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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前)부산대학교병원 비상재난안전팀장 |
우주 만물은 항상 유전(流轉)하여 한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않다. 여러 가지 원인과 조건들이 모여 어떤 존재를 만들고, 어떤 일을 행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아무 원인과 조건 없이 아무런 이유 없이 하는 행위나 존재가 아니라 어떤 원인과 조건에 따라 만들어진 존재(作爲)나 어떤 이유나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무상(無常)은 항상(恒常)의 반대말이다. `항상 함이 없다`, `변화하고 변천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제행무상`이란 `모든 존재는 항상 함이 없이 변화하는 것이다`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상은 고정됨이 없음을 말하는데, 만약 고정돼 있다면 어떻게 물이 얼음이 될 수 있으며 어린이가 어른이 될 수가 있고, 나무가 자랄 수 있겠는가. 그러니 고정돼 있다는 것은 바로 죽은 세상일 것이다.
사람이 일순간 아주 기분이 나쁜 일이 있어서 화가 불끈 솟았다고 하자. 화가 났을 땐 분명 화가 나 있었으나 상대방이 사과를 해서 기분을 되돌리고 나면 어느 새 화가 사라지고 만다. 이럴 때 화의 실체란 무엇인가. 화는 어디로나 사라지고 없다. 슬픔, 기쁜, 두려움 등 칠정이 그러하다.
사랑했던 사람과 결혼했지만 어느새 사랑이 식고 실망하여 헤어지게 되는 것도 무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든 것은 항상 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한다. 모든 존재는 예외 없이 생주이멸(生住異滅)한다. 만들어진 모든 것은 잠시 머물렀다가 변화해 결국 소멸되고 만다. 우주도 성주괴공(城主壞空)한다. 별이 생기면 일정 기간 동안 머물렀다가 무너져 공으로 돌아가고, 우주도 마찬가지이다. 영원할 것처럼 보이는 태양도 수명이 100억년으로 절반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소멸되는 것이다.
서산대사 휴정(1520~1604)은 해탈시(解脫詩)에서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의 구름이 없어짐이니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감이 모두 다 같도다(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 부운멸, 부운자체본무실, 생사거래역여연 ㆍ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務實, 生死去來亦如然)"이라고 하였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없어짐이요(解脫詩)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인생의 문제는 답이 있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성숙해지면 문제되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말이다. 깨달은 사람에게는 실제는 오직 마음뿐이며 상대적인 삶과 죽음은 단지 인연에 따라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마음의 일시적인 양상일 뿐이다. 마음은 `물`과 같고, 삶과 죽음은 바람 따라 일어나는 `물결`과 같다. 물결은 일시적인 겉모습일 뿐, 그 실체는 오직 물 뿐이다. `물결`은 바람 따라 생기고 없어짐을 반복하지만 `물`은 언제나 그대로다. 삶의 수많은 인연들도 생기고 없어짐을 반복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제자리다. 마음을 공부하는 이유다.
인간은 상대적인 불행의 구조 속에서 살아간다. 누구나 소위 `엄친아`와 비교당하면서 살아가는 것과 같다. 이 상대적 구조 안에서는 행복이 있으면 반드시 불행이 따른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게 생기게 마련이다. 그림자를 근원적으로 없애는 방법은 빛을 만들지 않는데 있다. 빛이 있는 한 그림자를 피할 수 없으므로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 근원적인 처방은 빛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빛이 없으면 그림자도 없는 것처럼 행복을 추구하는 습관을 버리면 불행도 저절로 없어질 것이다. `저 행복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순간 행복은 저 멀리 도망간다. 행복을 넘어서야 진짜 행복이 나타난다. 마음에 그 비밀이 있다.
우리 몸은 언제가 죽는다. 몸은 이미 사형선고를 받아놓고 집행유예로 살고 있는 셈이다. 죽음을 맞이했을 때,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막연히 손 놓고 있다가 막상 죽을 때가 되면 어찌할 것인가. 그때가 되면 후회해도 늦었다. 마음공부의 목적은 살아서도 자유롭고 죽음 앞에서도 자유로워지는 데 있다. 미리 한 번 죽어 놓고 덤으로 살면 일체 자유로운 사람이 된다. 마음 공부란 결국 살아서 미리 죽어 보자는 것이다. 죽음이 없으면 절대를 깨달아 영원을 누리는 마음 공부를 할 이유가 없다. 죽음 덕분에 우리는 죽음을 극복하려 하고, 그 결과 깨달음을 통해 영원한 절대 행복과 자유를 구가하게 된다. 죽음을 기다린다는 측면에서 우리는 사형수와 다를 바가 없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288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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