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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04/25  창원일보
도도새<72> 3부-진실과 선
한 민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스카프와 썬글라스를 하나 사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짐을 정리하면서 연신 콧노래를 불렀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등기 봉투의 윗부분을 오리기 시작했다. 거꾸로 뒤집은 봉투에서 흘러나온 것은 문승덕과 정삼식의 사망 사건이 보도된 대한일보 사회면 기사 스크랩 파일이었다. 천일의 전화기가 부르르 울리고 천일은 수화기를 황급히 집어 들었다.


수화기 너머로 작고 빠른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사서함에서 우편물을 수령해서 집으로 갔습니다. 현재까지 별다른 반응은 없습니다. 다음 지시 사항을 하달해 주십시오."

 

"임무가 끝나면 정미경의 소품 중 등기 우편물을 수거하는 것을 잊지 마. 문승덕의 사진이니까 반드시 챙겨야 해. 그리고 끝나면 문자를 남겨."

 

"알겠습니다."

 

천일은 며칠 전 모처럼 현중과 독대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그가 본 중 가장 취한 현중의 모습이 떠올랐다.

 

"천일아, 오늘은 사적인 얘기를 한번 해보자."


"그러시죠. 회장님."

 

"사적인 이야기를 하자니까."

 

"알겠습니다. 형님."

 

"정임이는 잘 있냐?"

 

"그 얘기라면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 그럼 내 얘기를 하지."

 

현중이 침통한 표정으로 그 간의 결혼 생활에 대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듣고 있던 천일은 점점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처음 형님이 문승덕에 대한 업무를 지시하셨을 때 정광식의 문제를 가지고 지나치시다는 느낌을 받은 게 사실입니다. 정미경은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정미경은 그냥 둬라. 애초 사랑하지 않았기에 증오도 없다. 무관심할 뿐이다. 내 짐을 벗으려고 네게 짐을 씌우고 싶지 않다."

 

현중은 무관심이란 말을 힘겹게 꺼내고 앉은 채로 잠이 들었다.

 

"아닙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정임에 대한 분노가 되새김질 하듯 천일의 주먹이 부르르 떨고 있었다. 천일에게 저녁 늦게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상대방은`잘못 걸어서 죄송합니다.`는 짧은 멘트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천일은 현중에게 `관중`이라는 문자를 남기고 현중의 주위를 그림자처럼 맴돌았다. 오열하는 현중에 아랑곳없이 수면 위로 태양이 붉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늦은 밤 강민철 검사실.


오늘도 여전히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민철은 한국 대사관을 통하여 들어 온 정미경의 자살 소식을 접하고 둔기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전 일본을 다 헤집고 다니며 정미경의 거처를 파악해 내는데 시간을 다 소비하고 겨우 접근이 가능한 상태에서 정미경은 자살을 했다.이제 죽은 자는 문승덕, 정삼식, 최춘호와 함께 네 명으로 늘어났다. 공통분모는 역시 이현중이다. 이현중은 정미경의 은신처를 어떻게 파악했을   까?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살을 위장했다면......`

 

민철은 일본에서 연락이 오자마자 최계장을 일본으로 급파했는데 최계장에게 정미경의 행동반경을 철저히 탐문하여 단서를 찾기 전에는 돌아오지 말라고 지시했다.

 

전화벨이 울렸다.

 

최계장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과장님, 정미경의 방에는 아무런 흔적이 없습니다. 저항한 흔적도 없고 스스로 목을 매단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매일 받아보던 신문이 쌓이는 걸 보고 관리인이 신고했는데 한국인이라서 일본경찰이 신경 쓰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대사관도 귀찮아하고."

 

 "분명 단서가 있을 겁니다. 며칠 머무르면서 천천히 찾아보십시오."

 

민철은 최근 민채가 현중과 여러 차례 회동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권검사장이었다. 민철은 본능적으로 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로즈마리 카페 구석진 방.

 

민철과 마주앉은 권검사장의 표정이 다소 어두워 보였다.

 

"강검사, 지난 번 사건 다시 손대기 시작했다며."

 

"어제 일자로 정미경이 자살을 했습니다."

 

"그게 다시 손대는 이유인가?"

 

"석연찮은 점이 많아서요. 이현중의 아버지는 죽은 정삼식의 ......"

 

"거기까지야. 자네의 일에 대한 열정은 높이 사지. 하지만 범죄자를 소탕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시민들의 정서를 감안할 줄도 알아야하네. 무슨 말이냐면 사건의 맥을 잘 짚어야 돼. 우리의 위상도 고려해야하고, 시민들의 불안감을 애써 조장할 필요가 없어. 신뢰도가 깨지지 않도록 애써 결론을 내릴 줄도 알아야 해."

 

민채는 강한 어조로 권검사장에게 말했다.

 

"지금 사건의 실제 배후는 도심을 활보하면서 저희들을 조롱하고 있습니다."

 

"문승덕은 정삼식이 사주했고 정삼식의 사주를 받은 박대철이 범행을 자백하고 출두했으며 정삼식을 살해한 최춘호는 현장에서 자살했고 정미경 역시 자살했어. 요즘 자살하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인가? 이 문제가 다시 들먹거려지면 검찰의 이미지가 무능한 것으로 비춰지고 설사 진범이 있다 한들 그에 대한 활약상이 확대 재생산되어 모방 범죄가 판을 치게 돼. 다행히 자진 출두한 박대철이 있으니 초점을 흐리지 말고 마무리하도록 하게."


"검사장님, 이번 일을 이렇게 서둘러 덮으시려는 진정한 의도를 말씀 해 주십시오."

 

"무슨 의미인가? 자네 혹시 ......"

 

"개인적으로 검사장님을 존경합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이대로 물러설 수 없습니다."

 

"자네를 아껴서 하는 말이야. 인생에서 성공이란 자신의 소신을 관철시키는 게 아니라 주변의 믿음을 완성하는 것일세. 그리고 산달이 다 돼 간다고 들었네. 가정에도 신경 좀 쓰게."

 

권검사장은 일어서서 상의를 걸치고 그대로 나가 버렸다. 로즈마리의 젊은 여사장이 작은 상을 들고 들어오다가 어색하게 우두커니 서 있었다.

 

민철은 혼자서 중얼거렸다.

`이건 아니야, 뭔가가 있어.`

 

민철은 담배 연기를 손으로 잡았다 폈다를 반복하면서 생각했다. 손에 잡혔는데 펴보면 없다. 이현중은 담배 연기 같은 놈이군.`  민철은 주변에서 자신을`워크홀릭`이라고 부를 정도로 일에만 철저히 미쳐있는 자신이 처음으로 무기력하다고 느꼈다.


권검사장의 마지막 말이 그의 귓가에서 맴돌고 있었다.

 

`인생의 성공이란 자신의 소신을 관철시키는 게 아니라 주변의 믿음을 완성하는 것이다.`

 

민철은 자신의 한계에 무기력함을 느끼고 꺼이꺼이 울었다.


그 후 수년 동안 국내에서 현중을 본 사람이 없었다. 연순열과 최병렬, 김천일은 각각 21세기 컨설턴트, 현민엔터테인먼트, 특공경호대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잡았고 서귀포 패러다임 호텔은 국제회의의 장소로 부상했다. 현민건설의 대표이사 자리는 공석이었는데 그것은 현중의 민채에 대한 배려였다.  한ㆍ일ㆍ제주 간 해저터널 건설은 일본과의 관계가 냉랭해지면서 장기화 되다가 독도 문제가 불거지자 추진 동력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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