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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공인중개사 대표ㆍ풍수지리사ㆍ경산시 주민예산위원 |
▲낯섦에 마음을 맡기다
6월의 무더위가 시작되던 날, 청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창밖의 구름을 바라보며 마음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낯선 언어, 익숙하지 않은 음식, 말이 통하지 않는 공간. 그것이 오히려 설레게 했다. `여행`이라는 말만으로도 설레는 마음. 그러나 떠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청도의 붉은 지붕과 파란 바다
청도는 바다와 함께 숨 쉬는 도시다. 과거 독일의 조계지(祖界地)였던 흔적이 남아 도시 전체에 유럽풍 정취가 감돈다.
붉은 지붕과 고딕식 교회, 그리고 그 사이로 이어진 중국 전통시장과 야시장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밤이면 거리마다 휘황찬란한 불빛과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진동하고,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정돈된 질서가 느껴졌다. 카드와 지폐는 필요 없다. 모든 결제는 QR코드로 끝난다. 디지털 중국의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 교육의 결과다.
청도에서의 사흘은 눈과 입, 마음을 동시에 열게 했다. 산뜻한 청도 맥주와 해산물 요리는 이 도시의 상징이다. 향신료에 익숙해질수록 음식의 깊이가 느껴졌다.
해안선을 따라 걷다가 54 광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넓은 바다의 멋진 풍광들을 한 바퀴 돌았다. 낯선 도시의 하늘 아래서 문득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뭘 위해서 그렇게 촘촘히 다져왔는지. 세상은 묘하다. 세상은 넓고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이치다.
▲제남, 천년의 문화가 흐르다
청도에서 고속철을 타고 두 시간, 산동성의 수도 제남에 도착했다. 제남은 유서 깊은 공자의 혼이 그대로 살아있고 `하늘 아래 태산(泰山)`으로 유명한 용천(龍泉)샘물의 도시다.
`천하제일천(天下第一泉)`이라 칭송하는 `바오투취안`은 유유히 솟는 물줄기와 고요한 정원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운치를 자아낸다.
제남은 또한 유학의 본향이다. 공자의 고향 곡부와 인접한 이곳은 유교의 향기가 도시 곳곳에 배어 있다. 박물관, 서원, 옛 거리들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유교정신과 공자철학이 흐르는 공간이었다.
제남 음식은 청도보다 담백하고 절제되어 있었고, 사람들의 말투도 차분했다. 한 도시의 기풍이 음식과 사람에게서도 베어 나온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편견을 넘어 새로운 시야로
솔직히 말하면, 나는 중국 도시를 막연히 시끄럽고 지저분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그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완전히 성숙해진 그들의 청결함과 여유와 질서, 속도와 방향 그리고 세심한 도시설계와 조경, 문화의 깊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놀람과 감탄이었다.
중국은 거대하고 막강한 나라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맞서며 패권을 다투고 있지만, 그 안에는 전통과 변화, 질서와 개방이 함께 숨 쉬며, 생동감과 개방감이 더해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한국으로서는 무역과 경제, 문화적으로도 뗄 수 없는 이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제대로 이해하라`는 말처럼, 이제부터 우리는 더 정확하게 중국을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청도에서 느낀 그들의 여유로운 낭만과, 특히 제남에서 마주한 현지인의 이웃사랑과 고요함. 두 도시는 서로 달랐지만 공통된 메시지는 바로 `낯섦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 같았다.
여행은 결국, 자신과 내면의 경계를 하나씩 넘어가는 일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가끔은 이런 자신을 들어다 볼 수 있는 여행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2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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