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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의원(창원 가음정ㆍ성주동ㆍ국민의힘) |
조선의 대학자 퇴계 이황은 학문과 인품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의 삶 속에는 의령과의 특별한 인연이 자리하고 있다. 21세의 나이에 의령 허씨 집안과 혼인하면서 맺어진 인연은, 아내와의 짧은 동행 이후에도 이어졌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뒤에도 퇴계는 여덟 차례나 의령을 찾았고, 집안을 돌보며 장모를 살뜰히 모셨다. `백발의 장모를 생각해 벼슬길에 나서지 못했다`라는 기록은, 그가 보여준 책임과 정성의 깊이를 잘 보여준다.
퇴계의 발걸음은 단순한 사적인 방문에 그치지 않았다. 의령을 찾을 때마다 지역 유림과 함께 책을 읽고 학문을 나누며, 지식과 사유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 자리에서의 대화와 토론은 단순한 공부가 아니라, 지역 사회를 함께 성장시키는 힘이었다. 학문의 가치를 홀로 쌓는 것이 아니라 나누고 확산하는 것으로 확장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정치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정치의 본령은 결국 `사람과 함께하는 길`에 있다.
지역민의 삶을 외면하거나, 중앙의 논리에만 매달리는 정치가 반복된다면 주민의 신뢰는 무너진다. 반대로 지역과 끝까지 동행하며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정치만이 오래도록 남는다. 퇴계가 평생 처가를 잊지 않았듯, 정치 또한 약속한 지역과 주민을 절대로 잊지 않아야 한다.
우리 정치가 종종 보여주는 한계는 속도와 성과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단기간의 성과를 내기 위해 지역민의 목소리를 간과하거나, 때로는 현장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러나 정치란 원래 천천히, 묵묵히, 그리고 함께 걸어가는 과정이다. 퇴계가 벼슬길을 늦추면서까지 가족과 지역의 책임을 지려 했던 삶은 오늘날 정치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정치는 `권력의 자리`가 아니라 `책임의 자리`여야 한다. 주민과의 약속을 끝까지 지켜내는 의지가 정치의 근본을 세우고, 작은 대화와 실천 속에서 정치의 진정성이 드러난다. 혼자 읽는 책에서 함께 나누는 독서가 더 큰 울림을 주듯, 혼자만의 정치가 아니라 주민과의 동행 속에서만 정치의 의미는 살아난다.
500년 전 퇴계가 보여준 의령과의 동행은 오늘날 정치의 거울이다. 정치가 배워야 할 교훈은 단순하다. 지역을 잊지 않는 마음, 사람을 우선하는 태도, 그리고 책임을 다하려는 자세. 바로 그것이 오늘의 정치가 반드시 새겨야 할 책무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2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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