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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전문기자 |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네팔은 농업국가로 불릴 만큼 337만 가구 즉 인구의 60%가 농업에 종사해 농업비율이 높다. 농가의 53% 이상은 한국 기준으로 1,500평 미만을 경작하는 소농이다. 20%만이 3,000평 이상을 경작한다. 정리하면 노동 인구의 60%가 농업으로 전체 경제의 24%만큼을 차지한다. 소규모 농지와 부족한 관계시설과 기계 보급이 낮고 양질의 비료도 부족해서 항상 수확량이 부족해 살아가기가 팍팍하다.
이렇다보니 젊은이들은 먹고 살기위해 해외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다. 350만 명에서 많게는 450만 명으로 추정되는 인구가 해외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이 해외에서 벌어서 네팔에 보내는 송금이 네팔 경제의 26%에서 30%에 달한다. 인구 60%의 경제의 24%인 농업보다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 해외 노동자는 SNS로 네팔의 가족들과 송금과 연락을 주고받는다. 네팔에서 송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이유는 네팔의 1인당 국민소득을 생각하면 금방 이해가 된다.
2024년 기준 1,460불이다. 이 수치는 한국의1/22 수준이다. 즉 한국인 평균월급의 1/2로 1년을 사는 셈이다. 해외 월급과 네팔 월급 격차가 엄청나게 크다.
1950년 840만 명이었던 인구가 지금 3,5배 이상 증대했다. 사망률이 낮아지고 출산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985년부터 1995년까지 출산율은 5,33명에서 4,97명을 보여 왔다. 하지만 2022년 1,83명과 2024년 1,78명으로 떨어졌다. 과거는 소농사회에서 자식이 농업 생산의 근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먹고 살기 어려우므로 출산율이 떨어진 것이다.
최근 청년실업률이 공식적으로 20%를 넘었다는 것은 교육을 받아도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해외에 나가야 찢어지게 가난한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젊은 층은 생존을 위해 영어와 외국어를 배운다. 극단적인 경우 네팔 청년 중에서는 러시아 용병입대자도 있다. 네팔 정부는 그 원인을 200명 수준이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15,000명에 달하리라 추정한다. 네팔 경제의 참담함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 최근에 네팔 정부가 젊은 층이 사용하는 SNS를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10명 중 1명이 해외에서 일을 하면서 전화요금이 비싸 SNS를 통해 가족끼리 안부를 주고받고 하는데 안부조차 전할 수 없게 된 네팔 청년들의 분노가 반정부 시위로 분출되었다.
사실 이면에는 오랫동안 참아온 불평등, 부패한 권력자들의 호화로운 삶 그리고 네포키즈로 불리는 고위층 자녀들이었다. 네포티즘(족벌주의)에서 파생된 이 단어는 부모의 권력과 부를 등에 업고 호의호식하는 상류층 자녀들을 뜻한다. 이들은 국민의 몇 달 치 월급에 달하는 최고급 호텔에 머물고 명품을 휘감은 사진들을 SNS에 과시하며 자신들의 호화로운 삶을 거리낌 없이 전시했다. 누구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낮선 타국에서 땀 흘리고 있는데 누구는 부모 잘 만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SNS에서 명품 자랑이나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가 찰 뿐 아니라 엄청난 박탈감을 안겨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가짜뉴스를 핑계로 SNS를 차단하자 시민들은 이건 가짜뉴스가 아니라 네포키즈 비판을 막으려는 수작이라며 분노한 것이다. 결국 네팔 반정부 시위는 곪을 대로 곪았던 불평등과 부패 문제가 터져 나온 필연적인 결과였고 평화롭게 시작했던 시위는 경찰의 실탄 발포 등 강경 진압과 맞물려 격렬한 폭력 사태로 번졌다. 분노한 시위대는 대통령 관저와 의회에 불을 질렸고 전국 교도소에서 1만 3천여 명의 수감자가 탈옥하는 등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50명 이상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결과가 발생했다. 물론 폭력이 정당화 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절박한 외침이 총칼 앞에 스러져가는 모습은 너무나 씁쓸하게 느껴진다.
현재는 군이 투입되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언제 다시 네팔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타오를지 모르는 불안한 평화가 이어지고 있다.
아무튼 이번 반정부 시위대의 거센 저항으로 람 찬드라 포우델 대통령은 헬기를 타고 군사시설로 대피하고, 외무장관과 부인은 시위대에 매 맞고, 도망가던 재무장관은 속옷 바람으로 시위대에 잡혀 끌려가고, 법무부 장관은 거리에서 시위대에 얻어터지고, 샤르마 올리 총리는 사임하면서 SNS 차단 조치는 철회되었지만 이 사태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통령 관저와 일부 고위 관료들의 집이 불타고 공격을 당하는 등 물리적인 피해도 있지만 실제로 사망자가 발생한건 절대적으로 일반 시민들이다. 또한 정치인과 그 자녀들의 부패 문제는 현실적으로 다들 알지만 법정에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 라는 부분에서는 물음표이다. 일부 정치인의 교체는 있을지언정 네팔의 뿌리 깊은 권력 구조나 각종 문제가 바뀔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이렇게 곪은 곳이 터지면 순간적으로 고통스럽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다시 그대로 새 살이 자라서 덮어버리는 상황이 반복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이게 비단 네팔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부패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갈등의 불씨는 언제든 다시 타오를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집권하는 정치세력을 교체한다고 해도 결국 또 다른 이름의 부패 정치세력이 권력을 잡을 것이고 또 다른 네포키즈들을 만들어 내는 기회가 될 뿐이다.
이런 과정에서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사회 불평등이 조금씩 개선되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현저히 낮고 오히려 현재 집권 세력이 중국과 더욱 밀월관계가 되면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고 변화를 막아 더욱 암울한 시기로 떨어질 가능성도 상당히 높아 중국의 종속국이 될까 우려, 염려스럽다. 그러나 네팔은 중국과 인도라는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어 어느 한쪽에 완전히 종속되기 어려운 지정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쉽게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이번 시위와 폭동을 네팔은 어떻게 변화시킬지 앞으로의 전개를 더욱 주목해야 할 것 같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2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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