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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용 변호사 |
1. 적법절차(due process)란 모든 국가 작용, 특히 형사사법적 공권력 행사는 법률을 근거로 적법한 절차에 의해 행해져야 한다는 헌법상의 대원칙을 말한다. 아래 사안은 필자가 변론해 무죄를 받은 것으로서 경찰관의 직무집행에 있어서 적법절차의 준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수 있다.
2. 사안의 내용
A가 음주운전을 하고있다고 의심한 순찰차가 A의 차를 뒤따라와 세우고, 경찰관의 음주운전 혐의 조사를 위한 임의동행을 요구받은 A는 임의동행을 거부하면서 경찰관에게 욕설과 폭행을 했고, 이에 경찰관이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해 순찰차에 태워지는 과정에서 또 경찰관을 폭행해 경찰관에게 요치2주의 상해를 가했고, 경찰서로 연행돼 가서 음주측정한 결과 0.214%의 혈중알콜농도가 나왔다. 검사는 A를 상해, 공무집행방해,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으로 기소했으나 A는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3. 법원의 판단
가. 공무집행방해의 점 및 상해의 점에 대해
(1) 형법 제136조가 규정하는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해 성립하는 것이고, 여기서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함은 그 행위가 공무원의 추상적 권한에 속할 뿐 아니라 구체적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춘 경우를 가리키는 것이며, 경찰관의 형행범 체포행위가 적법한 공무집행을 벗어나 불법하게 체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 현행범이 그 체포를 면하려고 반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상해를 가한 것은 불법 체포로 인한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수사관이 수사과정에서 당사자의 동의를 받는 형식으로 피의자를 수사관서 등에 동행하는 것은, 상대방의 신체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제한돼 실질적으로 체포와 유사한 상태에 놓이게 됨에도,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 그 밖에 강제성을 띤 동행을 억제할 방법도 없어서 제도적으로 물론 현실적으로도 임의성이 보장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직 정식의 체포·구속단계 이전이라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체포·구속된 피의자에게 부여하는 각종의 권리보장 장치가 제공되지 않는 등 형사소송법의 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므로,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로부터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수사관서 등에의 동행이 이루어졌음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해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해, 그 적법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당시 출동한 경찰관들의 직무집행이 적법했는지에 관해 보건대, 당시 A가 경찰관의 임의동행 요구를 거부하면서 순찰차에 타는 것을 완강히 거부하는 등 수사관서 등에 동행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표시했음에도 경찰관이 강제로 순찰차에 태우려고 하는 등 사실상 임의동행 형식으로 A를 강제연행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므로 결국 이러한 경찰관의 행위는 위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A가 이러한 위법한 강제연행에 대항해 경찰관을 폭행했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공무집행을 요건으로 하는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할 수 없고, 위와 같이 A에 대해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그 이후 A를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 역시 위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것이므로, 결국 A의 이러한 일련의 위법한 체포과정에 대항해 경찰관을 폭행했다고 하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3) 당시 경찰관이 적법한 공무집행으로 볼 수 없는 임의동행을 요구하면서 A에게 물리력을 행사하고 나아가 위법하게 A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려는 상황에서 A가 이를 면하려고 반항하면서 경찰관에게 상해를 가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A의 이 사건 행위는 A의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것이다.
나.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의 점에 대해
(1) 음주측정을 위해 당해 운전자를 강제로 연행하기 위해서는 수사상의 강제처분에 관한 형사소송법상의 절차를 따라야 하고, 이러한 절차를 무시한 채 이루어진 강제연행은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음주측정요구가 이루어진 경우, 음주측정요구를 위한 위법한 체포와 그에 이은 음주측정요구는 주취운전이라는 범죄행위에 대한 증거 수집을 위해 연속해 이루어진 것으로서 개별적으로 그 적법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므로 그 일련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보아 위법한 음주측정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그 측정 결과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규정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에 해당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2)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서 경찰관이 최초 음주측정을 위해 임의동행 형식으로 A를 순찰차에 태워 파출소로 이동하려고 한 행위는 사실상 A를 강제연행하려고 한 것으로서 임의동행의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고, 따라서 그 이후 공무집행방해로 A를 현행범체포한 것 역시 위법한 체포에 해당함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결국 이러한 일련의 위법한 체포와 그에 이은 음주측정요구는 주취운전이라는 범죄행위에 대한 증거 수집을 위해 연속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이루어진 피고인에 대한 음주측정요구 역시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위법한 음주측정요구의 결과 작성된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 및 주취운전자 정황보고서는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으므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거나 정당방위에 해당해 범죄로 되지 아니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및 전단에 의해 A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한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277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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