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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01/29  창원일보
[우외호 칼럼]
돈거래는 돌려 받지 못해도 괜찮을 때 해라

논설위원
햇살이 잘게 부서지는 어느 가을이었다. 친분을 이어가고 있는 재력가인 모 회장이 어느 사람을 지칭하며 "돈을 빌려 달라고 해 입장이 난처하다. 어떻게 해야 되느냐"라고 의견을 구했다. 필자는 돈 빌려달라는 과정을 듣고, 판단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돈을 빌려달라는 과정이 의심스러웠다. "어느 곳에 투자했는데 100억원이란 거금의 차액이 생기는데, 1억원을 빌려주면 자신에게 20억을 주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100억원이란 차액이 발생하는 곳에 투자할 사람이 당장 1억원을 빌릴 데가 없다는 것이 허세란 것이다. 즉 요즘 정치권에서 회자 되는 양두구육이란 생각이 들었다. 겉은 번지르르하나 속은 변변치 않다는 것 즉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란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돈 빌려줄 땐 돌려받지 않아도 문제가 없을 때 빌려줘야 한다. 그렇지 않음 빌려줄 여유가 없다고 상대에게 단호하게 말해라. 상대가 딱하다는 생각에 빌미를 주지 마라. 꼭 빌려주고 싶다면 못 받는다고 생각하고 빌려줘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렇다. 살면서 가장 어려운 부탁 중 하나가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일 것이다. 하지만 그 부탁을 안 해본 사람은 거의 없고, 그 부탁을 안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크고 작은 액수의 돈을 때론 가까운 사람에게, 때론 멀게 느꼈던 사람에게 빌리기도, 빌려주기도 한다. 그러나 빌려줄 땐 유의할 점이 있다. 돈을 받지도 못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해야 한다. 돈을 빌려주되 빌려주는 게 아니라 그냥 준다는 생각으로 주고,떼이더라도 훌훌 털어버리고 잊어버릴 수 있을 때 빌려줘야 한다.
 

우리는 매순간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 선택의 결과들이 모여 오늘의 나를 선택한다.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특히 선택이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누군가의 조언을 구할 필요도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최고의 대답은 `빌려주고 싶긴 한데 돈이 없다`이다. 어떤 경우에는 가장 이상적인 대답이다. 상대방 입장도 공감하지만 나도 어려워서 마음뿐이라는 대답으로 말이 길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게 평소의 실제 내 형편일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혹자는 상대가 말을 꺼내자 말자 단칼에 `아는 사이엔 돈 거래 안 한다`고 할 수도 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좋다. 하지만 불편하다. 상대도 나름 고민하다 힘들게 부탁할 때 굳이 야박하고 독하게 거절할 필요가 있을까? 결과가 같다면 대답도 부드러운 게 좋다. 당신이 같은 입장이 될 줄 누가 알겠나. 사람 인생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한 방법으로 해결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내게 돈이 있다는 걸 알고 찾아오는 경우다.이 경우가 가장 거절하기 어렵다. 어지간해서는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신이 불편한 감정을 느끼도록 자극하는 것도 망설이지 않는다. 친구나 지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이때는 빙빙 돌리지 말고 직구를 던지는 게 가장 좋다. 독하고 못된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든다면 성공이다. 상대도 그렇게 느껴야 문제가 해결된다. 상대방 돈을 자기 돈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도움을 거절당하면 비난과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기도 한다. 기꺼이 사람 좋다는 소리 듣고 후회하느니 독하다는 소리 듣고 마음 편한 게 훨씬 낫다.
 

`돈 거래 안 한다`는 말 도저히 못 꺼내겠다면 여유 돈이 있었지만 다른 데 묶여있다 혹은 빌려줬다고 하면 된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대답을 들으면 포기한다. 그런데도 계속 버틴다면 관계를 끓는 게 좋다. 척 보면 답이 나온다.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신세를 많이 진 상대이나, 앞으로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할 상대라면 대답이 달라질 수 있다.
 

단 전제 조건이 있다. 돈을 돌려 받지 않아도 내 생활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돈을 빌려줄 때는 차용증과 이자율도 정하고 언제까지 갚을지 명확하게 한다.
굳이 까다롭게 구는 이유는 책임감을 지우기 위해서다. 내심으로는 그냥 준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려야 상대가 돈을 못 갚더라도 속 썩을 일은 없다. 돈 거래에 있어 최악의 상황은 상대를 잘못 판단한 경우이다. 약도 없고 해법도 없다. 무조건 얽히지 않는 게 상책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돈도 잃고 친구도 잃어봤을 것이다. 돈을 안 빌려줬더라면 당장은 서운했더라도 친구는 잃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돈 빌려줬다가 그동안 가려져 있던 모습을 알게 돼 관계를 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사람들은 평소 모습과 돈이 얽혔을 때 모습이 전혀 딴판이다. 적반하장은 기본이고 처음부터 돈을 갚을 생각도 없다. 감언이설에 능하고 상대가 원하는 말을 기막히게 구사한다. 결론은 `지인 간 돈거래는 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이라는 기본원칙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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