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객원논설위원/경희대학교 교육협력 중앙병원 특임이사 |
지난 6월 4일 오후 11시 부산 강서구 남해고속도로 서부산요금소에서 전기차(국산 모델)가 요금소 충격흡수대를 들이받고서 화재가 발생해 운전자와 한 명의 동승자는 모두 숨진 채 차 안에서 발견됐다. 톨게이트 전방 도로 분리벽과 충격흡수대를 정면으로 들이받은 사고였다.
언론 보도자료에 따르면, 탑승자들이 탈출하지 못한 것은 차량이 충돌하자마자 불이 붙었고 경찰의 CCTV 분석 결과, 사고 전기차는 충돌 직후 약 3초 만에 차량 전체로 불길이 번졌다고 한다. 당시 출동 소방관은 "사고 15분 만에 현장 도착했을 때 차량 내부까지 불이 번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과 전문가들은 전기차 배터리 온도가 순식간에 고온으로 치솟으면서 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현상, 이른바 `배터리 열등감 폭발 주`가 사고 차량에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한다. 배터리가 외부 충격을 받아 손상되면 배터리팩 내부 온도가 섭씨 30~40도에서 800도로 치솟는 현상이다. 배터리는 작은 셀 단위를 차곡차곡 이어붙여 만드는데, 셀 하나에 고열이 나면 바로 옆 셀도 달아오르면서 도미노처럼 불이 붙는 것이다.
최근 소방청의 전기차 화재 관련 실험에서 전기차 1대 화재 발생 관련 진화 시 물 5,000ℓ와 소방차 2대가 투입돼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발생한 테슬라 화재 사고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 8명이 총 7시간에 걸쳐 불을 껐고, 당시 화재 진압에 사용한 물은 총 10만ℓ로 해당 소방서에서 평균 한 달 동안 쓰는 물의 양이었다고 한다.
만약 배터리 용량이 더 컸으면 더 많은 물이 필요했을 것 같다.
2020년 서울 용산에서 발생한 미국 테슬라 모델 화재사고 때는 전기차의 매립식 손잡이가 열리지 않아 구조가 지연됐고, 운전자는 결국 숨진 사고가 있었다. 이번 부산에서 발생한 국산 전기차모델 사고의 경우 충돌이 감지되면 손잡이가 튀어나오도록 설계돼 있다고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차 부검 결과, 탑승자들은 가슴 쪽 뼈들이 골절된 것도 확인됐고, 부상으로 쉽게 몸을 가누지 못해 신속한 대피가 어려웠을 가능성은 있다고 추정했다.
여기서 문제는 충돌로 사망 사고가 나고 자동차 화재의 진화에 7시간 이상 걸렸고, 이처럼 전기차 화재시 진화가 어려운 것은 배터리가 철제로 덮여 있어 소화제가 침투하기 어려운 구조로 돼 소화가 어렵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진단에서 전기차 배터리는 초고장력 강판이 보호하는 구조이지만 60km 내외 충돌에서는 배터리가 안전하다지만 부산 사고처럼 100% 안전을 장담할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자동차 설계조건과 사고 발생시 상황에 대한 방어 예측일뿐인 것이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발생한 전기차 화재만 93건으로 매년 증가 추이를 보인다.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할 확률은 0.0027% 수준으로 내연기관 차량(0.01%)보다 높지 않다고 하지만, 배터리가 차량 하부에 밀폐형으로 있어 한 번 불이 붙으면 일반적인 소화제나 호스로 물을 뿌리는 방식으로는 진화속도가 느려 완전소화까지 최대 16시간이나 걸린다고 한다.
매년 4,000여 대의 차량 화재사고에 비하면 대수롭지 않지만, 최근 전기차의 성장과 판매 추이가 급상승하고 있어 전기차 화재 발생 관련 원인 규명도 중요하지만, 단시간 내 진화가 가능한 방법도 빨리 찾고 대응해야 할 것 같다.
또 하나 최근 신차를 구매하며 관심 사항으로 크게 드러나는 것이 자율주행 기능이다.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라 불리는 레벨 2 자율주행은 차선 유지와 이탈방지, 앞차와 간격 유지 및 속도 조절, 충돌 방지와 차선 변경까지 내장된 컴퓨터가 수행하는 기능이다.
미국 테슬라는 오토파일럿, 현대차는 HDA라는 이름으로 최근 3~4년 사이 출시된 차량 대부분에 탑재돼 있다.
최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레벨 2 자율주행으로 인한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10개월간 사고조사 결과, 총 392건의 교통사고가 레벨 2 자율주행으로 인해 발생했고, 자율주행 기술탑재에 가장 적극적인 테슬라 차량에서 가장 많은 273건(70%)의 사고가 발생했으며, 다음이 혼다가 90건(23%) 이었다. 현대자동차는 단 1건이었다.
하지만 자율주행 상태인지가 애매한 상황까지 합치면 실제 사고 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보도됐다.
미국 버지니아주 교통국의 최근 연구 조사 결과는 다르다. ADAS 대부분은 고속도로에서 사용되는데, 고속도로가 일반 도로보다 사고 확률 자체가 낮다는 것이다.
이를 보정해 확률을 계산하면 2020년 4분기 기준 테슬라 ADAS는 1억 마일 (1억 6,000만㎞)당 46.8건, 사람이 운전할 경우는 49.5건 사고가 예측됐다. 사람과 ADAS의 사고 확률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전기차 화재 관련 테슬라 화재대응 매뉴얼에는 물 3,000갤런(1만 1,356ℓ)을 배터리에 직접 분사해야 한다고 한다. 대형 소방차 3대 분량 정도가 된다. 전기차 화재의 가장 큰 난제이다.
전기차의 화재시 안전성은 의문이며, 심히 우려되는 잠재위험성이다. 또한 자율주행 기술이 아직은 운전자가 핸들을 놓고 차를 맡길 정도의 기능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 같아서 사고발생의 통계적 우려가 있다. 전기차, 자율주행기능 아직은 소비자가 선호해야 할 차량 구매의 접목 시기가 두렵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