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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국 / 논설위원 / Saxophonist / 대구가톨릭대학교 창업경영학과 교수 / 교육부ㆍ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상 |
명절은 오랫동안 한국인의 삶을 지탱해온 큰 축이었다. 벌초와 제사, 귀향길은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조상에 대한 존경, 가족 공동체의 연대, 그리고 뿌리에 대한 확인이었다. 그러나 이제 명절은 더 이상 `의무`가 아닌 `선택`의 시간이 되었다. 전통적 가치가 세대를 거치며 약화되면서, 명절은 점차 여행과 휴식, 개인적 시간을 위한 기회로 재해석되고 있다. 이는 곧 사라지는 명절의 현실이다. 필자도올해부터 벌초때 추석차례를 함께 지내기로 했으니, 수백년의 전통이 사라져 아쉽지만 변화추세를 따르게 되었다.
벌초는 조상의 묘를 돌보며 효를 실천하고 가족의 유대를 다지는 행위였다. 하지만 이제는 벌초 대행업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제사 역시 가문의 정체성을 지탱하는 핵심 의례였으나,핵가족화ㆍ여성의 사회활동ㆍ종교적 다양성이 확대되면서 간소화되거나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히 전통의 퇴색이 아니라, 공동체보다 효율을 중시하는 가치관으로 사회가 이동한 결과다.
사라지는 명절 풍습은 이제 한국인의 가치관이 공동체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확실히 보여준다. 과거 명절이 `함께`라는 키워드로 기능했다면, 이제는 `나의 시간`, `나의 행복`이 우선한다. 귀성 대신 여행을 선택하고, 가족 집합 대신 소규모 모임이나 개인 휴식을 선호한다. 고향의 풍경과 대가족의 정취는 점차 사라지고, 명절은 점점 개인적 만족을 추구하는 시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변화 자체는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명절이 남겨주던 따뜻한 온기다. 조상에 대한 감사, 가족과의 정, 함께 모여 웃고 떠들던 그 시간은 단순한 전통을 넘어 삶의 뿌리였다. 명절의 형식은 달라질 수 있어도 그 마음만은 이어져야 한다. 사라지는 명절, 마음을 잇는 끈은 남아야 한다. 그 끈이 살아 있는 한, 명절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 곁에 머물 것이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25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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