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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10/14  창원일보
저 낮은 곳을 향하여
손영학 동명대 펀 스피치 선임교수

노주하 목사님. 우리 교회 예배당과 맞붙은 목사님 사택 앞 숲속 나무들도 이제 점차 푸른빛이 바래지고 머지않아 낙엽이 되어 뒹굴겠지요. 사택 앞 숲이라 하면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 교회가 매우 멋진 별장식 전원교회인줄 착각할 수도 있겠군요. 교회 사택으로 향하는 15평 남짓한 시멘트 포장을 목사님은 신승현 집사와 땀을 흘려 전부 걷어내고 그 척박한 땅 위에 포도나무, 복숭아나무, 앵두나무, 살구나무, 그리고 밤나무 등을 심어 아주 작은 과수원 숲을 만드셨지요. 그 작은 숲속 과수원에 과일이 영그는 것을 보며 심은 대로 거둔다는 준엄한 심판과 결실의 기쁨이 주는 하나님의 사랑을 느낍니다.


목사님이 가난한 달동네에 위치한 우리 교회에 부임하신지도 8년이 되셨군요.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을 졸업하시고 외국유학까지 마치셨으며 세칭 신(神)도 부러워 한다는 직장에서 전도양양하시던 목사님! 그러던 어느 날 주님의 부름을 받고 가난한 우리 교회에 부임하셔서 세상의 모든 명예와 안락을 내려놓고 이전 직장의 3분지 1도 안 되는 사례비에도 감사하며 목회 활동을 시작하셨지요. 교인이래야 유년부 아이들까지 전부 합해 겨우 4~50명이 될까 말까한 빈약한 우리 교회를 둘러싼 달동네에는 어쩌면 그리도 가난하고 헐벗은 이웃들이 많은지요. 우리 교회는 해마다 부활절과 추수감사절, 두 차례에 걸쳐 가난한 이웃들에게 사랑의 쌀 나누기 행사를 하고 있어요. 쌀을 전달하러 다닐 때면 이웃을 돕는다는 보람 보다 아픔과 눈물을 감추지 못할 때가 많았어요.

 

공중을 나는 새도 먹이시고 내일이면 아궁이에 던져질 풀꽃 한 송이도 입히시는 것이 하나님의 사랑인데 어찌하여 우리의 가난한 이웃들은 먹을 것, 입을 것, 잠 잘 곳을 걱정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타인의 신음소리에 귀 막고, 이웃의 상채기에 눈 감고, 형제의 눈물을 외면한 채 자신만의 행복을 구가하며 살아온 저를 비롯한 우리들 모두의 책임이 아닐까요?

 

목사님, 우리나라 장관들은 어쩌면 한결같이 그렇게 농촌을 사랑하는 사람들일까요. 경제관료 출신이든, 외교관 출신이든, 시민단체 출신이든, 장관 후보자라면 한결같이 논과 밭, 그리고 임야까지 소유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높은 곳에 앉아 있는 사람들 중에 이렇게도 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찌하여 우리의 농촌은 날이 갈수록 피폐해져 가고 있는 것일까요? 할인 마트에서 고기가 먹고 싶다는 아이들이 생각나 삼겹살 한 봉지를 훔친 아주머니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용서를 비는 것을 보고 저는 그들의 너무나도 인간적인 범죄(?)에 목이 메었습니다.

 

이토록 작은 과오에도 용서를 빌며 고개를 못 드는 우리의 이웃이 있는데 어쩌면 이 나라의 높은 사람들은 온갖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고도 저렇게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다니는 것일까요? 이러한 자들이 우리의 농촌을 죽이고, 달동네 서민들을 거리로 내몰고, 내일의 희망인 아이들의 날개를 꺾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목사님, `나는 그러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의 죄가 없어지는 것일까요? 아닐 것입니다. 형제의 눈물을 보고도 이를 외면하고 타인의 부정에 눈 감고 권력의 횡포를 외면한다면 우리는 똑 같은 공범자일 뿐입니다.

 

목사님, 이제 추수감사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농사를 짓는 농부는 아니지만 하나님께 감사하고, 작은 것이라도 나보다 가난한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는 날이 추수감사절의 참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도 우리 교회는 200 가구의 이웃에게 사랑의 쌀을 전하고자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작고 가난한 우리 교회이지만 하나님의 사랑이 높은 하늘나라에서 낮은 땅으로 임하시듯이 저희도 우리보다 가난하고 낮은 곳을 향하여 사랑의 발길을 재촉할 것입니다.

 

 우리가 비록 빌 게이츠나 김장훈 같은 기부천사는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의 작은 나눔이 각박한 세상에 희망의 꽃을 피우는 한 방울, 눈물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래서 목사님, 저는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추수감사주일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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