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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쁜소식마산교회 목사 |
속담에 지진이 나면 대나무 밭으로 가라는 말이 있다. 대나무의 뿌리는 가로세로 서로 얽혀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어 강풍이나 지진에도 끄떡없기 때문이다.
이 대나무 중에도 좀 더 특이한 성장 과정을 거치는 대나무가 있다. 바로 중국의 극동지방에서만 자라는 희귀종 `모소 대나무`이다. 그 지방 농부들은 모소 대나무의 씨앗을 여기 저기 뿌려놓고 물을 주며 매일 같이 정성 들여 키운다. 그러나 처음 3㎝ 자라난 죽순은 그 후론 좀처럼 자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물을 주고 거름을 줘도 더 이상 자라지 않고 마치 성장이 멈춘 듯하다. 그러기를 2년, 3년, 4년 다른 농부의 씨앗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있는데 반해 모소 대나무의 씨를 뿌린 농부의 싹은 4년 지나도 불과 3㎝ 밖에 자라지 않는다. 그러나 그 지방 농부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묵묵히 물과 거름을 줘 부지런히 보살핀다.
그런데 5년 째 되는 어느 날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겨우 3㎝ 불과하던 싹은 엄청난 속도로 자라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5년째부터 모소 대나무는 하루에 30㎝ 이상 자라기 시작해 6주 만에 15m 이상 성장해 순식간에 울창한 대나무 숲이 된다.
농부들이 남들은 알아주지 않아도 끝까지 모소대나무에 정성을 쏟는 이유는 그들이 바보라서가 아니다. 농부들은 모소 대나무가 보이지 않는 쪽에서 성장하고 있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모소 대나무는 이렇게 주인의 보살핌 속에서 더욱 깊이 뿌리를 내리고 때가 되면 아주 안전하고 높게 몇십미터를 뻗어서 자라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서로 얽히고 설켜 지반을 움켜쥐듯 자란 뿌리는 강한 태풍과 지진을 이겨내는 힘을 갖게 된다. 모소 대나무는 언젠가 때가 되면 외형적으로 나타날 변화와 성장에 자신을 집중시키기보다 보이지 않는 뿌리 내림에 집중하면서 깊이깊이 서로 얽히며 강하게 결속돼 간다.
현대인들은 보이지 않는 내면에 깊이 뿌리 내리려는 자세가 많이 필요하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의 흐름 속에서 어서 빨리 눈에 보이는 성과를 위해 남보다 높이 뻗어나가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행동할 때도 많다.
모소 대나무에게 묵묵히 물을 주며 오래도록 기다리는 농부가 답답하고 미련하게 보일 뿐 더딘 성장 뒤에 감춰진 울창한 군락을 이룬 대나무 숲을 보고 있은 농부의 혜안은 발견하지 못하는 듯 하다.
외형적인 변화에 민감한 우리는 모소 대나무가 보이지 부분에 성장하고 있음은 발견하지 못한다.
3~4년 동안 3㎝ 밑의 땅 밑에서 모소 대나무는 한 순간도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 기간 동안 모소 대나무는 땅 속에 수 백미터에 이르는 뿌리를 뻗치며 내면에서 자라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가장 빨리 배우는 말은 "빨리 빨리"라고 한다. 바쁜 우리네 부모들은 어떻든 내 아이가 좀 더 앞서가길 바랄 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성장을 통해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자녀들과 마음을 나누고 그들에게 맞는 적성과 꿈에 대해 알아본다거나, 자유로운 사고와 창의력을 키울 행복한 시간들을 마련해 주지 못한다. 모소 대나무처럼 깊은 내면의 성장이 있다면 좀 더딜지라도 머잖아 지진을 견딜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데도 말이다.
당장의 결과 때문에 먼 미래를 보는 태도와 사람과의 관계에서 얻는 수많은 지혜를 잃어버리게 된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내면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성장하는 모소 대나무가 비록 더딜지라도 차곡차곡 뿌리의 성장을 이뤄 순식간에 크고 원대한 대나무 숲을 이루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해 모소 대나무는 태풍과 지진을 이기는 강력한 뿌리의 네트워크로 자신들 뿐 아니라 위험을 감지하고 온 동물들에게도 보금자리를 줄 수있는 훌륭한 안식처가 된다.
우리는 삶의 방향을 어느 쪽에 맞추고 살아가는지 생각해 봐야한다. 눈에 띄는 외형적인 변화에 주목하고 살아가는가? 아니면 모소 대나무처럼 내면의 성장에 삶의 중심을 두고 살아가고 있는가?
사람들이 금방 금방 변하는 외형적인 것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모소 대나무처럼 보이지 않는 땅 밑에서의 변화, 즉 내면이 성숙되고 마음이 자라는 것에 관심을 둔다면 때가 됐을 때 괄목할 만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우리의 삶을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내면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살 수 있다면 우리는 모소 대나무가 태풍과 지진에도 무사히 견디며 큰 숲을 이루는 것처럼 나와 나의 가족, 내 주변을 안전하고 행복하게 지켜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244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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