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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09/24  창원일보
[우외호 칼럼]
진보ㆍ보수, 비행기의 양 날개

논설위원
우리나라 국민과 정당은 진정한 진보나 보수는 없다. 다 중도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에서 자신의 성향을 보수나 진보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것의 정확한 의미를 모른 채 사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상황에 따라서 일관되지 않게 적용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악의적인 의도나 흠집 내기 위해 상대방을 규정하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진보와 보수, 또는 좌파와 우파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구분하는 것이 우리 정치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는 것일까? 보수와 우파, 그리고 진보와 좌파가 서로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로 정치적 입장을 둘로 나눠서 파악하는 것은 프랑스 혁명 직후 개최된 국민의회(1789~1791) 좌석 배치에서 유래됐다. 이때 의장석을 중심으로 급진적 변화를 추구하는 세력은 왼쪽에, 그리고 점진적 개혁을 주장하는 세력은 오른쪽에 앉은 것에서부터 좌파와 우파의 구분이 생긴 것이다.
 

이후 개인의 자유와 책임, 최소한의 정부 개입, 가정과 전통을 강조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을 보수 또는 우파로, 사회적 책임, 균등과 배분, 복지, 정부의 적극적 개입, 환경과 인류 보편적 가치 등을 주장하는 경우 진보 또는 좌파로 부르는 것이 일반화된 것이다. 사실 학자들도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 국민이 이것을 정확하게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보수(우파)와 진보(좌파)를 구분하는 가장 쉬우면서, 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을 간단하게 말하면 국가(정부)와 시장(기업)의 관계에 있어서 정부의 개입과 분배정책을 지지하고 변화를 바라는 쪽이 진보이고, 반대로 가능한 한 정부의 개입을 억제하고 시장의 자율적 운용에 맡기는 것을 선호하며 현재의 것을 지키자는 쪽이 보수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에 있기 때문에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이라는 한 가지 기준이 더해진다. 즉 북한을 독재국가라고 규정하고 북한의 변화를 위해서는 강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쪽이 보수이며, 북한의 실상을 알고 있지만 화해와 교류를 강화하는 것이 변화를 이끌어내는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보는 쪽이 진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좌파를 빨갱이라며 색깔 정치를 펼치기도 하지만 의식수준이 향상되고 면역성이 생긴 국민에겐 전혀 먹혀들지 않고 오히려 꼰대 당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우리가 보수와 진보라는 구분법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보수와 진보가 서로 비교적 명확한 입장 차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상대적인 개념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진보 정당 또는 보수 정당 안에서도 갑 의원이 을 의원보다 상대적으로 더 진보적일 수도, 반대로 더 보수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에서 극우보수와 선긋기를 시도하는 예에서 알 수 있다. 그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지면 갈라져 나와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겠지만 여러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입장이 다른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조그만 차이도 참지 못하고 같은 정당 안에 있는 의원에게 조차 `빨갱이`라고 부르거나 `보수 꼴통`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매우 웃기면서도 슬픈 일이다.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같아야 한다는 악의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우리 정치문화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매우 잘못된 행태다. 그리고 보수와 진보의 내용은 고정 불변한 것이 아니라 시대와 환경에 따라서 변한다. 예를 들면, 정부의 개입을 억제하고 개인과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주장하는 입장이 19세기에는 분명 진보였지만 오늘날에는 보수에 더 가깝다. 자유와 평등은 칼로 싹둑 나눠지는 개념이 아니다. 정치 체계를 바꾸는 일은 자유를 위한 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권력의 평등을 지향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독재는 모든 권력이 지나치게 소수에 몰려있고 그로 인해 권력자가 그 힘을 악용하고자 마음먹으면 많은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자유와 평등은 독립적이기도, 배타적이지도 않으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다.
 

새가 하늘을 날려면 좌우 양 날개가 필요하듯,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좌파와 우파는 그만 싸우고 정책대결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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