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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05/19  창원일보
[차상은 칼럼]
'시간압박`은 사고의 위험요인 될 수도 있다

객원논설위원/경희대학교 교육협력 중앙병원 특임이사
살아가면서 시간압박(time pressure), 시간빈곤(time poverty) 또는 시간결핍(time deficit) 등의 단어를 듣기는 힘들어도 여기에 나도 모르게 젖어 열심히 살아간다.
 

10여 년 전에 연구한 사례에서는 한국 기혼부부가 경험하는 시간결핍과 시간압박 수준은 성별, 맞벌이 여부, 자녀유형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며, 그중 맞벌이 여성의 시간압박이 가장 심하지만, 미취학 아동을 둔 전업주부의 시간결핍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자료를 접한 적 있다.
 

최근 `시간을 가장 많이 낭비하는 활동`에 대한 조사에서는 넷플릭스, 유튜브, TV 시청 등이 38.7%로 가장 높으며, SNS, 인터넷 검색 31.1%, 각종 외부 모임 20.9%, 집안일 20.8% 등으로 나타나 최근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것 같다.
 

세계적인 감염병 대유행으로 거리 두기, 재택근무, 활동 제한 등의 요소가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시간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을 수도 있다. 또한 한국인들은 직장 일터 출퇴근, 대면 활동 연계한 각종 회의, 교육과 연수, 회식과 모임 등이 재개되면서 만성적인 시간부족 스트레스가 다시 가중될 것이다.
 

2004년 미국 캔트주립대 수전 록스버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시간압박을 많이 느끼는 사람일수록 스트레스가 높아서 우울증의 유발ㆍ연계 가능성도 지적했다. 시간빈곤에서 벗어나는 실천방안 중에 `우선순위 정하기`, `시간 잡아먹는 앱 삭제하기`, `거절도 잘하기`, `시간 가계부를 써라` 등의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정반대 개념으로 비즈니스 협상 등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기본원칙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시간압박`(time pressure)이고, 다른 하나는 `배트나`(BATNA: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ㆍ협상 결렬 시 취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의 존재 여부라고 한다. 상대방의 시장적 지위, 포지션, 요구 사항의 정당성 등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시간압박`은 중요 변수인 것이다.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요인 중에서 과업요인(task factors)에는 `과업의 크기`, `반응양식`, `과업의 유형`, `정보제공양식`도 주요하지만 `시간압박` 변수도 관여한다고 한다.
 

올해 1월 발생한 광주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현장에서 16개 층 이상의 외벽 붕괴 사고의 원인은 39층의 시공법을 임의 변경해 시공, PIT층에 동바리(가설지지대) 대신 콘크리트 가벽을 설치하면서 증가한 하중이 슬래브 중앙부에 집중, PIT층 아래의 동바리 조기철거, 콘크리트의 강도부족(85% 수준 이하)과 품질 불량으로 철근의 부착성능도 저하된 상태로 고층부에서 발생한 1차 붕괴가 23층까지 이어진 것이며, 공사관리 부실로 시공 과정을 확인하고 붕괴 위험을 차단해야 할 감리자의 역할이 부족, 공사 감리 시 관계 전문기술자와의 업무협력을 이행하지 않아 구조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점 등 공사 이면에 경제성과 연계된 공기단축, 즉 시간압박 요소가 전반적으로 관여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2020년 6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 관련 보도자료를 요약하면, 이 공사 현장의 유해위험방지계획서에는 지하 2층에서 화재 등 위험 발생 시 기계실로 통하는 방화문을 거쳐 외부로 대피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결로현상을 방지할 목적으로 방화문 설치 공간을 벽돌로 쌓아 폐쇄했고, 지하 2층에서 숨진 4명은 이렇게 폐쇄된 방화문을 뚫고 대피하려다가 실패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지상 1층부터 옥상까지 연결된 옥외 철제 비상계단은 설계와는 달리 외장이 패널로 마감돼 지하 2층에서부터 시작된 화염과 연기의 확산 통로가 됐다. 또한, 우레탄폼 발포와 용접 등 화재와 폭발의 위험이 있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일정을 조정해 피하려고 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아 공사 전반에 걸쳐 동시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안전조치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공기단축하려고 근로자 추가로 투입하고, 결로 막으려 대피로 차단해 인명피해는 커졌고, 화재와 폭발 위험요소 동시작업 금지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서 대형 폭발ㆍ화재 사고가 발생해 전체적으로 공기단축, 즉 시공 공정과 일정, 작업자 모두에게 시간압박 요소가 깊이 관여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사건 또는 사고 발생에서 에러 전조증상(error precursors) 원인 분류에서 업무요구도(task demands) 관련 주요 변수에는 업무 과부하, 다중작업수행, 단순반복작업, 회복 불가능한 행동, 업무인지 및 소통요건 부적절, 불분명한 목표, 역할과 책임소재 등의 요소도 중요하지만, 업무수행 관련 서둘러야만 하는 상황, 시간압박 변수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물론 작업자의 개인적인 업무 수행능력, 일터 근무환경 및 개인의 성격과 특성도 관여가 될 수도 있다.
 

독일 지멘스사의 작업자 업무수행 관련 에러 전조증상 함정요소 중에서는 시간압박 요소가 첫번째를 차지한다고 공개된 세미나 발표자료에서 제시했다. 두 번째는 일터의 산만한 요소 또는 방해 요소를 들었고, 다음은 업무의 비숙련도, 스트레스, 업무 과부하, 작업조건 변경, 작업수행 지식 부족, 작업자 습관 패턴, 다중작업수행, 혼란스러운 표시 및 제어, 신기술 접목, 가정(설마 논리) 등의 순으로 지적하고 있다.
 

업무수행 관련 직무스트레스 부하요인에 시간압박은 양적 요구조건이며, 직무통제와 절차공정성이 결여 또는 무시되면 사고 발생의 위험요인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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