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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위원 |
햇살이 부서지는 소리가 유난히 소담스러운 가을 어느 날, 몇백 명이 모이는 투자 설명회 사회를 보기로 했다. 필자는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를 고민하면서 옷장을 열었다. 옷가지는 많았지만, 입을 만한 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요즘 들어 확고한 신념은 나이가 들수록 비싼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름 명성과 사회적 부를 겸직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사회를 보려면 먼저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사회자의 옷맵시가 투자 설명회의 성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옷장에 걸린 멋진 슈트 중 아르마니의 연 검정 싱글버튼 재킷을 택했다. 셔츠와 넥타이를 몇 번 바꿔보며 결국 완벽에 가까운 듯한 슈트를 택했다 마치 패션 화보와 같은 모델 패션신 정도였으니 얼마나 자신감이 발동했을까? 도시적이고 매혹적인 아이코닉한 슈트룩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덕분에 투자 설명회를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다.
옷의 선택은 단순히 허영심이나 과시욕 때문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변화하는 몸과 삶의 조건들이 옷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품격과 자신감은 옷에서 나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사회적 위치와 역할이 변화하고, 직장에서는 더 책임감 있눈 자리를 맡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옷은 단순한 치장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며, 좋은 옷을 입으면 자신감이 상승한다. 그래서 "옷을 보면 부자가 될 사람인지 3초만에 안다"는 말이 있다. 또 입은 옷을 통해 그 사람의 과거 행적과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잘 맞는 정장을 입고 모임에 참석하는 것과 어중간한 옷을 입고 참석하는 것은 분명히 다른 인상을 준다. 상대방이 무의식중에 느끼는 신뢰감과 존중감이 달라진다. 나이가 들수록 만나는 사람들의 수준도 높아진다. 비즈니스 미팅이나 공식적인 모임에서 적절한 복장은 기본적인 예의의자 소통의 출발점이 되며, 좋은 옷은 착용자가 더 당당하고 여유 있어 보이게 만들어, 사업 성공 바탕이 되게 한다.
나이가 들면서 소재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되는 것은 우리 몸의 변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50대를 넘어서면서 피지 분비량이 줄어들고 피부의 수분 유지력이 감소해 건조함과 민감도가 증가한다. 이런 변화로 인해 합성 섬유보다는 실크, 캐시미어, 리넨 같은 천연 섬유가 피부에 훨씬 편안하게 느껴지며, 뛰어난 통기성으로 하루 종일 착용해도 불편함이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고품질 원단이 주는 시각적 효과다. 캐시미어나 실크처럼 빛 반사율이 높고 조직이 촘촘한 원단은 자연스런 광택을 발산해 착용자의 얼굴 톤을 부드럽고 밝게 보이게 만든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어두워지고 생기를 잃어가는 피부색을 자연스럽게 보정해주는 효과로 마치 좋은 조명 아래 서 있는 것과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 또한 정교한 제작 기술과 결합된 좋은 소재는 세탁을 반복해도 형태와 색상이 유지되어 시간이 지나도 처음의 고급스러움 느낌 그대로 간직한다.
밋밋한 몸은 옷으로 보완할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면 신진대사가 느려지고 근육량이 줄어들며, 피부 탄력도 예전 같지 않다. 어깨는 점점 둥굴어지고, 허리선은 뭉실해진다. 이런 변화는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좋은 옷은 그 변화를 자연스럽게 보완해준다. 체형 연구에 투자하는 브랜드들은 패턴 세계와 재단 단계에서부터 이런 변화를 세밀하게 고려한다. 어깨의 기울기 허리의 굵기, 몸의 중심선까지 정교하게 계산해, 다트와 절개선을 넣음으로써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아준다. 그 결과 허리는 더 잘록해 보이고, 가슴과 어깨가 단정하게 정리되어 전체적인 실루엣이 한층 균형 잡힌다.
또한 좋은 옷은 색감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깊이 있고 미묘한 색조는 얼굴의 색을 살리고 나이가 들며 둔탁해지기 쉬운 피부 톤을 자연스럽게 보완해 준다. 단순히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옷이 몸과 조화를 이루어 다시 한번`나,라는 사람을 각인하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고급스러운 옷이라도 현란한 느낌은 피해야 한다.
투자 가치로 생각하면 좋은 옷이 비싸지만 오히려 사업적이고 경제적이다. 품질 좋은 옷은 내구성이 뛰어나 몇 년을 입어도 형태가 유지되고 색상이 바래지 않아서 매 시즌 새 옷을 사는 것보다 비용 효율적이다. 또한 클래식한 디자인의 좋은 옷은 유행을 타지 않아 오랫동안 착용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옷을 입고 나가는 횟수는 줄어들지만 한 번 입을 때마다 품격 있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 아이템 몇 벌에 투자해서 다양하게 조합해 입는 것이 많은 저렴한 옷을 사는 것보다 훨씬 현명한 선택이다. 좋은 옷은 단순히 외모를 치장하는 것을 넘어서 자존감과 삶의 질을 높여주는 투자이다. 모임의 성격에 따라 빈티지를 선택해도 색다른 자신감을 선보일 수 있다.
지인 중 자기 사업에 열정적인 서 대표는 어깨선이 좁고 가녀려, 한복을 입으면 실루엣이 곱을 것이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착용한 원피스 차림의 실루엣이 참 예술적이었다. 비주얼 깡패라는 표현과 함께 `비주얼`센터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비주얼이라는 본연의 뜻대로 눈으로 보는 멋과 외관상의 매력이 드라마 속의 여인처럼 눈부셨다.
여름보다는 가을 비주얼이 더 멋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단아한 투피스룩을 권하고 싶다. 블루 스커트와 허리선을 드러내는 크롭 재킷 투피스의 슈트룩으로 단아하면서도 러블리한 스타일이 가을 풍경과 조화될 것 같은 여인이었다. 밤에 봐야 더 빛나는 분위기 여신 블루 차림의 고혹미 넘치는 여인이 발산을 될 것이다. 차분한 블랙 팬츠를 매치하면 더더욱 클래식하면서도 주단처럼 고운 자태로 태어날 것이며, 특유의 매력 발산을 기대한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25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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