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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09/09  창원일보
[권영수 칼럼]
오동잎ㆍ가을비 우산속ㆍ코스모스와 어머니

창원 참사랑봉사회 회장
마산운수㈜ 관리상무
이제 가을도 무르익어 가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한낮의 쨍쨍한 날씨 덕분에 산과 들녘에는 과일들이 잘 익어 갖가지 색깔을 발하면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러나 뒤늦게 닥쳐온 태풍과 돌풍으로 과일이 익기도 전에 떨어져 농민들의 피해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여름 내내 피를 토하듯 울부짖던 매미는 떠날 준비를 하고 있고 밤이면 가을을 알리는 귀뚜라미가 찾아와 귀뜨르 귀뜨르 가을을 노래하고 있다.


필자는 매년 이맘때면 오동나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오동잎이 떨어지는 장면을 보기도 한다. 어릴 적 시골집 건너편에 유일하게 큰 오동나무가 있었다. 바람이 불어 오동잎이 떨어져 바람에 나뒹구는 모습을 보고 동네 어른들께선 이제 가을이 오는 것이라 했다. 그래서 호기심에 오동잎이 떨어지면 재빨리 주워와서 아궁이 불을 지필 때 가끔 사용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고(故) 최헌 가수가 불러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동잎이란 노래를 불러보기도 한다.


오동잎 한잎 두잎 떨어지는 가을밤에/그 어디서 들려오나 귀뚜라미 우는 소리/고요하게 흐르는 밤의 적막을 어이해서 너만은/싫다고 울어대나 그 마음 서러우면 가을바람/따라서 너의 마음 멀리멀리 띄워 보내 주려무나


이 노래를 불러보면 가사처럼 내 마음 한결같이 가을바람 따라서 어디론가 멀리 멀리 떠나가고 싶어진다.


가수 최헌 씨는 2012년 9월 10일 식도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노랫가락은 아직도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여전히 심금(心琴)을 울리고 있다. 그는 가을을 노래했던 대표곡 중 오동잎 외에 가을비 우산속에, 앵두, 구름나그네 등 수많은 희트곡을 남겼다. 그 중에서 필자가 제일 좋아했던 오동잎의 사연들과 `가을비 우산속`이라는 노래 가사 등 당시 그에 얽힌 사연들을 적어본다.


그리움이 눈처럼/쌓인 거리를/나혼자서 걸었네/미련때문에/흐르는 세월따라/잊혀진 그 얼굴이/왜 이다지 속눈썹에/또다시 떠오르나/정다웠던 그 눈길/목소리 어딜갔나/아픈 가슴 달래며/찾아 헤매이는/가을비 우산속에/이슬 맺힌다


지금 중년을 지난 사람들은 그 당시 가을에 비가 내리면 우산도 없이 그냥 비를 맞으며 다녔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은  비만 오면 우산 살이 한 개만 부러져도 길거리에 버리고 있지만 옛날엔 지금처럼 우산이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거의 대부분 서민들은 값이 아주 저렴한 비닐우산을 사용하기도 했다. 청춘남녀들은 우산도 없이 비를 흠뻑 맞고 빗속을 거닐던 사람들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이유는 그 당시 처해있던 상황에 따라 각자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가을비 우산 속에는 청춘남녀들의 사랑과 이별 눈물이 섞여 있었던 사람도 의외로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수많은 세월이 흘러  오동잎과 가을비 우산속이라는 노래 가락에 얽힌 사연들이 현 실정과는 맞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가을을 대표하는 코스모스다. 시골길 어디든지 가는 곳마다 만발해 바람에 한들한들 춤을 추며 길손들을 맞이한다. 코스모스의 꽃말은 순정, 애정, 조화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의 마음에 위안을 주고 그 정서에 잘 어울리는 것은 코스모스라고 말하고 싶다. 옛날에는 많은 청춘남녀들이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길을 걸어가면 사랑이 맺어진다는 얘기도 있었다.


필자가 아주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손을 놓고  무작정 집을 뛰쳐 나올 때 동구 밖에는 코스모스가 조금씩 피기 시작하는 계절이었다. 그 후 부터 어머니는 어린 나이에 집을 나간 아들을 만나기 위해서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 수십년간 동구 밖에서 흙먼지를 덮어쓰면서 기다리곤 했었다. 지금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신 지 21년째를 맞이하고 있지만 그 당시도 코스모스가 조금씩 피기 시작했기에 코스모스와 어머니는 범상(凡常)한 인연이 아닌가 싶다.


그 후 고향을 찾아도 오직 어머니의 빈 자리만 남아있고 코스모스가 대신 나를 반겨주고 있다. 고향이 그토록 그리웠던 것은 그 자리에 어머니가 계셨기 때문이다.  필자는  해마다 가을이 되면 어머니를 생각하며 그 빈 자리에 코스모스가 어머니의 모습으로 환생(幻生)해 반갑게 맞아주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들기도 한다.


오늘 밤도 그 때 그 모습이 떠올라 눈시울을 적시며 어머니의 자애로우신 모습을 그리며 코스모스 노래를 불러본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향기로운 가을길을 걸어갑니다/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찬바람 미워서 꽃속에 숨었나/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향기로운 가을길을 걸어갑니다/걸어갑니다 걸어갑니다

이 노래는 가수 김상희 씨가 수십년 전부터 가을을 노래해 대중가요로 각인돼왔다.


코스모스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고향 마을을 지키며 반갑게 맞이해 주고 있다.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마음처럼 코스모스는 해마다 고향 마을을 지켜 왔듯이 내년에도 고향 마을을 지키면서 어머니의 마음처럼 길손들을 반갑게 맞이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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