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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위원 |
탁구는 실내에서 탁구대와 라켓, 공만 있으면 즐길 수 있는 실용성 스포츠다. 본래 테니스를 실내에서 즐길 수 있게 고안한 데에서 유래한다. 그래서 `테이블 테니스`라고 하며 `핑퐁`이라고도 한다. 랠리가 길어지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의 크기를 좀 키우고 11점제를 적용해 오늘의 탁구는 한결 스피디 하고 박진감 넘친다. 창에 비치는 햇살이 갓난아이의 숨결처럼 고운 어느 날이었다. 필자는 초등학교에서부터 각종 성인 대회에서 탁구계를 흽쓴 경력과 우수선수상을 수상한 바 있는 백은미(남 특1부) 탁구교실을 방문해 백 코치와 인터뷰를 가졌다. 본 구장은 타 구장에 비해 실내가 넓고 쾌적하며 게시판의 많은 상장은 그의 탁구 인생을 말해주는 듯했다. 소통은 먹는 것에서 비롯되는 법, 탁공들에게 끓임 없이 간식을 제공했다. 거기서 탁공들 간에 소통과 친목이 이뤄지고 있음은 물론, 한 마당 축제장 같은 분위기였다.
백은미 코치에게 자신의 특기를 묻자 "상대 공격을 무력화 시키는 카운트 드라이브에 능숙하다"고 했다. 그는 고전무용을 가르치는 선생과 같이 단아하고 주단처럼 고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내면에서 우러나는 교양과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찻잔을 나르는 중년의 여인과 장내를 정리하는 중년의 남성이 누구냐고 물었다. 엄마와 아버지이며 곁을 지키는 젊은이는 남편이라며 행복해 했다. 필자가 연년생으로 보이는 두 아이를 바라보자 젊은이가 말없이 다가와 백 코치를 포옹하며 아이를 낳아 줘 고맙다며 애정 표현을 했다. 그러니 전 가족이 탁구교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니 탁구장이 구들방 아랫목처럼 따듯하고 가족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백은미 코치에게 탁구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그는 찻잔을 놓고 진지한 모습으로 "탁구는 몸으로 행동하고 표현하며 집중해야 하는 전신운동이다. 운전대에서 단 0.1초라도 시야를 놓쳐서는 안 될 운전사와 같다. 본능적인 승리의 쾌감을 위해 신체를 단련하고 끓임 없이 기술을 연마하고 실전을 경험해야 한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승패를 위해 정신력으로 무장해야 하는 그야말로 인생의 모든 것이 아우러진 종합예술이다"는 사상가적인 말에 필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또 그는 "탁구의 효과는 일일이 나열할 수 없으며, 대표적인 것은 팔, 다리, 허리, 몸통 등을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공의 회전과 방향을 머리에 두고 하는 운동이라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하며 적극 탁구를 권했다. 그는 또 "탁구장에서의 군상은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은근히 과시하는가 하면, 필요이상 거드름을 피우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가끔은 무척 예의 바르고 겸손한 초보자를 만나게 되는데 성섬 성의 껏 가르치고 싶다`고 했다. 글께나 쓰고 매사에 당당하고 자신만만해 하는 필자를 두고 하는 말 같아 잠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탁구는 공의 최대 속도가 여타 종목의 속도보다 빠르다. 상대의 테이블 끝까지 2.7m밖에 되지 않으므로 공이 도착하는데 걸리는 0.08초라는 극히 짧은 순간이다. 그래서 공의 움직임에 시선을 집중하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인간의 신체가 신이 아닌 이상 짧은 시간에 넘어오는 공을 받아넘긴다는 것은 영감에 가깝지만, "작은 공을 다루기 때문 마음이 좁다"는 말도 있다.
이론에 의하면 매번 강속구를 스매시하는 선수가 항상 이겨야 한다. 그런데 실제 경기에서는 그렇지 않다. 인생은 강한 자가 항상 이기는 것도 아니다. 승자와 패자 또한 영원하지 않다. 부드러움과 느긋함이 강하고 빠름을 이길 때가 많다. 우리가 탁구에 열광하는 사회학적 인간관계라는 제목이 아니라, 단지 건강을 위해, 그저 시간 보내기 위해서이든 탁구가 우리에게 주는 그 무엇인가의 매력 때문이다.
그렇다. 인류는 눈으로 사냥감을 확인하고 손으로 잡거나 먹는다. 눈과 손은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탁구는 바로 눈과 손의 반사 신경을 자극해 정신적 집중력을 높이고 전략적 전술을 펼치게 된다. 공의 속도, 공의 회전, 공의 위치 이 세 가지 특성이 중요하다. 탁구 선수는 순간적인 근육의 움직임과 판단으로 이 세 가지 요소를 조합해서 풀어내는 기술이다. 공의 위치를 따라 눈동자를 빠르게 움직이게 돼 시력이 좋아지며, 근육은 긴장과 팽창이 반복되면서 건강 증진에 많은 도움이 된다.
여러 요소가 복합된 상황에서 민첩한 판단과 대응력은 현대생활에서 꼭 필요한 요소이다. 탁구를 꾸준히 하다보면 현대인의 고질병(관절, 무릎통증, 허리, 손발통증)까지 해결된다. 뿐만 아니라 팔다리와 복근까지 튼튼해지고, 여성의 로망인 엉덩이까지 업 된다. 보통 체구의 성인이 1시간 탁구 운동을 하면 평균적으로 270여 칼로리의 열량이 소모된다고 한다. 체중조절이 필요하다면 PT나 식이요법 약물 다 필요 없이 라겟만 들고 탁구대에 서면 된다. 탁구는 타인과의 조합과 결속, 무언의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탁구는 단순히 손과 발로 하는 경기가 아니라 고도의 두뇌 플레이가 요구된다. 당시 상황 분석과 전술을 순간적으로 신경에 전달, 행동에 옮겨야 한다. 그야말로 초스피드로 뇌가 움직여야 한다. 이는 뇌의 혈액 순환을 현저하게 증가시키므로 탁구를 즐기는 사람에겐 알츠하이머(치매)가 없다. 탁구공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상대나 팀 플레이어의 반응에 따라 팔과 다리 모든 신체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조정능력이 향상된다.
탁구는 소박하다. 특별하거나 돈이 많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탁구를 즐기는 사람은 정신이 건강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그 자체가 탁구의 매력이다. 탁구는 몸의 균형을 잡는다. 몸 전 후 또는 좌우로 급히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진다. 젊은이에게는 튼튼하고 매력적인 신체를 만들어 준다. 노인에게 신체를 바르게 유지하는 것은 생명과 직결된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넘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한 노년의 삶을 보장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려는 찰나 아직 할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진짜 고수는 기량이 뛰어나고 몇 부가 돼야 인정받는 게 아니다. 고수들은 고수들끼리 대하지 말고, 아래로 보면 하부들이 줄지어 있다. 이들을 칭찬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진짜 고수이다. 하수가 고수만 짝사랑하는 것 또한 꼴볼견이다. 먼저 베풀지 않고 상대로부터 인정받을 수 없다. 자신보다 기량이 높은 이들과만 게임하려는 이 또한 하수일 수밖에 없다. 즉 인격을 겸비하지 않고 진정한 고수가 될 수 없다. 고래도 칭찬하면 춤춘다는 말처럼 상수가 하스를 가르치면서 핀잔보다는 하면 된다는 긍정적인 씨앗을 내면의 틀에 심어 주라" 고 한 그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많은 탁공들이 백은미 탁구교실을 찾는 이유가 있었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07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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