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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위원 /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 색소폰니스트 |
필자는 지금 유럽의 한복판에 있다. 라인강 물결 따라 펼쳐지는 독일에 체류 중이다. 4차산업혁명의 시동 뿐만아니라, 단순한 공업 강국을 넘어 오감이 즐거운 문화 대국의 나라의 맛과 멋을 체험 중이다. 우리는 흔히 독일을 `자동차와 맥주의 나라`로만 기억하지만, 그 이면엔 정갈한 전통과 진중한 삶의 미학이 곳곳에 녹아 있다. 특히 여행이나 체류자로서 독일을 밟는 순간, 도시마다 담긴 `맛과 멋`의 깊이에 종종 놀라게 된다.
먼저 독일의 `맛`은 단순히 음식의 차원을 넘는다. 독일 빵집의 아침은 향긋한 사워도우와 다양한 치즈, 햄으로 시작된다. 뮌스터 거리엔 `커리부어스트`라 불리는 매콤한 소시지가 서민의 간식으로 자리 잡고, 남부 바이에른 지역에선 `슈바인학센`과 크림 맥주가 지역의 자존심이다. 음식 하나하나에 지역성과 역사성이 푹 녹아 있어, 한 끼 식사가 독일 문화의 단면을 들여다보는 창이 된다.
독일 맥주는 말할 것도 없다. 1516년 제정된 `맥주 순수령`(Reinheitsgebot)은 물, 맥아, 홉, 효모만을 사용하도록 명시한 세계 최초의 식품 안전법으로, 이는 독일인의 철저함과 정직함을 상징이요, 장인의 정직과 혼이 깊은 숨결이 짜릿한 맛이요, 그윽한 멋이다. 이는 가정과 육아의행복이 삶의 제일이요, 근검으로 성실하고 정직한 독일사위의 일상과 온갖 정성의 정갈하게 준비하는 아침밥상과 커피향 같다.
`맛`은 정직함에서, `멋`은 절제 속의 고요함에서 온다. 독일 도시들은 각기 다른 시대의 흔적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하이델베르크의 고성(古城), 뮌헨의 신시청사,드레스덴의 제마일드갤러리,뮌스터 강가의 잘 정리된 여백, 스타인프루트의 정갈함이 특히 독특하다. 곳곳의 모든 공간과 여백은 단지 관광지가 아닌, 수백 년 역사가 축적된 독일정신의 보고같다. 필자가 느끼는 독일인은 화려함보다 질서와 내실과 예의를 무척 중시한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이백년도 넘은 사돈네 시골 마을엔 이웃과의 조화를 우선하는 주택 배치, 풍력발전과 태양광 패널이 공존한다. 그것은 단순한 환경정책을 넘어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철학이다.
한국인에게 독일은 여전히 다소 낯선 나라다. 하지만 차분히 관찰해보면, 그들은 조용한 고집과 정직함으로 삶을 조각해 나가고 있다.
`맛`으로는 지역의 전통을 지키고, `멋`으로는 환경과 예술을 아우른다. 독일 여행은 단순한 유람이 아니다. 삶의 방식과 철학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귀중한 체험이다. `중용지도`(中庸之道), 즉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균형의 미학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독일의 맛과 멋에서 배워야 할 삶의 태도가 아닐까.
http://www.changwonilbo.com/news/322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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