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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원논설위원ㆍ대가대 교수ㆍ색소폰니스트 지휘자ㆍ교육부ㆍ대한민국학술원 우수 저서(저자) 학술상ㆍ금연홍보대사 |
오른손잡이는 다수이고, 왼손잡이는 소수다. 우리는 일상에서 문고리 위치부터 가위, 책상, 심지어 악수까지 `오른손 기준` 세상에 익숙하다. 왼손잡이는 종종 이상하게 여겨졌고, 교정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겉보기에 사소한 이 차이가 실은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다수의 기준, 즉 `정상성`이라는 이름의 획일화가 종종 빚는 갈등의 축소판이다.
그렇듯, 인간사뿐만 아니라, 자연계에도 갈등(葛藤)은 늘 존재한다. 한 곳에 심어진 칡나무(葛)와 등나무(藤)의 예를 보자. 둘 다 덩굴식물로서 서로 햇빛을 더 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치열하게 나무를 타고 올라간다. 문제는 이들이 함께 자랄 때 심각한 갈등이 발생한다. 칡나무는 빠른 생장 속도로 등나무를 덮고, 등나무는 자기 줄기로 칡을 조여 버린다.
결국은 둘 다 서로를 얽어매며 공멸로 향한다. 인간이 지켜본 자연계의 갈등 현장이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오롯이 자신의 생존만을 추구한 비참한 결과다. 마치 지금의 국가, 정치, 지역, 세대 간 갈등으로 소모적 대립을 이어가는 인간 사회의 모습과 흡사하게 닮아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남성과 여성, 수도권과 지방, 진보와 보수,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등 수많은 갈등의 이분법 속에 놓여 있다. 각자의 입장은 다르지만, 치열한 대립의 본질은 결국 `내가 기준`이라는 생각이다.
문제는 서로를 인정하기보다, 오직 이분법으로만 상대가 무조건 `틀렸다`고 단정하는데 있다. 이유는 다수의 입장이 곧 정의가 아니며, 소수의 주장이 곧 불편한 것이어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의 국내 정치판의 온갖 회괴망칙한 온갖 언행과 희한한 작태를 보고 느끼면서 갖게 된 유권자의 판단이다.
공자는 "군자는 조화를 추구하되 같음을 요구하지 않는다(君子和而不同)"고 했다. 또 계몽사상가 볼테르 역시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당신이 말할 권리는 끝까지 지켜줄 것이다"라고 하지 않던가? 지금처럼 혼돈의 시대에 참으로 값진 교훈이 될 이 두 명언은 우리가 어떤 입장 차이든 간에 최대한 `공존할 수 있다`는 신념의 기초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이던, 동물이던, 자연이던 생명체의 군집에는 늘 갈등의 연속이 아닐까? 그렇듯, 갈등이 없는 조직과 사회는 없다. 그러나 갈등을 풀지 못하는 사회는 바로 병든다. 이 시대, 우리는 이제 `누가 옳은가?`, 시비비비를 따지기보다, `어떻게 함께 할 수 있는가?`하는 서로 상생하는 방법을 수없이 찾아야 한다. 그 시작은 소수의 손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사소한 배려일 수 있다. 가위 하나, 책상 하나에서 배려가 시작된다면, 언젠가는 정치, 세대, 지역 갈등도 조금은 다르게 풀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진짜 성숙은 다수의 관용에서 시작된다. 칡나무와 등나무처럼 얽히고 설켜 공멸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각자의 차이를 이해하고, 공존의 질서를 배워야 한다. 지금 또 슬슬 닭 싸움판이요, 투전판 같은 이분법이 이미 시작되었다. 이합집산의 갈등이 점점 악화되어가는 대통령 선거철이다. 그렇다.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불편 없이 서로 손을 맞잡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진정한 성숙으로 나아갈 것이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19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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