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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국/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 논설위원 / Saxophonist / 교육부ㆍ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상 |
삶의 품격은 `끝`을 준비하는 데서 시작된다. 스위스는 알프스의 눈 덮인 봉우리만큼이나 `존엄`을 중시하는 나라다. 그들의 생로병사 철학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품격 있게 사는 법과 떠나는 법을 가르쳐 준다. 세계 최초로 존엄사(Assisted Dying)를 합법화한 나라답게, 스위스에서는 말기 환자가 스스로 삶의 마침표를 선택할 수 있다. 의료진과 심리상담사, 가족이 함께 마지막 여정을 동행한다. 죽음을 두려움이 아닌 `완성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문화다.
노년의 고독보다 공동체의 연대가 최우선이다.스위스의 노인복지는 `돌봄`이 아니라 `함께 사는 삶`에 가깝다. 노인주거시설은 병원이 아닌 마을의 연장이다. 정원과 카페, 도서관이 연결된 열린 구조 속에서 세대가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노인은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경험과 지혜를 가진 사회의 자산으로 존중받는다. 세금을 통한 사회보험제도는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복지는 시혜(施惠)가 아니라 `서로의 노후를 책임지는 약속`이다.
병의 치료보다 인간성의 회복이 최우선이다. 스위스 의료는 환자를 `수동적 존재`로 보지 않는다. 의사는 치료법을 `지시`하지 않고 `설명`하며, 환자가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존중한다. 병을 없애는 것보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회복`이란 단순한 건강의 회복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품위와 자기결정권을 되찾는 과정이다.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다. 반면 한국은 아직 생명 연장 중심의 의료와 돌봄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 간병비 부담, 요양시설의 열악한 환경, 임종 회피 문화 등은 삶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마무리하기 어렵게 만든다. `얼마나 오래 사는가`에 집중할 뿐, `어떻게 떠나는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여전히 미흡하다. 노인빈곤율은 OECD 최고 수준이고, 1인 노인의 고독사는 사회적 고질병이 되었다.
스위스에서 배우는 삶의 철학이다. 스위스의 복지는 부유함의 결과가 아니라 신뢰의 문화가 만든 열매다. 국민이 낸 세금이 서로의 삶과 죽음을 지탱한다. 죽음까지 품은 복지, 그것이 선진국의 품격이다.
이제 우리도 스위스처럼 `사는 법과 떠나는 법`을 함께 배워야 한다. 생로병사를 두려워하기보다, 품격 있게 완성할 줄 아는 사회. 그것이 진정한 복지국가의 모습이다. "잘 사는 사회보다, 잘 떠날 수 있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가야 할 노후의 길이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26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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