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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前)부산대학교병원 비상재난안전팀장 |
불교의 용어 중에 `사고팔고(四苦八苦)`라는 단어가 있다. 단어를 해석하면 여덟 가지 고통이라는 뜻이다. 이 팔고는 세상에 사람이 태어나서 반드시 겪게 되는 여덟 가지 고통을 말한다.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사고와 애별리고(愛別離苦), 원증회고(怨憎會苦) 구부득고(求不得苦), 오음성고(五陰盛苦)의 사고를 합쳐서 팔고라고 한다. 생노병사의 고통이란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고통을 말하며, 애별리고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져야 하는 고통, 원증회고란 미운 사람과 만나야 하는 고통, 구부득고란 구하고자 하지만 구하지 못하는 고통, 오음성고란 인간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인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을 뜻한다. 감각기관이 예민할수록, 상황을 잘 파악할수록, 의지가 강할수록 잊지 않고 잘 기억할수록 고통이 배가 된다.
이러한 `팔고(八苦)란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 겪게 되는 여덟 가지 고통(괴로움)이라고 말할 수 있다. 누구나 태어난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같은 값이면 더 얻는 것보다 가진 걸 잃는 것이 더 아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집 한 채를 얻는 기쁨보다는 잃는 슬픔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가진 집이 많을수록 덜하고 적을수록 더 하다.
김소월 시인의 `초혼`이라는 시에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채로 이 자리에 돌이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하늘과 땅 사이의 거리, 사별이 주는 그 단절감이 너무 잔혹하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시에는 부르다가 그 자리에서 죽을 것 같은, 산채로 딱딱한 돌이 될 것 같은 완전한 절망이 살아 숨쉬는 것 같다. 그 고통이 너무 생생하여 사랑하는 이의 이름이 결국 자기를 죽이는 것 같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우리의 인연이 어쩌면 악연 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조차 들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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