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다.
11월 7일,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법무부에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고했고, 이후 대검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이로써 1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 절차에 들어갔다. 사건의 상징성과 파급력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은 사법 절차를 넘어 정치적 의미까지 품은 선택으로 해석된다.
대장동 사건은 수천억 원의 민간이익이 소수에게 돌아가면서 불거진 대표적 공공개발 비리 사건이다. 검찰은 당초 피고인들의 부당이득을 약 7,800억원대로 추정하고 배임 및 특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민간업자의 실제 부당이득을 약 1,100억원으로 인정했고, 그중 약 473억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검찰 구형의 15%도 채 되지 않는 액수였다. 항소 포기로 인해 이 금액이나 책임 범위가 2심에서 다시 다뤄질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다.
통상 검찰은 유죄가 선고된 사건에서도 항소를 통해 법리 다툼을 이어간다. 더 높은 법원에서 법리 오해나 사실인정을 다투는 것은 공익적 차원에서도 필수적인 절차로 간주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검찰은 항소 포기를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부족하다"는 내부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수사팀 내부에서는 "배임액 산정이 부당했고, 공공이익 훼손의 본질을 제대로 짚지 못했다"며 반발이 있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결정의 시점 역시 석연치 않다. 항소 포기 통보는 총선과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내려졌다. 여권은 "검찰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정권 눈치보기"라고 비판했다. 정치적 계산이 법의 양심을 이긴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여기서 나온다. 만약 검찰이 정권의 부담을 고려해 스스로 입을 다문 것이라면, 이는 단순한 절차적 문제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사법 독립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는 단순히 형량이나 추징금의 문제 때문이 아니다. 진실을 끝까지 다투지 않은 의지의 부재 때문이다. 대장동은 단순한 지역 비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공공개발 구조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검찰이 스스로 항소의 권한을 내려놓으면서, `법이 정의를 끝까지 추적할 수 있느냐`는 국민적 신뢰가 흔들렸다. 한겨레와 경향은 "검찰이 스스로 정의 구현의 기회를 버렸다"고 평했고, 조선일보는 "무리한 항소보다 법리 존중이 낫다"는 논조를 냈다. 언론의 관점은 갈렸지만, 사법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만은 공통된 인식이었다.
법은 인간의 양심을 제도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법은 양심보다 먼저 침묵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것은 단지 `국가가 다투지 않겠다`는 행정적 선택이 아니라,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스스로 입을 다문 사건이다. 국민이 기대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었다. 정의는 빠르지 않아도 좋지만, 늦어서는 안 된다.
이제 법은 다시 말해야 한다. 그것이 권력의 언어가 아닌 양심의 언어로 말할 때, 정의는 비로소 국민의 마음속에서 되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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