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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공인중개사 대표ㆍ풍수지리사ㆍ경산시 주민예산위원 |
▲비 내린 뒤 텃밭에 서다
비가 내린 다음 날 아침, 종종 동네 작은 텃밭으로 향한다. 도시의 회색 빌딩 틈에서 겨우 숨을 쉬던 닫힌 마음이 푸른 이랑과 마주하는 순간, 불현듯 편안해진다. 한 뼘씩 자라난 상추와 쑥갓, 고추와 토마토가 이슬을 머금은 채 조용히 빛나고 있다. 이 작고 평범한 풍경 속에서 종종 묘한 경외감을 느꼈다. 땅은 쉬지 않고 자라고 있었고, 종종 그 곁에 서 있기만 해도 느끼는 감흥은 넘친다.
▲기다림과 겸손의 시간
텃밭을 가꾼다는 것은 곧 기다리는 일이다. 물 주고, 풀 뽑고, 벌레를 막아도 당장 눈앞에서 무언가 이뤄지지는 않는다. 하루가 다르고, 일주일이 다르고, 한 달이 지나야 조금씩 모양이 갖춰진다. 그리고 그 기다림은 인간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자연 앞에서 조급함은 무용지물이다. 아무리 좋은 비료와 농기구가 있어도, 씨앗은 제때에 싹을 틔우고 제철에야 열매를 맺는다. 텃밭은 그저 가르치지 않는다. 묵묵히 보여준다. 겸손하라고, 모든 것을 내 뜻대로 할 수 없음을 인정하라고 하는것 같다. 세상의 법칙을 배우는 순간이다.
▲텃밭용 농지법 개정의 필요성
도시 생활에선 흔히 `빠름`이 미덕이 된다.
일이든 관계든 효율과 속도를 앞세운다. 그러나 텃밭은 그런 세계와 거리를 둔다. 흙을 뒤집고 땀 흘려 씨를 뿌릴 때, 손끝의 감각은 말해준다. 햇살과 바람과 함께 숨쉰다. 오늘도 흙과 이야기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세상에는 큰땅을 소유한 사람도 많고 작은땅을 가지고 싶어도 맘대로 거래를 할수 없는 실정이다.
2021년도 이전의 농지법은 실제로 면적이 작든 크든 무관하게 농업용 토지를 매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현재의 농지법에 의하면 `농업진흥지역에 신규로 농지를 매입할 경우는 1,000㎡이하(약302.5평)는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 받을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땅을 매입하여 텃밭으로 이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유는 지난 2021년 농지투기 사태 관련 후속조치로 이러한 `농지법` 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이는 곧, 향후 농지거래는 물론 귀농ㆍ귀촌을 크게 위축되었다. 따라서, 텃밭을 하고싶은 애호가는 누구라도 작은 농지를 매입하여 텃밭으로 마음껏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자연이 건네는 조용한 위로
텃밭으로 식물을 키우고 가꾸는 일도 삶의 힐링 중의 하나다. 세상에는 빨라질 수 없는 일이 있다. 어떤 일은 정성과 시간이 있어야만 완성된다. 그런 일은 대체로 비교적 소중한 일이다. 관계성이 그렇고, 사랑함도 그렇고, 아이를 키우는 일도 그렇다. 종종 텃밭은 우리에게 삶의 근본적인 섭리와 진리를 돼새기게 한다.
불안하고 조급할수록 흙을 만져야 한다는 교훈을 깨우친다.
초여름이 되면 텃밭은 결실과 수확의 기쁨을 안겨준다. 잘 익은 오이 한 개, 손바닥만 한 상추 몇 장이지만, 그 안엔 손길과 기다림, 조용한 기도의 결과가 담겨 있다. 도시의 생활은 여전히 분주하고, 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이루려 아등바등하지만, 이 작은 텃밭은 속삭인다.
그렇듯 우리의 삶은 결국 자라고, 피고, 지는 것의 반복이라고. 흙을 일구는 손에서 나는 세상의 속도를 조금 늦추게 되고, 그 틈에서 진짜 삶의 향기를 맡게 된다.
텃밭은 자연이 우리에게 남겨준 가장 단순하고도 속깊은 교과서 같다. 말없이 기다리는 법, 매일 같은 자리에 서는 일의 가치, 그리고 조용히 사랑하는 마음과 봄부터 가을까지, 흙과 함께 살아보면 알게 된다. 건강한 삶도 결국 한 뼘씩 자라는 자연의 이치인 것을 이제야 알 듯하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2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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