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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11/24  창원일보
[우외호 칼럼]
거장의 문학 세계 `부활`

논설위원
목청 고운 새들의 노래 소리가 사라지고 스산한 바람이 부는가 했더니 어느새 나뭇잎이 붉게 변해간다. 아! 벌써 만추라는 말인가? 필자는 창가에 우두커니 서 어느 곳에선가 본 자작나무를 떠올리며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1828-1910)의 `부활`에 관한 상상의 물레방아를 돌린다.


수염이 덥수룩한 사람이 누워서 책을 읽고 있다. 그는 왼손으로 책을 잡고 머리는 자작나무 그루터기를 괴고 누워 있었다. 모자를 눌러쓰고 거의 가슴까지 내려오는 흰 수염, 그러나 아주 평화스런 모습이다. 상하가 구분되지 않는 여자의 긴 드레스를 연상시키는 옷의 끝자락은 발을 덮고 있어 신발을 신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낮은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는 듯 하면서도 풀덤불을 모아 그 위에 누워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필자는 깊은 상상에 빠져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러시아 리얼리즘의 대표적화가인 일리아 레핀(1844-1930)이 `그린 독서하는 톨스토이`그림의 한 장면을 떠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친근하고, 한가롭고 감동을 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레핀이 톨스토이의 고향집을 찾아가서 그린 것이다. 남러시아 툴라 근처에 위치한 아름다운 고장 `야스나야 폴랴나`에서의 어느날 톨스토이는 자신을 찾아온 레핀에게 글 쓰는 일 외는 자연을 감상하거나 책을 읽고 있다는 듯이 집 앞 한 그루의 자작나무 밑에 눕는다.


소설 `부활`을 끝내고 난 다음처럼 그의 전신에 홀가분함이랄까,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쏟아지는 한가로운 때인 것 같다. 이 그림은 `볼가 강에서 뱃줄을 끄는 인부들`을 그린 레핀의 그림과는 다르게 자연과 차림새가 어울린다.


1899년, 그러니까 소설 `부활`은 톨스토이 나이 71세 때 쓴 작품이다. 당시로서는 고령으로 통하는 이 노령의 나이에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 `안나카레나`와 함께 자신의 3대 걸작으로 손꼽히는 대로망 `부활`을 탄생시킨다. 소설의 성서(聖書)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작품은 러시아문학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문학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서 이룬 영혼불멸(靈魂不滅)의 금자탑(金字塔)으로 손색이 없다.


처음에는 `코니의 수기`라는 제목이 붙여진 소설 `부활`의 주인공은 창녀 생활을 하다가 살인을 저지른 카추샤 마슬로바와 그것의 원인 제공을 한 배심원 네풀류도프 백작이다. 세상에! 죄인이 죄인을 재판하기 위해 배심원으로 재판정에 나왔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네풀류도프는 학창시절에 그의 집 하녀로 사는 카추샤를 범한 뻔뻔스런 남자다. 한꺼번에 몸과 순결을 다 빼앗겨버린 그녀가 몸 파는 여자 `창녀`가 되게 한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창녀촌에서 너무나 귀찮게 구는 돈 많은 상인 스멜코프를 죽인 카추샤, 그녀는 그를 죽이기 위해 수면제를 먹인 것은 아니었는데 어쨌든 그런 일로 스멜코프가 죽고 그녀는 법정에 선다. 네플류도프에게 당해 임신까지 한 그녀가 주인집에서 쫓겨났다는 사실은 `살인죄`와는 비교도 안 되는 것! 그리해 저 눈 내리는 혹한의 광막한 시베리아로 유형수(流刑囚)가 돼 떠날 수 밖에 없게 된다. 여기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 네플류도프는 어느 날 여관방에서 `바이블`을 펴놓는 순간 `인간 영혼의 눈`을 튼다.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이 들려오는 것을 깨닫는다. 마태의 복음서 제 5장을 읽는 순간 어둔 가슴이 마치 여명의 하늘처럼 열리며 쿵쿵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자 제자들이 겉으로 다가갔다. 예수께서 비로소 입을 열어 이렇게 가르치셨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위로 받을 것이다. 온유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슴은 행복하다. 그들은 만족할 것이다.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을 뵙게 될 것이다.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이 될 것이다.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은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특히 마태오의 복음서 5장에서 네플류도프는 자기가 진실로 죄인이라는 것을 영육(靈肉)이 같이 발동하는 스스로의 몸부림으로 깊이 깨닫기 시작하는 것이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과 세상의 빛이 되라`는 그 가르침에 무릎을 꿇는다.


`성내지 말라, 보복하지 말라 원수를 사랑하라` 등의 내용이 담긴 복음서를 통해 그는 거듭 태어난다. 어둠을 밝히고 세상의 빛과 사랑으로. 그는 영원한 생명 길로 걸었던 것이다.


마이클 호프만 감독의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이란 영화에서 톨스토이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레프 톨스토이의 생애를 다룬 영화는 그의 말년 가운데 세상을 떠난 해인 1910년의 마지막 몇 달 간의 행적을 담고 있다. `어떻게 쓸 것인가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던 톨스토이의 사상이나 이념, 그를 따르는 사람들 그의 가족과 주변과의 관계, 민중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그가 왜 러시아를 대표하는 문학가인 동시에 철학가 사상가이며 러시아 대문호라는 칭송을 듣게 됐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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