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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창원시가 3년이 되도록 청사 입지문제를 놓고 구 마산 분리안을 시조례로 통과시키는 등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하늘에서 내려다 본 구 창원ㆍ마산ㆍ진해의 접경지역. |
인구 110만의 통합 창원시가 탄생한지 3년이 다 돼가고 있다. 구 창원ㆍ마산ㆍ진해시를 통합한 창원시는 그 동안 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한 각종 정책을 쏟아내며 구 도심의 균형 맞추기에 많은 공력을 들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구 도시 주민들의 불만이 계속 내재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창원
구 창원지역은 상대적으로 풍요로웠던 재정을 마산과 진해지역에 투입함에 따라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재정자립도가 전국에서 몇번째 안에 들 정도로 재정상황이 튼튼했지만, 이 세수 등을 마산과 진해지역에 사용하고 있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 창원시청이 구 창원시청사를 그대로 활용하고 있어 통합시 탄생 이후에도 생활권에 큰 변화가 없다는데 그나마 만족하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2개 구청이 생김으로 인해 민원과관련한 편의는 더 나아진 셈이다.
그래서 시청사 입지 및 옛 도심권 재분리 문제에 대해 비교적 담담한 분위기다.
마산
옛 마산지역은 상황이 다르다.
시청사 입지가 창원시청 자리로 굳어지는 분위기가 지속되자 특단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옛 마산시를 분리하자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창원시의회가 지난달 23일 `통합 창원시에서 옛 마산시 분리 건의안`을 채택하자, 시민사회단체들이 환영 입장을 내면서 `마산분리범시민추진위원회` 결성을 제안하고 나섰다.
마산YMCA는 지난 1일 오전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산의 이름과 역사를 다시 찾는 여정을 시작하자"고 밝혔다. 이들은 "마산창원진해통합 전후 지난 4년여세월을 돌아보는 우리의 심경은 참으로 착잡하고 회환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방자치를 후퇴시키는 반강제적 졸속통합이라는 시민사회의 비판에 대해 전국 최초로 자율통합을 이룬 도시라고 목청을 높이던 정치인들과 행정관청의 선전이 지금도 귓가에 아련한데, 결국 통합창원시는 통합한 지 3년 만에 분리를 추진하는 도시가 되고 만 것"이라고 밝혔다.
마산출신 시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이 이처럼 분리를 요구하는 것은 NC야구장 건립지가 진해지역으로 결정된데다 기대를 걸었던 시청사 유치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산지역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이주영ㆍ안홍준 의원이 시청사 유치 공약까지 내세웠지만 수포로 돌아가는 현실이 이들을 더욱 거세게 만들고 있는 형국이다.
진해
NC야구장 유치에 성공한 진해지역은 비교적 유순했지만 최근들어 미묘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진해지역 시민단체인 `희망 진해사람들`은 지난 3일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해지역도 분리하자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점입가경이다.
이 단체는 "지난 2009년 주민 의사를 무시하고 가결한 통합으로 진해지역은 상권 붕괴, 부동산 폭등,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고통을 겪었다"며 옛 진해시 분리 주장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이 단체는 "진해주민도 통합시에서 분리를 바라는데 창원시의회는 마산만 분리한다는 조례안을 가결했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진해지역 시의원들이 진해시 분리안을 창원시의회에 상정하고, 창원시의회는 창원ㆍ마산ㆍ진해 3개 지역을 각각 분리하는 조례안을 처리하라고 요구했다.
진해지역이 창원지역의 들러리를 서고 있다는 마산지역의 비난 여론도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박완수 창원시장
"마산 분리 있을 수 없는 일"
임기 말년에 접어들고 있는 박완수 창원시장은 옛 마산시 분리에 반대하고 나섰다.
창원시의회에서 `분리 건의안`을 채택한 뒤 지난달 25일 `110만 시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옛 마산시 분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옛 마산시 분리는 있을 수 없는 일로 어렵고 힘들수록 초심의 마음으로 돌아가야한다"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통합은 위대한 110만 시민의 결단이자 희망이었고 미래였다던 만큼 시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마산지역이 분리해 나간다면 청사소재지 결정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면서 "분리에 따른 혼란, 사회적 비용과 행정적 낭비, 정부와 다른 지자체가 가지는 우리시에 대한 불신은 고스란히 시민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통합 창원시청사 위치와 관련 조례안이 `날치기` 처리된 것과 관련해, 박 시장은 "최근 청사소재지 문제로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던 우리시 의회가 `옛 마산시 분리 건의안`과 `창원시청 소재지에 관한 일부 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켜 심각한 우려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시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이러한 모든 사태는 부덕한 저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할 것이고 시장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뭐라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고 송구스럽다"고도 말했다.
박 시장은 "시민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헤아려 창원시의 담대한 미래를 위해 뜻을 모아 주시기 바란다"며 "시의회도 갈등을 딛고 한마음 한뜻으로 지혜와 역량을 하나로 모아 시민이 바라고 꿈꾸는 희망의 창원으로 다함께 만들어 나가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창원시민 53.8%
"통합시 청사 필요하지 않다"
그러면 창원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창원시가 지난달 14일부터 17일까지 옛 창원ㆍ마산ㆍ진해별로 각각 2,000명씩 모두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청사 소재지에 관한 시민 여론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이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3.8%가 새 청사 건립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필요하다고 응답한 시민은 38.1%에 그쳤다.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시민은 그 이유로 기존 청사 활용 67.3%, 신축비용 과다 22.6%, 지역 갈등 6.3%, 시청 이용빈도 낮음 3.1% 등을 들었다.
1순위와 2순위인 창원 39사단 부지 모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49.8%로 1순위만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응답자 41.3% 보다 많았다.
시청사 건립시기는 3년 후가 적합하다는 의견이 57%로 가장 많았다. 5년 후는 22.3%, 7년 후는 3.6%, 10년 후는 7.3%였다.
기존청사를 활용할 경우에는 옛 창원시청을 꼽은 응답자가 67.1%로 단연 많았다.
분리 보다 대안 찾기가 먼저다
지금 통합창원시는 현재 청사 소재지만 남겨 놓고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ㆍ체육ㆍ교통ㆍ환경 등 모든 분야가 통합돼 있다.
행정구역이 다시 분리될 경우 3년 동안 어렵게 통합을 이뤄낸 이들 분야들도 다시 분리돼야 한다. 경남도와 행안부의 동의는 물론 국회의 법 개정도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마산 및 진해 분리안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분리안 가결은 3년 전 졸속통합의 우를 범했던 창원시의회가 다시 졸속분리의 우를 범하려고 하는 시도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밥그릇 속에 담겨 있는 밥이 적다고 밥상 마저 엎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밥상위에는 밥 이외에도 반찬거리도 많이 놓여져 있어 비록 적은 밥이라도 반찬과 함께 잘 구성하면 더 맛있는 밥을 만들 수 있다는 논리가 바로 그것이다.
창원과 마산, 진해도 기능별로 잘 구성하면 분리보다는 통합창원시 청사가 가지 않는 지역을 제2의 뉴욕이나 상해로 만들 수 있는 대안 찾기가 먼저라는 `대안론`도 정치계와 시민단체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으로 보인다.
/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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