 취임 고작 한 달 만에 특활비 증액을 요구한다며 염치도 양심도 없는 가히 내로남불, 표리부동 끝판 세력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이 하면 정상화이고 남이 하면 적폐라는 민주당의 내로남불, 조령모개식 오만한 태도라며 이 대통령은 특활비를 부활시키려면 윤석열 정부시절 야당 대표로 특활비 삭감을 진두지휘했던 장본인으로서 특활비 삭감이 국정 마비에 목적이 있었다는 진실을 먼저 고백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섭 의원 역시 SBS 라디오에서 과거 열을 올리며 특활비를 삭감하더니 이번에 올린 이유가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올린다고 한다며 당시 원활한 국정 운영을 하지 말라고 특활비를 깎은 것 아닌가?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라고 쏘아붙였다.
아무튼 민주당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특활비가 깜깜이 예산이라며 폐지를 외쳤고 박찬대 당시 원내대표는 삭감해도 국정 마비는 없다며 큰소리를 쳤다. 같은 당에서 이렇게 정반대의 입장을 불과 몇 달 사이에 번복하는 행태는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국민의 힘이 내로남불의 끝판 왕 이라며 맹공을 퍼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적 유 불리에 따라 말을 바꾸는 행위는 그 자체로 신뢰를 깨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중적 행보가 특활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정성호 의원은 국회 기재위에서 한국은행의 대규모 일시 대출을 지적하며 "정부가 돈을 빌려달라고 해서 무조건 빌려줘서는 안 된다"며 이전 정부의 돈을 빌리는 것을 두고 나라 재정을 파탄 낸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마자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자신들이 비판하던 그 방법을 그대로 그것도 훨씬 더 큰 규모로 쓰고 있는 것이다.
이걸 지켜보는 국민 입장에서 보면 가령 어제는 탄산 음료수가 몸에 나쁘다며 마시지 말라고 그렇게 혼내던 엄마가 오늘 갑자기 덥다며 탄산 음료수를 박스째 사 와서 마시는 모습을 보는 기분이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이런 일관성 없는 모습은 단순히 말을 바꾸는 문제를 넘어 국가 재정 운용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혹시 선거 때 내세웠던 공약들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는 건 아닌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낳게 한다. 그래서 정치인은 자신이 한 발언과 정책이 국민에게 어떻게 각인되는지 어떤 기준으로 평가받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
정책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변화에는 설득 가능한 논리와 시기가 있어야 한다. 지금 민주당의 태도를 보면 일의 앞뒤를 잘 헤아려 깊이 생각하는 신중함이 없는 무대포식 논리. 즉 나라 살림살이를 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니 해야 한다. 라는 노선 방향을 급히 바꾸는 것이다.
정치의 신뢰는 말과 행동이 일치할 때 지켜진다. 민생을 위한 재정 확대든 안보와 기밀 유지를 위한 특활비든 그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누가 정권을 쥐든 불문하고 일관된 기준, 규칙과 투명한 절차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2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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