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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09/16  창원일보
굿바이 다카
손영학 동명대 펀 스피치 선임교수

9시 40분, 급하게 항공사를 찾았더니 창구에 직원이 보이지 않는다.  "CX 오피스 어바웃 히어?" 2층으로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자마자 2층으로 냅다 달렸다. 목이 마르고 숨이 턱, 턱! 막힌다. CX 항공 사무실을 찾느라고 복도를 질주한 탓에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고 목이 타는 듯 말랐다. 그러나, 가까스로 찾은 항공사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탈진 상태의 몸을 끌고 1층으로 내려오니 일찌감치 모든 것을 포기한 특공 게릴라 왕마초는 넋을 잃은 듯 벤치에 앉아 있었다. "로빈, 혹시 중국이나 싱가폴을 경유하는 비행기는 없을까?" 급류에 휩쓸리며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물었다. "글쎄요. 제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이곳, 저곳의 항공사 사무실을 누비던 로빈이 한참 후 나타났다. "손 선생님, 찾았어요. 중국 남방항공 비행기가 자정 무렵에 이륙하는데 자리가 딱 하나 비어 있답니다" 오! 이럴 수가? 아직도 라스트 씬의 반전은 끝나지 않았구나! "하나님, 정말 감사합니다" 아멘과 할렐루야가 듀엣으로 터져 나온다. 그런데 남방항공은 여행사가 틀리기 때문에 편도 티켓을 새로 끊어야 한다. 그래도 좌석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친절한 직원이 웃음 가득한 얼굴로 나에게 티켓을 내밀었다. "오! 돈노밧, 돈노밧!" 나는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실은 그들도 하나 남은 좌석을 다 팔았으니 장사를 잘 한 것이다. "로빈, 고마웠어. 도 회장님, 그리고 사모님, 정말 한 편의 영화가 끝나는 것 같네요. 부산에서 뵙지요" "손 선생님, 표를 구했으니 천만 다행입니다. 우리는 이틀 후에나 가겠네요. 먼저 가세요. 끝까지 같이 해야 하는 건데…"

 

낙천적 미소를 되찾은 왕마초 도 회장이 말했다. 벤치에 앉아 먹다 남은 사과를 베어 먹었다. "도 회장님, 사모님, 그리고 로빈, 먼저 갑니다. 부산에서 만나요" 나도, 도 회장 부부도, 그리고 로빈도 손을 흔들었다. 출국수속을 밟고 기내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12시가 되자 기체는 요란한 굉음을 토하며 활주로를 질주하더니 어느덧 붕- 떠올랐다. 창밖을 보니 다카 공항의 불빛이 반딧불처럼 작고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아마도 지금쯤 왕마초와 로빈이 내가 탄 비행기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을 거야.` 감미로운 음악이 귓전에 울려 퍼지고 지난 8일 동안의 여정이 나의 뇌리를 스친다. 프린스와 핫산이 공항에서 우리를 반긴다. 6,70년대식 풍경이 펼쳐지는 도로를 달려 도착한 다이프로맛 호텔, 게딱지처럼 낮은 움막, 빈민촌에 살면서도 삶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방글방글 웃음을 잃지 않는 가난한 사람들, 녹음이 우거진 소방도로를 릭샤를 타고 달리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도회장, 엄청나게 밀려드는 릭샤의 물결과 혼돈 속의 질서, `타카! 타카`를 외치며 구걸을 하는 거지들, 슬프도록 아름답고 큰 눈동자를 가진 터미널 소년 아십, 쉴 새 없이 클락션을 울리는 고속버스 기사, 우리가 나흘 동안 묵은 캐나다 하우스와 오피사 꼴로니 마을, `꼬레아`와 `쪼루망`을 외치며 나를 둘러싼 천막교회 아이들, 플랜의 친구 샤힛과 그의 아내 슈마, 귀여운 아들 샤혼, 뜻하지 않은 로빈과의 만남, 꿈에도 그리던 수양딸 타미나와 그의 가족들, 풀 가지를 안겨주는 착한 아지줄, 잊지 못할 라니푸르의 석양, 문리의 눈물, 안개 속에 떠나온 사이드푸르, 방글라데시의 땅 끝 도시 택랍과 스쿠터를 타고 질주하던 콕스 바자의 끝없는 백사장, 수평선으로 침몰하는 거대한 불덩어리! 치타공에서 벌어진 심야의 결투, 그리고 칼루갓 대교… 이 모든 것이 추억이 되어 나의 뇌리에 오버랩 된다. 이제 다시 2 년 후, 방글라데시를 찾을 때면 타미나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있을 것이다.

 

 

국제아동보호기구 Plan이 맺어준 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인연은 내 삶에 있어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제 내년이면 타미나에게 플랜을 통한 공식적인 후원은 끊어지지만 나의 방글라데시 사랑과 우리 부녀의 인연은 영원으로 이어질 것이다. "굿바이 다카! 굿바이 타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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