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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前 분성중학교장 / 이학박사 |
새해는 한 해가 다 가고 새로 시작하는 해를 말한다. 알고 보면 매일 새해고 매일 새로운 날이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정초는 한 해의 첫출발을 말하지만, 새로운 날에 불과하다. 어떤 일을 하던지 하루의 첫출발은 새해고 새로운 날이다. 출발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출발은 승패勝敗에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출발에 실패하는 사람은 같은 조건으로는 단거리에서 이기기 어렵다. 장거리나 마라톤에서는 출발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끈기 있는 인내와 자기능력에 따른 페이스조절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단거리 경주를 하면서 마라톤으로 이어지는 것이 인생의 삶이다.
마음이 새로우면 새해이고 나날이 새로운 날로 살아갈 수 있다. 괴로움에서 벗어나 행복해지는 것은 바로 새로운 날인 것이다. 내 마음의 진리를 깨닫고 자기생각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은 나날이 새로운 날이지만 새로운 삶을 이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새로운 날의 의미가 없다. 나 혼자만의 마음가짐으로 반성하며 새로운 날에 새로 일을 시작하는 것은 스스로 자신과 약속이며 새로운 날을 맞이하는 출발이기도 하다. 항상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시작은 그 과보가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돌아온다. 사람들은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다. 어려움을 겪을 때 마다 새로운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새로운 날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내가 원하는 방향이든, 원하지 않는 방향이든 모든 것은 시간이 말해주듯 기다리면 이루어진다. 그러나 새로운 날을 이루기 위해서는 노력은 필수이다.
세상에 태어날 때 년, 월, 일, 시에 따라서 사주, 팔자가 정해지듯이 운명대로 살도록 운명은 정해져 있다. 어떻게 보면 날 때부터 타고나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인지도 모른다. 불교에서 운명은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정해져 있어 운명에 따라 살아가는 길이라고 한다. 또 운명과 달리 우연이라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우연이라는 것도 인간의 운명으로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내가 주인이 아니라 내 사주가, 내 전생이, 그리고 누구나 급하고 어려울 때 찾는 하나님이 주인이고 우연이 주인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은 대자연의 법칙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해가 뜨고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계절이 바뀌는 형상과 같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과의 법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인과 연이 만나서 과가 나타나는 시기는 각기 다르다. 노력여하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생이 지난 뒤에 나타나는 것도 있다. 그래서 인과 연은 인연과보의 이치다. 인연과보의 이치를 아는 사람은 어느 순간 삶이 조금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게 된다. 예를 들면 입춘은 봄을 알리는 절기로 따뜻하지는 않지만 더 이상 강추위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가끔 꽃샘추위가 있지만 이미 봄이 오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인연과보의 이치를 알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고통을 겪으면서 살아간다. 고통의 원인을 알고 고통을 겪는 사람은 없다. 쥐가 쥐약을 먹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쥐약인줄 모르고 먹었기 때문이다. 맛있는 음식인 줄 알았지 쥐약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처럼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인간이 본래 나빠서가 아니다. 행위의 본질을 모르고하면 자신에게 큰 손실이 온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몰라서 행한 짓이라고 해도 손실은 따른다. 알고 했던 모르고 한 일이든 고통의 손실이 대가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모든 고통과 속박에서 벗어나려면 무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등불은 어두울수록 밝은 빛을 낸다. 밝을 때는 빛을 발휘하지 못하듯이 세상이 혼탁하고 어지러울수록 빛나는 일은 더욱더 밝게 빛난다. 한국 육상계의 새 등불이 지금 빛나고 있다. 손기정 선수가 세계육상대회 마라톤의 금메달과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육상경기의 인기는 다른 종목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희망이 없고 어두운 종목이었다. 그러나 우상혁 선수가 육상경기 높이뛰기에서 빛을 밝히고 있어 육상선배로써 내가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
이처럼 세상은 어두운 곳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등불이 되겠다고 마음먹으면 세상이 어두울수록 나의 등불은 빛나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고, 시간이 흐른다고, 장소를 옮긴다고 해서 새해 새로운 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와 시간, 장소를 떠나서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서 빛의 밝기는 달라진다.
현대 사회는 마음을 흔들리게 만들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에 확실성이 없고 불안정하며 모두의 마음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삶의 관점은 희망으로 바꾸어야 한다. 노력을 한다면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고 혼란의 와중에도 빛이 될 수 있는 기회는 만들 수 있다. 인류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현상에 대한 원리를 하나하나 발견해 나가면 된다. 생명의 원리는 유전학에서 보듯이 먼 달나라에서도 식물을 키우고 있어 지구 현상뿐만이 아니라 우주에 대한 미래를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명한 삶은 확실성을 가지고 불안정한 마음을 희망으로 바꾸어 살아가야 한다. 인생이 괴롭다고 하는 것은 고락苦樂이 함께 있는 것이다. 물고기가 낚싯밥을 덥석 물고 기뻐했는데, 사실은 그것이 고가告假되기 때문이다. "칼날에 발린 꿀은 혀를 상하게 하고, 오욕五慾(재물財物, 식욕食慾, 색욕色慾, 명예名譽, 수면욕睡眠欲)은 뱀의 머리와 같다." 쾌락快樂을 즐기는 것은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격이다.
즐거움이라는 것은 사실 괴로움이라는 걸 상징하는 말이다. 좋은 것 인줄 알고 했는데 결과가 나빠지고, 즐겁기 위해서 했는데 괴로움이 생기고, 행복하려고 했는데 불행해 지고, 살려고 했는데 죽게 되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 모든 결과의 원인은 무명無命과 무지無知이다. 주위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을 시작하거나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는 사람에게 꿈 깨라고 한다. 꿈에서 강도에게 쫓길 때 눈을 뜨면 꿈에서 깨어나 해결된다. 우리는 고락에서 꿈을 깨야한다. 어리석음이 있는 사람은 꿈속에서 왕자를 만나거나 공주를 만나면 좋아하고 강도를 만나면 싫어한다. 현명한 사람은 좋은 꿈이든 나쁜 꿈이든 꿈인 줄 알고 꿈에서 깨어난다. 이런 고요함 속에서도 깨어있다는 것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줄 수 있는 힘이다. 삶은 자신의 힘으로 세상이 쉴 사이 없이 변해가는 대자연의 법칙 속에서 마음의 분별과 여러 가지 망상을 버리고 부지런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낙숫물이 떨어져 바위에 구멍을 내는 것과 같이 끊임없이 정진하는 자세가 삶의 힘을 만든다.
욕심은 온갖 고통만 발생할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바라는 마음이 모두 욕심인 것은 아니다. 일곱 가지를 노력해 놓고 이룰 수 없는 100가지를 바라는 것이 욕심이다. 자신이 열심히 한 만큼 대가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 아니라 대가다. 사람들은 자기가 바라는 것들은 모두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일은 조금하고 바라는 대가가 많은 것은 욕심인 것이다. 욕심과 탐욕은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 고통은 갈등으로 이어지며, 갈등으로 감정이 상승되면 화를 내거나 폭력까지 행사하게 된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욕심만 채우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빚을 지고 사는 것이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성냄과 탐욕을 버리고 어리석음에서 해탈해야 한다. 마음을 비우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날마다 새로운 날을 위한 방향설정은 각자의 선택에서 이루어진다. 좋은 선택은 좋은 방향으로 간다. 좋은 방향이라면 시간이 대자연의 법칙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 낸다. 각자의 선택은 선택을 위한 노력과 마음이며, 마음이 새로우면 날마다 새로운 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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