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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위원 |
새해를 맞이해 새로운 꿈과 희망을 노래한 적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의 끝자락이다.
쨍하고 금이 갈 듯한 겨울 하늘은 정녕 눈이 시릴 정도로 맑고 푸르다. 저마다의 의미가 담긴 한 해를 돌아보면서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의미를 새겨봤다.
노자 16장의 말이다. "사람은 살아 있을 때는 신체가 유연한데 죽으면 굳어진다. 풀과 나무도 살아 있을 때에는 부드러운데 죽으면 마르고 뻣뻣해진다. 그러므로 굳고 강한 것은 죽음의 현상이요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살아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군대가 강하면 도리어 승리하지 못하고 나무가 강하기만 하면 도리어 꺾이는 것이다. 강하고 큰 것은 아래에 머물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위에 되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다"라고 말했다.
노자는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는 원리를 여러 군대에서 설명하고 있다. 노자 43장에는 실체가 없는 도가 실체가 있는 만물을 주재한다는 의미에서 "천하의 지극히 부드러운 것이 천하의 지극히 강한 것을 지배한다"라고 말했다. 78장에서는 물을 비유로 들어서 약한 것이 이기는 원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세상에서 물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다. 그러나 어떠한 굳세고 강한 것도 물을 이기지는 못한다. 그것은 물보다 더 유학할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굳센 것을 이긴다는 것은 천하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 단지 실천하지 않을 뿐이다"라고 했다.
약자가 강자를 지배하며 강자만이 살아남고 약자는 자연히 도태된다고 하는 것이 자본주의 이론의 핵심이다. 따라서 강한 것이 약한 것을 이긴다고 생각하는 것은 현대인의 상식처럼 돼있다. 여기서 우리는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노자의 주장이 억지소리인가 아니면 강한 것이 약한 것을 이긴다는 현대의 상식이 잘못된 것인가를 놓고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해답을 어디서 구해야 하는가? 그 원리는 자연의 법칙에서 찾아보는 것이 가장 현명할 것이다. 수양버들 가지는 약하지만 다른 나무를 묶는 데 쓰인다. 가늘게 떨어지는 빗방울은 딱딱한 바위에 구멍을 뚫는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자연 현상을 조금만 눈여겨 살펴보면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노자의 주장이 억지가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게 된다.
지난여름 태풍 때 웬만한 가로수의 허리가 꺾이고 뿌리째 뽑혀나갔다. 그러나 갈대나 억새들은 바람 따라 드러누우니까 태풍이 비바람이 그치자 바로 일어섰다.
"나는 아테네를 지배하고 내 아내 당신은 나를 지배하며 당신 아들은 당신을 지배한다"어느 영웅전에 나오는 말이다. 언제나 천하를 지배하는 것은 영웅이었고 또 그 영웅을 지배하는 것은 여성이었다.
산을 뽑을 수 있는 강한 힘과 세상을 덮을 수 있는 기개를 가졌노라고 자랑했던 항우, 결국 그의 마음을 끝까지 사로잡은 것은 우미인(虞美人) 이었다. 관우와 장비를 능가하는 힘을 가졌던 여포를 손안에 넣고 주무른 것도 결국은 왕윤(王允)의 가희(歌姬) 초선(貂蟬)이란 사실도 그렇다.
강한 것이 약한 것을 이기는 눈앞의 현상에만 집착하지 말고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는 자연의 원리와 법칙을 따라 배울 때 이 세상을 영원한 승자로 살게 될 것이다.
시비가 붙었을 때 상대방이 먼저 욕설을 퍼붓고 말투가 험해질 때 똑같은 방법으로 맞대응하는 것은 싸움만 더 커질 뿐이다. 상대방이 아무리 험한 말을 하고 심지어 폭력적 위협을 가하더라도 침착하고 태연하게 점잖은 말로 잘 구슬리면 오히려 상대방의 흥분도 가라앉게 돼 원만하게 합의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노자의 말이다. "달이 차면 지듯이 만물은 성하면 반드시 쇠하기 마련이다. 즉 물극필반(物極必反)하고 세강필약(勢强泌弱)하는 것이 불변의 자연법칙이다" 유약(柔弱)이 강강(剛强)을 이기는 이치로서 천하를 허정(虛靜)으로 돌리고자 했다.
노자는 미명편(微明篇)에서도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유약이 반드시 억세고 강한 것을 이긴다. 물고기가 깊은 못에서 벗어날 수 없듯이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는 심오한 도리를 함부로 사람에게 내 보서는 안 된다"며 "천하에서 가장 유약한 것, 즉 물은 천하에서 가장 견고한 것 즉 금석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 무형의 물은 틈이 없는 것 즉 유형의 금석 속에 파고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생명체가 세상에 태어나 다 같을 수는 없다.
양육강식이라고 약한 자는 강한 자의 밥이다. 그러나 약한 자가 강한 자에 빌붙어 생명을 유지하거나 약자끼리 연합해 강자에 대항할 수도 있다. 이런 인위적인 것을 제외하고도 약하고 부드러운 것이 결국은 강한 것을 이겨내고 살아남는다고 선인들은 가르친다. 어떤 일을 해결할 때 힘으로 누르는 것이 이기는 듯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부드러움으로 감싸는 것보다 오래가지 못한다는 말이다. 덕으로 감싸 안아 마음으로 우러러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20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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