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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06/04  창원일보
무너지는 필수의료, 외면 더는 안된다

 

한국 최초의 어린이전문병원인 소화아동병원이 휴일 진료를 중단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6월부터 토요일은 오전 진료만 하고 일요일과 공휴일 진료는 아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자를 볼 의사가 부족해서라고 한다. 병원 측에 따르면 의사 수가 갈수록 줄어 전문의는 현재 소아청소년과 5명, 내과 1명에 불과하다. 이 병원은 1946년 서울 태평로에 문을 연 `소화의원`으로 출발해 1981년 지금의 서울역 인근 자리로 옮겼다. 2000년대 중반까지도 어린이 외래환자를 가장 많이 받는 병원이었지만 저출생에 따른 환자감소 등 여파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여기에 소청과 전문의 인력부족이 겹치면서 휴일 진료 중단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소화병원은 휴일 진료 중단이 한시적이라고 밝혔지만, 전문의 구인난에 조기 정상화가 쉽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소청과 의사 부족은 소화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말에는 인천에 있는 가천대 길병원이 전공의(레지던트) 부족으로 소청과 입원 진료를 한 달간 중단한 적이 있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재정을 일부 지원하는 거점 어린이병원 대부분이 소화병원과 같은 상황에 놓였다는 점이다. 정부는 2014년 야간ㆍ휴일 진료에 가산 수가를 주는 `달빛어린이병원` 자격 제도를 도입했지만 현재 서울 4곳 등 전국에 38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북은 도내 달빛병원이 전주시에 있는 2곳뿐이고 대도시인 경남 김해시의 경우 그나마 있던 1곳이 2020년 전문의 퇴사로 자격을 반납했다. 국가가 야간ㆍ휴일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예산을 주겠다고 나서는데도 의사가 없어서 병원이 이를 마다하는 상황이 빚어지는 것이다. 의대생들이 소청과를 기피하는 것은 `돈 안 되고 힘만 드는` 전공 특성 탓이 크다. 소청과를 비롯해 인명과 직결되는 필수진료과인 내과ㆍ외과ㆍ산부인과 등 속칭 `내외산소`는 수련 강도가 강하고 의료사고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 개원해도 수가가 낮아 수입이 상대적으로 적다.
 

필수의료 붕괴 문제를 두고 정부는 해마다 특단의 대책이라며 해법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점점 더 `웰빙`을 추구하는 사회 전반적 경향을 고려하면 백약이 무효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 어린이 진료 등 필수의료 수가를 야간ㆍ공휴일에 최대 200% 인상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소청과 전공의 확보율은 떨어지고 지역에선 소청과 폐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현재 의대 정원은 3천58명으로 2006년부터 그대로다. 외국 의사를 데려오든 어떤 방법으로든 의사 수를 늘리면 기피과에서도 경쟁이 일어나고 그만큼 공백이 메워질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 국민의 고통에 신속히 답을 내놔야 할 때가 됐다. 최근 들어 응급 환자가 병상이 없어 구급차에서 떠돌다가 목숨을 잃는 `뺑뺑이 사망` 사건이 속출하고 있다. 더는 이런 암담한 현실을 외면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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