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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수지리사 / 한라공인중개사대표 / 경산시주민예산의원 |
◆향기로운 계절, 축제의 막이 오르다
가을 향기가 퍼지는 계절이면 전국 각 지자체에서 저마다의 축제가 펼쳐진다. 축제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다. 그것은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경제를 활성화하며,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사회문화적 장이다. 또한 지역의 문화자원과 생태를 기록하는 `문화적 보관소`의 의미를 가진다. 도시의 이름을 소리 내어 불러보면 그 안에는 저마다의 향기가 있다. 어떤 곳은 바다의 짠내가, 어떤 곳은 흙과 바람의 냄새가, 또 어떤 곳은 웃음이 배어 있다. 지역축제는 바로 그 향기를 세상에 보여주는 시간이다.
◆흙과 사람의 손끝이 빚어낸 결실
경산시의 경우 대추축제는 그 대표적인 예다. 예로부터 농악이 어우러진 명성이 자자한 축제다. 북과 징, 장구와 꽹과리가 어우러지고, 상모를 돌리며 춤을 추는 흥겨운 장면은 공동체의 결속과 풍년을 기원하는 신명 그 자체다. 비옥한 흙과 큰 일교차, 그리고 부지런한 사람들의 손끝이 만들어낸 경산 대추는 전국적으로 명품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 진정한 가치는 `맛`이 아니라 `마음`에 있다. 한 해의 수고를 이웃과 나누며 함께 웃고 노래하는 사람 중심의 축제, 그것이 진짜 향기다.
◆축제의 변질, 보여주기 행정의 그늘
하지만 모든 축제가 박수를 받는 것은 아니다. 화려한 이벤트와 고액의 연예인 초청에 예산을 쏟아붓고, 정작 지역민은 구경꾼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안전이나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운영, 주차난과 쓰레기더미가 뒤엉킨 현장은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안긴다. 축제가 본래의 의미를 잃고 `전시행정`의 수단으로 변질될 때, 지역의 향기는 사라지고 피로감만 남는다. 축제의 주인은 행정이 아니라 주민이다. 지역민이 빠진 축제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진정한 향기를 남기는 축제를 위하여
가을 축제는 한철의 흥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의 그릇이어야 한다. 주민이 참여하고, 청년이 아이디어를 더하며, 어르신의 지혜가 녹아드는 공동체형 축제야말로 지속가능하다. 지역의 역사와 생태, 삶의 온기를 담은 축제가 많아질 때 비로소 지방은 살아 숨 쉬게 된다. 화려함보다 진정성, 소비보다 공감이 중심이 되는 축제 문화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을의 향기는 잠시 스쳐가지만, 그 향기를 피워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오래 남는다. 진정한 축제는 그 향기를 기억하게 하는 `사람의 어울림 잔치`가아닐까 싶다. 민초(民草)의 혈세로 만드는 축제다. 진정으로 어울림 있는 한마당 축제가 또 기다려지는 건 필자만의 바람일까?
http://www.changwonilbo.com/news/327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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