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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문 |
며칠 전 한 지인으로부터 한통의 메시지가 휴대폰으로 들어왔다.
퀘렌시아(Querencia)에 관한 것이었다.
`퀘렌시아`란 스페인 투우장 한쪽에 투우사와 싸우다가 지친 소가 숨을 고르며 힘을 재충전하는 곳이다. 기운을 되찾아 다음 경기를 치르기 위해서다.
그곳을 우리들은 `퀘렌시아`라고 칭한다.
우리말로 해석하면 피난처, 안식처, 회복의 장소와 같은 뜻을 지니고 있음이다.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 힘들고 지쳤을 때 기운을 차릴 수 있는 곳, 인간 본연의 자기 자신에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하다.
산양이나 순록이 두려움 없이 풀을 뜯을 수 있는 곳, 독수리가 마음놓고 둥지를 틀 수 있는 곳, 곤충이 비를 피하는 나뭇잎 뒷면, 땅두더지가 숨을 수 있는 굴, 그 모든 곳이 퀘렌시아라고 볼 수 있다.
명상가이며 시인인 류시화 선생은 명상에서 이 퀘렌시아를 인간 내면에 있는 성소에 비유한다. 명상 역시 자기 내면에서 퀘렌시아를 발견하려는 시도이기에 그러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살면서 힘이 드는 순간들이 많다.
그 순간을 피하기위해 호흡을 고르지 않으면 극단적인 생각을 하거나 부정적인 감정들로 마음이 피폐해질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자기만의 퀘렌시아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류 시인의 지론이다.
동물들은 본능적 퀘렌시아가 있다는 것이다.
뱀과 개구리는 체온으로 동면의 시기를 정확히 알며 이는 그들의 생명을 지속하기 위한 본능적 부름이라는 것이다.
동면으로 인한 휴식이 없으면 생명활동의 원천이 바닥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 역시 언제 일을 내려놓고 쉬어야 하는 것인지 안다.
우리가 귀를 기울이면 몸이 우리에게 언제 퀘렌시아가 필요한 순간인가를 알려준다.
나 자신으로 통하는 본연의 자기 세상과 마주할 힘을 얻을 장소가 필요한 퀘렌시아를 찾게 하는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공간, 가슴 뛰는 일을 하는 순간, 사랑하는 이와의 만남 등 이 모두가 우리 삶에 퀘렌시아 역할을 하는 것이리라.
기도와 묵상 시간도 그 범주에 들며,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음악을 듣거나 TV를 시청하는 것도 이와 같다.
풀벌레 소리에 귀 기울이는 밤, 내면세계의 안식처를 발견하는 그 시간들도 모두 퀘렌시아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다.
특히 정치인들이 그렇다.
작금의 정치적 상황에서도 보여주고 있다.
안식해야 할 퀘렌시아를 생각지 않고 끝까지 싸우려 한다.
힘을 모았다가 다시 싸울 수 있는 퀘렌시아가 없는 듯 숲을 고르지 않고 계속 앞만 보고 질주하는 듯하다.
이들의 퀘렌시아는 언제쯤, 어디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이 메시지를 보면서 인간 그리고 나 자신의 퀘렌시아는 어디인가를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싸우다 지치면 쉬는 곳, 퀘렌시아는 인간 개개인의 욕망의 차이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에게는 자연의 풍경을 보고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안식처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필자의 속 좁은, 얕은 생각일 수도 있지만 항간에 이름이 나도는 정치인들이 모두 그 범주에 드는 듯하다.
누구라고 꼭 집어 말할 수 없지만 모두들 자신을 돌이켜보고 자기 만의 퀘렌시아를 찾아 국민과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의 퀘렌시아는 매일 글을 쓰는 책상 앞이다.
그때는 만사를 제쳐두고 글 쓰는 일에만 몰두하기에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항간에 언론매체를 통해 홍준표 국민의 힘 대선주자가 후보 선출에 패한 후 미국으로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싸우다 지쳐 쉴 곳을 찾아 미국으로 떠난 것이 아닌가 한다.
이를 볼 때 홍 전 대구시장의 퀘렌시아는 미국 여행길이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19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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