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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희중앙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장 |
지난 3월 23일 오전 7시 40분 수에즈 운하(Suez Canal)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세계 최대 규모 컨테이너선(Golden-class, 22만톤, 폭 59m, 길이 400m, 컨테이너 2만여개 적재) ‘Ever Given’호가 모래폭풍(74km/h)에 선체가 항로를 이탈해 바닥과 충돌해 좌초되었다는 외신의 보도가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연합뉴스 보도자료에 따르면, 수에즈운하의 일일 선박 이동량은 평균 51척, 연간 약 1만 9,000척, 전세계 교역량의 12%를 차지하며, 운하 차단으로 이집트 Suez와 지중해 Port Said 양쪽에 정체된 선박이 450여척에 화물운송 차질 추정 비용으로 일일 지연시 선주 손해 비용 6만달러, 해운산업 전체 매일 100억달러 정도의 손실이 발생된다고 한다.
또한 우회해 남아공 희망봉(Cape of Good Hope) 경유시 추가 거리는 약 9천km, 대형 유조선 원유 수송시 연료비 30만달러, 소요 일시는 7~10일 정도 된다고 한다. 앞으로 야기될 운송 일정 지연과 엄청난 경제적 손실의 결과가 발생될 우려가 커진 것이다. 수에즈 운하의 이번 사고는 전 세계가 빈틈없는 물류망으로 촘촘히 연결해 공생하는 글로벌 시대를 실감하게 했다. 단순 사고가 ‘물류 동맥경화’를 넘어 국제유가 등 글로벌 경제에 상당한 연쇄 파급효과를 낸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동시에 ‘지정학·지경학적 급소’라는 용어의 의미를 새삼 일깨웠다. 수에즈운하는 국제정치에서 ‘초크포인트’라고 부르는 지정학적 요충지·관문의 하나다. 해양 국가가 지정학적으로 국력을 유지했던 비결이다. 주요 해로의 병목인 호르무즈 해협, 믈라카 해협, 파나마 운하, 지브롤터 해협, 보스포루스 해협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수에즈운하는 길이 193.3㎞에 폭은 수상에선 205~313m이고(사고지점 274m), 수심 24m, 운하 밑바닥 폭 121m, 이런 좁은 수로에 컨테이너선이 대각선으로 걸리면서 물류가 일시 위기를 겪었다. 지정학적 요충지인 수에즈운하가 이렇게 좁고 이집트 당국의 운영과 관리가 허술하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다. 사건 발생 7일만에 뱃머리가 박힌 제방에서 18m 굴착작업과 9천톤의 평형수를 줄이고 선체 일부 부양이 이뤄지며, 3월 29일 오전 만조시에 부양작업 성공으로 정상 항로로 복귀 발표가 있었다.
이집트 당국이 사고책임자로 선장을 지목한 이유를 보면, 사고 당시 에버기븐호의 비정상적 속도와 항로 때문인 것으로 수에즈운하 내 제한 속도는 7.6~8.6노트지만 에버기븐호는 좌초 직전에 13.5노트의 속도로 운항했으며, 배의 항로도 매우 불안정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이집트 당국은 앞서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선장의 운항 미숙 등 인재 혹은 선체의 기계적 결함 등으로 의심된다고 밝힌 바 있다.
에버기븐호 측에서는 사고 당시 계속 불었던 모래폭풍 등 자연재해 때문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수에즈운하 관리청장은 언론에 사고 직후 "강풍이 주요 사고 원인은 아니며 기계적 결함이나 사람의 실수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에버기븐호는 대만 에버그린이 선사이고, 일본 쇼에이기센이 선주라고 한다. 해상에서의 손실 비용에 대해 소유주와 보험업자가 공동으로 분담하는 이른바 공동 해손(general average loss)이 선언될 경우, 보험금 지급 과정이 복잡해져서 절차가 끝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으며 에버기븐호의 인프라 손상이나 장애 손실 등을 보장하는 곳은 영국 P&I 클럽으로 밝혀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집트 당국은 운하 파손, 장비 및 인건비 등 고려 1조천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선박의 좌초 원인을 다시 보면, 수에즈 운하 부근 사막의 모래폭풍인가, 선장과 항해사 등의 인재인가, 수에즈운하 통과시 탑승한 도선사 잘못인가 등등 여러 각도에서 추정이 요구되며 이집트 당국은 도선사 과실이 있어도 운하에서 발생한 사고는 선장의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어, 국제적 논란의 여지가 있고, 해결의 장기화 또는 쌍방간의 치열한 과실 논쟁과 다툼이 예상된다.
2014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침몰의 경우도 선박의 불법 개조, 화물 과적, 조타 실수 등의 여러 원인 중에서 대법원 최종판결은 선장의 과실을 중히 여겨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0년 4월 발생한 부산신항 부두크레인 추돌사고를 야기한 컨테이너선의 경우도 선박의 과속 원인이 가장 큰 원인으로 주목되었다. 2012년 1월 이태리 근해에서 좌초한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의 경우도 운영사인 코스타 크로시에레는 사고 관련, 선장의 판단착오가 있었다고 밝혔으며 아울러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선장은 국제기준에 의거한 코스타 크로시에레의 비상조치를 따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2020년 8월 인도양의 섬나라 모리셔스 해안에서 좌초해 기름 유출 사고를 일으킨 일본 화물선이 결국 두 동강 나면서 피해가 확산됐고, 해당 선박이 무선인터넷 신호를 잡으려 육지에 접근했다가 좌초됐다는 진술이 보도되며, 부주의하게 정해진 항로를 벗어나려다 사고를 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사건들을 들여다보면 휴먼 에러, 즉 인재의 개입여지가 충분히 보여지고 있다. 바다를 항해하며 순간순간 급변하는 해양기상환경의 조건도 고려가 되지만 대형 선박의 사고와 운항 변수에서 자연환경 변화 보다는 선장과 항해사, 도선사 등의 직무태만에 기초하는 위반(violation) 요소가 깊이 관여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 또는 위반 요소에는 일상적 위반, 상황적 위반, 예외적 위반, 최적화 위반, 그리고 생각 없는 위반도 있다.
수에즈운하 사건도 인재일 가능성에 아마도 분명 어느 하나에 속한 위반 요소가 있었을 것이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248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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