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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 학인당에서 열린 `2011전주세계소리축제` 적벽가 공연에서 김경호 명창이 국ㆍ영문자막을 관객들에게 시연하고 있다. |
독창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판소리가 세계무대를 향해 나아갈 교두보를 마련했다.
전북 군산대 최동현 교수의 연구팀은 최근 `춘향가`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 등 판소리 다섯 바탕의 사설집과 국ㆍ영문 자막을 완성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이 사업은 자그마치 5년간 공을 들여 완성한 장기프로젝트다.
소리꾼 혼자서 창과 몸짓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판소리는 세계무대에서 `1인 오페라`라 불리며 그 예술성을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고전 문체와 한자성어 등 생소한 표현들은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아 판소리 세계화의 걸림돌이 돼 왔다.
최 교수의 연구팀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판소리 다섯 바탕의 사설집을 발간하고 이를 영문으로 번역해 국ㆍ영문자막을 제작했다.
이번 성과로 판소리 공연 중에 관객들에게 국ㆍ영문 자막을 제공할 수 있게 됐고 이는 판소리 세계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문 번역된 판소리 사설집 역시 영어 이외의 외국어로 판소리를 번역할 때 참고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 지난해 열린 `2011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김경호 명창의 적벽가, 장문희 명창의 심청가 공연 중 직접 국ㆍ영문 자막을 시연해 국ㆍ내외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문화부와 전북도, 소리축제조위가 처음 연구팀에 한 요청은 외국인을 위해 판소리 다섯 바탕을 소개하는 한 권짜리 책을 영문으로 발간해달라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판소리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소개 책자보다는 공연 중에 제공되는 영문자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판소리 다섯 바탕을 번역하는 사업을 역으로 제안했다.
제안이 받아들여지자 연구팀은 현재 불리고 있는 판소리를 바디(판소리의 버전)별로 수집했다.
판소리는 명창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불리고 있기 때문에 어떤 공연에서든지 영문자막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바디별로 수집하는 사전 작업이 필요했다.
수집한 판소리는 주석을 달아 사설집을 만들고 이를 다시 영문으로 번역해 전산화 작업을 거쳐 자막으로 만들었다.
연구팀은 판소리 한 바탕당 평균 6개의 바디를 수집했고 5년 동안 매년 평균 300쪽 분량의 책 4권씩을 번역, 모두 21권의 사설집을 편찬하는 고단한 작업을 거쳤다. 소리꾼이 목을 풀기 위해 본공연 전에 부르는 단가도 바디 별로 37개를 뽑아 이를 영문화했다.
최 교수는 "2003년 판소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고 세계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지만 구체적인 대책이나 방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었다"며 "판소리가 이야기를 전달하는 예술인 만큼 오페라처럼 세계인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줄거리를 전달해 줄 영문자막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사업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방대한 분량을 번역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역사와 문화적 배경이 다른 외국인을 이해시키기 위해 적절한 영어 표현을 찾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5년간 고단한 시간을 보냈지만 판소리 공연장을 찾은 외국인들이 내용을 이해하면서 즐거워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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