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갖고 있는 창원시의회가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해안과 접한 사정이 마찬가지인 사천시의회 의원들이 지난 17일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선 것과 대비된다.
사천시의회는 제269회 사천시의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피해 금지 및 대책 특별법 제정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내륙 깊숙이 위치한 안동시의회도 지난 17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철회를 촉구하는 건의안을 채택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거나 방류계획을 철회하라는 성명은 전국에서 붓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광주 서구의회는 지난 17일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출 규탄 성명을 내고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를 방출하려는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윤석열 정부에 적극 대응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본해양수 오염의 직격탄을 맞을 제주도는 비상이 걸린 상태다.
제주도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에 대비해 TF를 구성해 대응에 나선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등 도내 6개 야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6개 야당 도당 대표들은 지난 10일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만간 오영훈 도지사와 만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도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창원시의회의 반응은 지난 10일 민주당 의원단이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 철회와 함께 창원시에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비한 대책 수립을 촉구한 것이 전부다.
이날 시의회 민주당 의원단(원내대표 백승규)은 회견문을 통해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를 위한 해저터널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면서 "2021년 기준 창원시의 수산물과 가공품의 생산량은 3만6천톤에 달해 오염수 예정대로 방류될 경우 수산업과 연관 산업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기에 반대 입장 표명과 정부에 강력한 조치를 촉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경남도, 부산시와 달리 창원시는 아무런 대책을 발표하지 않았다"면서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안전 검사 확대 강화, 방사능 분석 장비 및 전문인력 확보 대책 수립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창원시의회 전체의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창원시 의회 국힘 원내대표 김원일 의원은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의장님과 상의해서 추후 논의할 예정"이라 언급했다. 결의안 내지는 건의안 채택이 이뤄진다 해도 내달에나 회기가 열릴 것으로 알려져 창원시의회가 늑장 대응을 한다는 시선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는 정부 여당의 일본에 대한 시각을 일부 반영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정쟁화되자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민주당 의원들이 근거도 없이 괴담을 퍼뜨린다고 강력하게 비판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국힘 이철규 사무총장은 지난 5일 "(민주당 의원들의 후쿠시마 방문이) 명분도 실리도 없다"며 "민주당의 전매특허인 괴담 선동을 통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리스크를 물타기 하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이를 두고 시민들의 눈총이 따갑다. 이가 정쟁거리가 되느냐는 것이다.
시민들은 특히 전국에서 가장 긴 324㎞ 해안선이 있는 창원시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입을 피해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면서 의원들이 시민을 대표한다는 사실을 혹시 망각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창원시마산합포구 구산면 어민 J씨(66)는 "오염수 방류로 과학적 피해가 입증된다 안된다를 떠나 심리적으로 수산물 기피 현상이 퍼져나갈 것"이라며 "그 피해는 어업인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라 울분을 토했다.
한편 창원시는 "3월 초부터 각 기관별로 산재돼 있던 해양방사성 물질 검사와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를 시 홈페이지에 매주 게시하고 있다"면서 "지난달 28일부터는 일본산 수입 수산물 원산지 표시 특별 점검계획에 따라 5개 구청과 해양경찰,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일본산 수산물이 국내산으로 둔갑하는 사례가 없도록 단속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창원시 관계자는 "유통단계 전 수산물에 대한 철저한 검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역 내 수협 위판장에 간이 방사능 측정 장비 5대를 이달 중으로 보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2021년 4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결정하고, 오염수 방류를 위한 해저 터널 공사를 진행 중이다.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올해 여름쯤 방류를 실행할 계획으로 있어 인접 국가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김동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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