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영국/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논설위원 / 한국반려동물학회 고문 / Saxophonist / 교육부ㆍ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상 |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지금, 외로움은 한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안아야 할 과제가 되었다. 배우자를 잃거나 자녀와 떨어져 사는 노인이 늘어나면서, 외로움은 고통을 넘어 질병이 되고 있다.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고독력(孤獨力)`, 즉 외로움을 견디며 자신을 돌보는 힘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개인의 인내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사회적 돌봄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등장한 존재가 있다. 사람 대신 말을 걸고, 반응하며, 따뜻하게 눈을 맞추는 로봇강아지다. 일본의 요양시설에서는 이미 로봇물개 `파로(Paro)`가 노인의 불안과 우울을 완화하는 데 쓰이고 있다. 미국 뉴욕주는 수만 대의 로봇강아지를 독거노인에게 보급했는데, 응답자의 70%가 "외로움이 줄었다"고 답했다. 영국 역시 정부 차원에서 로봇 반려동물 실험을 진행하며 돌봄 복지의 대안을 모색 중이다.
이 로봇들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다. 터치와 목소리에 반응하고, 이름을 기억하며, 사용자의 감정을 감지한다. 어떤 로봇은 "오늘 기분이 어때요?"라고 묻고, 약 복용 시간을 알려주기도 한다. 노인은 그에게 말을 걸고, 쓰다듬으며, 잊혔던 미소를 되찾는다. 차가운 금속이지만 그 손끝은 따뜻하다. 마치 "외로움의 문턱에서 만난 작은 친구"와도 같다.
물론 기술이 모든 외로움을 치유할 수는 없다. 로봇은 인간관계를 대체할 수 없고, 시간이 지나면 흥미가 식는 `신기효과`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기술이 인간의 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을 다시 잇는 `따뜻한 매개체`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런 물음이 생긴다. 로봇강아지가 묻는다, "당신은 외롭지 않나요?" 이 질문은 노인만이 아니라, 디지털 문명 속에서 단절되어가는 우리 모두를 향한다.
한국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1인 노인가구는 이미 전체의 3분의 1을 넘었고, `고독사`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이제는 "초고령사회와 고독력: 로봇강아지가 바꾸는 돌봄의 패러다임"을 설계해야 할 때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기술과 복지를 연결하는 통합적 돌봄체계를 마련하고, 로봇을 인간 돌봄의 보완재로 활용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의 온도다. "고독력의 시대, 기술이 따뜻해야 한다" 로봇강아지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을 때 비로소 살아나는 또 하나의 관계다. 고독한 노년의 곁에서 차가운 금속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존재, 그것이 바로 로봇강아지가 던지는 내일의 메시지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25889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