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편성한 첫 예산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년 총지출 규모를 357조 7,000억원으로 잡아 올해 본예산보다 4.6%, 추가경정예산보다는 2.5% 늘렸다. 경제활력 회복과 복지 확충, 국정과제 이행에 초점을 맞춘 경제활력ㆍ일자리 예산이라고 한다. 적절한 방향 설정이다.
지난 몇 년간의 예산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재정위기로 세계경제가 불확실성의 시대에 접어든 사정 때문일 것이다. 다만, 기초연금처럼 원안보다 후퇴하거나 이행시기가 늦춰진 국정과제가 생긴 일은 안타까운 일이다. 벌써 역풍이 거세지만 정부의 고민과 판단도 이해 못 할 정도는 아니다.
재원은 제한적인데 무엇 하나 소홀할 수 없는 과제들이 맞물린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과제는 서로 충돌하는 성격까지 갖고 있다. 경제 활성화나 국정과제 이행에 무게를 두면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기 마련이니 편성과정의 고충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그간 국민 기대치를 한껏 부풀린 과오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기조는 괜찮지만 재정지표를 둘러싼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25조 9,000억원으로 늘어난다고 하니 그렇다. 세계 금융위기 탓에 이른바 `슈퍼 추경`을 짠 2009년(-43조 2,000억원) 이후 최대치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비율을 올해와 같은 -1.8%로 유지하려 힘썼지만 계속된 재정적자 탓에 국가채무도 515조 2,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직접 원인은 국세를 포함한 총수입 증가율 둔화에 있다. 이번 중기재정운용계획의 2014~2016년 총수입 전망치는 작년에 짠 계획보다 연간 23조~26조원 적은 반면 총지출 전망치는 같거나 5조원 적을 뿐이다. 세금이 전망대로 걷힐지도 미지수다. 세수가 전망에 못 미치면 적자폭은 커지고 세입 추경을 되풀이하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재정적자의 장기화, 고착화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앞으로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 증가율보다 1.5%포인트 낮게 관리하는 중장기 재정준칙 강화안을 내놨다. 여기엔 의무지출 증가나 재정수입 감소를 수반한 법률을 낼 때 재원확보 방안을 마련토록 하는 `페이고(Paygo)` 원칙의 법제화 검토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지난 정부 때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보다 3.0%포인트 이상 낮게 유지하려 했어도 재정균형에 실패한 결과를 정부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수입 한도에서 지출을 정하는 양입제출(量入制出)까지는 못하더라도 보다 근본적인 재정 건전화 대책이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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