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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11/26  창원일보
[차상은 칼럼]
태움과 괴롭힘의 문화

경희중앙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장
`태움`이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주로 대형 병원 간호사들 사이에서 쓰이는 일종의 은어이다.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가하는 정신적, 육체적 괴롭힘을 의미한다. 일반 직장에서 볼 수 있는 직장 왕따(bully)와 비슷하지만 모든 신입 간호사들이 겪을 수 있는 하나의 문화라는 게 큰 차이점이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라 분위기상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 직장 외의 개인적인 문제로도 걸고 넘어져 태움을 당했다는 간호사들의 사례 등도 많이 보도됐다.
 

의료현장에서 필요한 위계 질서, 엄격한 교육과 달리 위력(威力)에 의한 괴롭힘, 따돌림의 행위는 구분돼야 한다. 태움이란 이름으로 일어난 행위를 `힘에 의한 학대(power harassment)`의 관점으로 다뤄야 본질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직장 내에서 지위나 권력을 바탕으로 부당하게 권력을 행사하는 직장 내 괴롭힘을 뜻한다. 병원환경의 특수성과 조직관리 질서를 모르는 시민의 입장에서 생사여부를 다루는 곳이니까 위계와 절제된 행동의 제한요소도 단편적으로 이해가 일부 가지만 조직관리 효율성과 SNS 수평소통 보편화 사회 시점에서 이건 아닌 것 같다.
 

대한간호협회가 2018년 7,275명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인권침해에 대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 간호사의 40.9%가 태움을 경험했다.
 

괴롭힘의 주체는 선배 간호사 및 프리셉터(지도 간호사)가 30.2%, 동료 간호사 27.1%, 간호부서장 13.3%, 의사 8.3%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신고사건 130건 중에는 욕설, 외모 비하, 인격모독적 발언 등 폭언이 55건으로 가장 많았다. 물건을 던지거나 직접적으로 신체적 폭행을 가한 경우도 10건이나 됐다.
 

태움 방지를 위해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2019년부터 시행 중이지만 처벌 규정이 없는데다 해당 사건에 대한 신고접수와 조사 주체가 같은 직장 내 사용자로 규정돼 있어 큰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사용자가 가해자일 경우 법 적용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18년 신규 간호사 사직률은 42%이다.
 

2019년 1월 서울시 산하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던 고 서지윤 간호사가 태움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고 서 간호사는 "우리 병원 사람들은 조문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고통을 호소하고 떠났다. 근로복지공단은 서 간호사 유족이 제출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 사건`에 대해 업무상 질병을 인정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서울 업무상질병판정 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심의회를 개최해 유족과 대리인의 진술을 듣고 관련 자료를 검토했다. 그 결과 서 간호사가 업무ㆍ직장 내 상황과 관련해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누적으로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고인의 사망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는 서울의료원이 아직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구성원을 보호하는 체계를 갖추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공단은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된 질병의 경우 산재 인정이 가능하도록 지난해 7월 기준을 구체화했다. 정신 질병 산재 신청은 2014년 137건에서 지난해 331건으로 증가했고 산재 인정은 5배 가량 늘었다고 한다.
 

2019년 3월 보건복지부에서는 간호사 처우와 환경을 개선하는 대책을 발표했었다. 주요 개선대책을 보면 인권침해 방지, 간호사 인권센터 설치, 의료현장 내 인권침해 때 면허정지, 신규 간호사 교육 전담 간호사 배치, 간호인력 확충과 입학 정원 단계적 확대, 복지부 내 간호인력 업무 전담 TF 구성, 간호 서비스 건강보험 수가, 야간근무수당 지급, 야간전담간호사 지원 확대 등이 있었다. 특히 신규 간호사를 교육하는 간호사를 2019년부터 배치하지만 국공립 병원 중심으로만 시작이 된 것이고 우리나라 병원 90% 이상은 민간병원이라 앞으로 많은 보안과 수정이 필요할 것이다.
 

간호사 태움 문제는 곧 직장 내 괴롭힘 이슈로 확산됐다. 이에 정치권에서 법 개정에 나서 지난해 말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것이 지금 시행되고 있는 이른바 `괴롭힘 금지법`이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3가지 조건으로 즉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 우월적 지위나 관계를 이용해 ▲업무상의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ㆍ정서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다.
 

이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개정 법은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조치 등 사업장의 의무를 규정했다.

그러나 가해자에 대한 처벌 등을 직접 규정하지는 않고 있다. 사업장에서 자율적으로 괴롭힘을 방지하고, 발생시 적절하게 처리토록 계도하는 셈으로 병원마다 대응전략과 수단의 차이는 어느 정도 상이하게 존재하고 적용될 듯해 다소 우려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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