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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의 좌완 에이스 구창모(25)는 단숨에 달려갈 수 있는 이 거리를 무려 551일 동안 돌아왔다. 사진은 NC 구창모 호투./연합뉴스 자료사진 |
216m.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2군 구장인 마산구장 마운드에서 1군 홈구장 창원NC파크 마운드까지 직선거리다.
NC의 좌완 에이스 구창모(25)는 단숨에 달려갈 수 있는 이 거리를 무려 551일 동안 돌아왔다.
2020년 11월 23일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5차전을 끝으로 1군에서 사라진 구창모는 지난달 28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두산과 홈 경기를 통해 1군 복귀전을 치렀다. 1군 무대를 다시 밟기까지 딱 551일이 걸렸다.
그동안 구창모는 부상에 시달렸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왼쪽 척골(팔꿈치 아래 뼈) 통증으로 고생하다 지난해 7월 소량의 골반 뼈세포를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긴 재활을 거쳐 복귀를 앞둔 올해 3월엔 오른쪽 햄스트링 근육이 찢어져 다시 재활 훈련을 해야 했다.
1군 마운드에 설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구창모는 좌절했다.
7일 창원NC파크에서 만난 구창모는 "1군 경기가 있는 날이면 일부러 이른 시간에 재활훈련을 한 뒤 일찍 퇴근했다"며 "(재활훈련을 하는) 마산구장에서 1군 경기장에서 나오는 응원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매우 아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안한 감정도 컸다. 그는 "모든 분께 죄송했다"며 "특히 팬들과 팀 구성원들에게 희망 고문을 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구창모가 빠진 NC는 2020년 통합우승을 차지한 뒤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올 시즌엔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급기야 지난달엔 이동욱 전 감독이 경질됐다. 구창모에겐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구창모는 "이동욱 감독님은 내 복귀를 누구보다 애타게 기다리셨던 분"이라며 "복귀를 앞두고 따로 연락을 드렸다. 죄송스러운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한 몸으로 돌아가 온 힘을 다해 공을 던지는 게 이동욱 감독님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구창모는 551일 만에 밟은 1군 무대에서 예전의 기량을 그대로 펼쳤다.
지난달 28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두산과 홈 경기에서 5⅓이닝을 4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679일 만에 정규시즌 선발승을 거뒀다.
3일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선 7이닝 1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전성기 못지않은 역투를 펼치며 2승째를 따냈다.
이제 구창모는 몸도 마음도 아프지 않을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그는 "지금은 건강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며 "요즘엔 기술적인 훈련보다 몸 상태를 회복하는데 시간을 많이 쓰고 있다. 몸 관리를 잘하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낸 구창모는 꿈꿔오던 대표팀 발탁에도 욕심이 난다고 밝혔다.
그는 "2020 도쿄올림픽 등 국제경기를 앞두고 문턱에서 좌절한 적이 많았다"며 "국가대표는 예전부터 꿈꿔오던 자리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 욕심내겠다"고 말했다.
/윤영혜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