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 북신동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운영위원회가 최근 법과 규약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수선비를 부과해 소형 평수 입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이는 사적 이익을 위해 공동체의 규칙을 파괴하는 `운영위원회의 전횡`이라는 비판이다.
◆23년의 규칙을 하루아침에 파기하다
문제가 된 J아파트 운영위원회는 최근 승강기 수리를 이유로 70세대 전체에 일률적으로 월 10만원씩, 세대당 총 120만 원의 수선비를 부과하기로 결정하고 공고문을 게시했다. 이 결정은 명백한 위법 행위로, 두 가지 핵심 근거를 위반하고 있다.
첫째, 아파트의 관리규약이다. 2003년 입주 때부터 입주민 전체의 동의로 제정된 관리규약 제44조에는 특별수선충당금을 `세대별 분양면적에 따라 부과`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는 공동체의 합의와 오랜 약속을 상징하는 조항이다. 그러나 운영위원회는 이러한 규약을 무시하고 모든 세대에 똑같은 금액을 부과함으로써, 23년간의 규칙을 스스로 파기하겠다는 것이다.
이 아파트는 23년간 이 규정에 따라 세대별 분양면적에 따른 관리비를 부과해 왔다.
둘째,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이다. 승강기는 입주민 전체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용부분이므로, 그 수리비는 법률의 원칙에 따라 각 세대의 전유면적 비율에 맞춰 분담해야 한다. 운영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법률마저 무시한 독단적이고 불법적인 결정이다. 제17조는 공용부분의 관리비용을 각 세대의 지분 비율(면적)에 따라 분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법률을 정면으로 위반하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다.
◆소수에게 희생 강요…공동체 갈등의 씨앗이 되다
운영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특히 소형 평수 세대주들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법과 규약대로라면 24평 세대는 34평 세대보다 적은 금액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일률적인 부과 방식은 작은 평수 세대에게는 부당한 재산상 손해를, 큰 평수 세대에게는 부당한 이익을 안겨준다.
피해를 입게 된 입주민들은 "힘의 논리에 따라 소수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공동 대응 모임을 결성해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받고 있다.
입주민 A씨는 "운영위원회의 전횡을 바로잡고, 공동체의 정의를 회복하기 위해 민형사상의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 아파트 70세대 중 면적별 세대수를 살펴보면 34평형은 54세대, 24평형 12세대, 20평형 이하가 4세대이다. 그리고 위원회는 위원장을 비롯해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단순 계산으로도 일률적 부과 방식은 작은 면적의 입주민(약 22%)에게 더 많은 분담금이 부과되는 것을 알 수 있다. 20평형 이하 4세대는 그 분담률이 더 높다.
작은 평수 입주민 B씨는 "운영위원회가 독단적인 결정으로 입주민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권리남용이자 월권행위다. 위원장은 즉시 사퇴하고 정상화된 운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일부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운영위원회의 독선`과 `절차 무시`가 한 공동체를 어떻게 분열시키고 불신을 초래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공동주택의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 시스템 구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입주민 A씨는 "운영위원회에 위법한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면서 "내용증명에는 법률 및 관리규약 위반 사실을 명시하고, 시정되지 않을 경우 `부과처분 무효확인 소송` 등 민사적 조치는 물론, 운영위원장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형사 고발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담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운영위원장 H씨는 "세대별 면적에 관계 없이 일괄적으로 10만원 씩 부과하는 방법은 개인적으로 잘못된 방식이라 생각하지만, 운영위원회 결정이라 따랐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 놨다.
/허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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