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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04/24  창원일보
도도새<71> 3부-진실과 선
한 민

 

"우종하씨 혼내시는 건 아니시죠."


현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내일 귀국하기 전에 매듭을 짓고 싶어서 그래요."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현중씨의 마음이 정해질 때까지 기다릴 거예요."

 

왕진향의 커다란 눈이 현중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현중은 예기치 못한 그녀의 발언에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갑자기 침묵 속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던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잔을 들어 올리며 건배했다. 현중은 그녀가 말한 매듭이란 단어에서 천일의 분기를 가라앉혀야만 한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현중이 전화기를 꺼내어 천일의 단축번호를 누르려는 순간 그의 전화기 화면에 뜬 문자 이모티콘을 확인하고 황급히 문자를 열었다.`관중!`이란 두 글자가 선명했다. 관중 貫中 은 화살이 과녁에 명중했다는 뜻으로 특공경호대는 이를 작전 성사의 은어로 사용하고 있었다.


현중이 소파 속으로 허리를 깊게 묻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는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영문을 알 리 없는 왕진향은 현중을 바라보던 자세 그대로 얼어붙었다. 현중의 귀에 시위를 떠난 화살이 동경을 향하여 날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일본 동경.


미경은 뜨거운 육체를 주체하지 못하고 밤이 되면 하루도 빠짐없이 밤거리를 배회하곤 했다. 정삼식이 자중하라 신신당부 했지만 그녀는 이미 문승덕으로 인하여 항상 자극적인 것을 필요로 했다. 그녀는 귀국할 시간이 다 돼가고 있다는데 그나마 위안을 가지고 있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일념에 그녀로서는 최선을 다하여 자중하는 셈이었다. 미경은 정삼식 외에는 어느 누구도 연락을 취할 수 없도록 되어 있었는데 그마저도 연결이 되지 않아 하루하루가 갑갑하고 불안했다. 미경의 통장은 타인 명의로 되어 있었고 송금자의 명의도 모르는 이름이었지만 하루도 송금 날짜를 어긴 일이 없었다.


그녀는 처음 삼개월간 일본 전역을 여행을 하면서 겸사겸사 휴식을 취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일본에 관광비자로 입국한 처지이고 정삼식이 보내오는 돈은 사치스러운 그녀에겐 항상 빠듯한 정도여서 자신의 이름으로 어떠한 신용 행위도 할 수 없는 것에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문승덕이라면 해결책이 있으리라 여기고 어렵사리 기억을 더듬어 비서진을 협박하여 알아 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항상 전화기가 꺼져 있거나 없는 전화번호라는 답변이 흘러나왔다. 나중에는 비서진의 전화번호마저 바뀐 상태였다.


문승덕 역시 신용불량자로 등재되어 있어서 자신의 명의로 전화기를 개설할 수가 없는 처지였다. 그래서 소위`대포폰`으로 불리는 차명 전화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문승덕은 전자 제품에는 문외한이라 걸고 받는 행위 밖에 할 줄 몰랐다. 그래서 항상 전화기는 대전에서 보스나이트를 운영할 때 지배인이 제공하는 대포폰을 사용했다.


이러한 내용을 현중의 정보팀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문승덕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은 여반장이었다. 정미경은 문승덕이 그녀의 오빠로 인하여 곤경에 처했다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동경에 정삼식이 마련해 준 미경의 거처는 조그만 아파트였다.

 

미경은 동경 중심부에 위치하였다는 말을 듣고 내심 기대를 하였지만 별 특징이 없는 소박한 장소였다. 일본에 있는 정삼식의 별장은 모두 정삼식의 소유로 되어 있었지만 미경의 거처는 유일하게 정삼식의 일본 현지처 역할을 했던 여인의 명의여서 그녀에 대한 위치 추적을 따돌리기에는 적격인 장소였다.


미경은 수개월 간의 일본 여행을 끝내고 매일 밤 동경의 밤거리를 배회하면서 점차 새로운 분위기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심한 길치였던 미경은 지하철 덕분에 긴자를 비롯하여 신주쿠, 하라주쿠, 록본기 등지를 드나들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어딜 가든 절대적인 환영에 익숙해 있던 그녀가 낯선 땅에서 외로이 술을 마시는 상황은 참으로 애처로움, 그 자체였다.


처음 미경은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하라주쿠를 좋아했다.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그녀는 뭔지는 알 수 없지만 하라주쿠의 밤거리는 한국에 비해 역동감이 다분히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에게 있어서 흥이 덜 난다는 것은 시간을 보내는데 큰 고역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록본기는 미경에게 색다른 체험이었다.


그녀는 한국에서 친구들과 한 번씩 호기심 때문에 게이 바를 찾긴 했지만 록본기 일대의 게이 바는 한국의 그것과 수준이 달랐다. 한 마디로 물이 좋았다. 성에 적극적인 일본인들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한 단면이라고 미경은 생각했다. 하지만 가장 멋진 파트너를 소개시켜 준다고 호언장담하던 사장은 다음날 미경의 특이한 성향을 만족시키기 힘들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 전날 소개해 준 친구가 미경이 지나치게 민망한 자세를 요구해 와서 도저히 맞추기가 힘들다고 거부를 하였기 때문이었다.

 
미경은 문승덕이 너무도 그리웠다.


그녀는 오늘 밤이 지나면 우체국에 가서 생활비와 비자를 받고 한국으로 건너갈 것이라는 상상을 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다음 날 미경은 우체국으로 향했다. 그녀는 절로 노래가 나오고 어깨가 덩실거렸다. 미경은 자주 들리는 꽃집에 잠깐 들러 꽃을 구경하며 사장에게 말했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저 이르면 오늘 한국으로 돌아가요."


"어머나 아쉬워서 어떡해. 아가씨처럼 꽃 좋아하는 사람도 없는데."


"그동안 고마웠어요. 저의 대화 상대가 되 주셔서."


"무슨 그런 말을! 그런데 어찌 그리 일본말을 예쁘게 잘하시나?"


"국제경영을 전공했어요. 일본어는 필수죠."


"어쩐지! 그나저나 아쉬워서 어떡해?"


"다음에 동경 오는 기회가 있으면 연락드릴게요."


"그래, 아가씨, 행복해."


우체국 가는 길은 미경에게 가장 기분 좋은 코스였다. 그녀가 꽃집을 경유해서 각종 악세사리와 옷가게 즐비한 지역을 지나면 우체국에 도달했다. 그러면 그녀는 가는 동안 사고 싶은 것을 봐두었다가 우체국을 나오면서 구입하곤 했다.


그녀는 통장 잔액을 전액 인출할 것이라 마음먹었다. 우체국에 들어서자 그녀를 알아 본 직원이 등기가 왔다고 했다. 그녀는 창구에서 사인을 하고 통장 정리를 하자 잔액이 지난 달 그대로였다.


등기 봉투 안에 현금과 비자 등이 들어있으리라 생각한 미경은 남아있는 현금을 모두 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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