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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전문기자 |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에 이어 노인빈곤율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지난 2022년 12월 20일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가계금융 복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6명 중 1명은 빈곤층으로 파악됐다. 특히 노인층에서 빈곤율이 심각하게 나타났다.
빈곤층이란 중위소득의 50%(2015년 기준 연 소득 1188만원)미만인 가구다. 월평균 100만원 미만으로 살아가야 하는 가구가 그 만큼 많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층의 빈곤율은 46,9%이며 66세 이상을 기준으로 하면 이 비율이 48,1%까지 오른다. 노인 2명 중 1명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미다. 노후 준비 상황도 잘 돼 있지 않다(37,3%)거나 전혀 돼 있지 않다(19,3%)는 부정적 응답이 56,6%에 이르렀다, 아주 잘 돼 있다(13%)거나 잘 돼 있다(7,5%)는 응답은 8,8%에 불과해 충분한 노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우리나라 노인 빈곤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의 평균 노인 빈곤율은 2007년 15,1%, 2013년 12,8%로 감소했지만 국내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같은 기간 44,6%에서 2013년 49,6%로 증가했다. OECD 평균 노인 빈곤율의 3배를 초과하는 수치다. 경제적 고통에 못 이겨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노인 인구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OECD 평균 자살률은 10만 명 중 12명 수준인 데 비해 한국은 2,5배나 높은 29명이다. 이처럼 높은 자살률을 유지하는 것은 노인 자살률 때문이다. 2015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년대비 7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자살률이 감소했지만 유독 70대(8,5%)와 80세 이상(6,4%) 노인들의 자살률만 크게 늘어 사회, 국가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노인빈곤 문제는 단순한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정부가 나서서 도와야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사회 구조적 문제의 원인으로는 첫째 공적연금 제도의 미성숙을 꼽을 수 있다. 즉 국민연금 제도가 1988년에야 도입되어 역사가 짧고 가입 기간이 짧거나 보험료를 제대로 납부하지 못한 노인들이 많아 연금 수령액이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에 소득하위 70%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 역시 그 액수가 충분치 않아 실질적인 빈곤 해소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둘째 급격한 사회 변화에 따른 전통적 부양 체계의 붕괴이다. 과거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지만 핵가족화, 개인주의 심화, 그리고 자녀 세대 역시 겪고 있는 극심한 취업난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더 이상 부모를 온전히 부양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 효의 가치가 희미해진 자리를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메우지 못하면서 노인들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셋째 불안정한 노인 일자리 문제다. 정년은 빨라졌지만 평균 수명은 늘어나면서 은퇴 후에도 소득 활동을 해야 하는 노인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 비정규직, 단기 일자리에 불과하다. 폐지나 고물을 줍거나 공공근로에 의존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들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는 소득 불안정으로 이어져 빈곤을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넷째 사회적 관계망 단절과 깊어지는 외로움이다. 즉 젊은 세대가 도시로 떠나면서 농어촌 지역의 노인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쉽다. 배우자와 사별 하거나 건강 악화로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이들의 고립감과 우울감은 극에 달한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텅 빈 집에서 홀로 고통을 감내하다 결국 고독사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어 사회 단절 등이 주요 원인이다. 그래서 이러한 심각한 노인빈곤과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처방을 넘어선 근본적이고 다각적인 접근이 시급하다.
그 해결책으로 첫째 공적연금인 기초연금을 강화해야 한다. 즉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직접적인 방법은 공적 연금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공적연금 가입률과 수령액도 낮아 은퇴 직후 소득절벽에 빠질 수밖에 없다. 노후 보장과 관련된 대표적인 공적연금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이다.
정부는 2014년 7월부터 기초노령연금을 확대 개편해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 소득 하위 70%에게 매달 약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주고 있다. 국민연금은 1995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됐지만 보험료 체납자, 미가입자 등 사각지대 인구 규모가 전체 가입자의 4분의 1수준인 561만여 명에 달한다. 절대 빈곤층 노인을 벼랑에서 구출하기 위해 가장 현실적인 대책은 기초연금을 늘리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는 장기적인 과제다. 국민연금 수급은 일정기간 이상의 기여를 조건으로 하므로 현재 빈곤한 노인의 대부분은 국민연금의 해택을 볼 수 없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들을 직접 지원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기초연금은 종전 기초노령연금에 비해 상승률이 매우 낮다는 문제점이 있다.
기초노령연금은 그 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최근 3년간 평균소득 증가율과 연동하는 방식으로 연급 지급액을 인상했는데 기초연금 상승률은 매년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연계해 조정한다. 일반적으로 국민연금 가입자의 소득 증가율은 소비자물가상승률보다 크다. 2015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7%에 불과했지만 실질소득증가율은 2,7%로 훨씬 높았다.
정부는 2016년 4월부터 기초연금액으로 전년보다 월 1,410원 올린 최대 20만 4,010원을 지급했는데 이를 소득증가율과 연계했다면 월 5,470원이 올랐을 것이다. 게다가 기초연금 급여액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도 연동되어 장기간 국민연금에 가입한 이들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가장 가난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경우는 기초연금이 소득 안정액에 포함돼 사실상 줬다 뺏는 돈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종합해보면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금 급여의 물가 연동 방식을 소득증가율과 연동하도록 바꾸어 평균적인 생활수준 변화에 맞춰 급여가 조정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의 연동을 제고하고 기초생활보장수급 노인도 기초연금 급여를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둘째 양질의 지속 가능한 노인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노인의 경력과 지혜를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을 육성하고 기업이 노인 고용을 유지하거나 확대할 경우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단순한 용돈 벌이가 아닌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사회적 돌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노인 가정을 방문하여 안부를 확인하고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연계하는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또한 인공지능(AI) 스피커나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24시간 위기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여 고독사를 예방하고 지역 사회 내 노인 복지관이나 경로당을 활성화하여 노인들이 서로 교류하고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공간을 확충해야 한다.
넷째 노년기 정신 건강관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즉 노인 우울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문턱을 낮추고 전문 상담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자살 예방을 위한 생명지킴이 교육을 확대하여 주변의 위협 신호를 빠르게 감지하고 도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서 자살 등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한때 국가를 지탱해 오신 어르신들의 노령화로 인해 사회문제가 다가오고 있다. 이분들의 노고와 국가발전을 위해 힘써 오셨기에 우리나라는 개인이 아닌 국가가 더 힘써 모셔야 한다. 전쟁과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에서 가장 발전하는 경험, 선진국을 이룩한 유일한 대한민국 노인세대 그 경험과 가치를 던질 수는 없다. 가난하고 없던 시절 새마을 사업으로 독일 광부나 간호사로 베트남 전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 국가로 달러를 보내신 어르신들을 국가가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정부와 사회는 노인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연금 시스템 개선을 통한 소득 대체율 향상, 공적연금 지출확대, 기초연금 강화 등을 통해 노인들의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고 노인 확대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사회적 관심과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향후 노인 인구 증가 추세를 감안할 때 노인빈곤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또 노인 빈곤의 다양한 원인 즉 의료비 부담, 돌봄 서비스 부족 등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맞춤형 지원 정책이 필요하며 노인들의 사회 참여 기회를 확대해서 더 이상 소외되고 고통 받는 어르신이 없이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사회, 국가를 만들어 가야 한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24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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